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중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실용이지 실용이라는 것이 아무 기준 없이 가능하겠는가. 명확한 이념적 좌표가 있어야 어떤 정책이 실용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념적으로 불투명한 이명박 정부의 앞날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나 한 사람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지난 삼일절에 이명박씨는 일본에 대해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것이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제스츄어로 보이기는 하나 그런 뜻을 전하려면 다른 때와 방법을 찾아야지 신성한 삼일절의 의미조차 퇴색시키는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일이다. 이런 태도는 우익 세력에서 미국에 대해 굴종적인 뉴라이트 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고, 일제시대의 근대화를 주장하는 안병직씨 같은 친일적인 사람이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이명박정부가 남북문제를 포함한 민족문제에서 어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무사태평 지금 세상이 어떤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은 신제국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살얼음판을 딛고 있다. 위기의 미국자본주의가 언제 파국으로 치달아 전세계적인 공황을 가져올 지 아무도 모른다. 또 요사이 각국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자원민족주의, 식량 민족주의를 보라. 지금 계속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와 관련해 앞으로의 세계가 어떤 것이 될 것인지 잘 예시해 주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무사태평하기 짝이 없다. 우익이나 좌익이나 마찬가지이다. 모든 일을 미국에게 다 의존하려고 하는 한심한 우익세력은 이런 문제에 아무 관심도 없다. 요사이 곡물가격이 폭등하니까 어느 보수 신문은 정부가 여태까지 아무 준비 없이 뭐했느냐고 질타하고 있다. 농업을 포기하는 한미 fta를 쌍수를 들어 환영해 놓고 이제 와서 아무일도 안 했다고 비판하는 이런 심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좌파 지식인들은 그들대로 코스모폴리타니즘의 미몽에 빠져서 인권이니 자유,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민족주의를 마치 무슨 괴물 보듯이 한다. 민족주의 이야기를 한 마디만 해도 그것을 파시즘으로 몰아붙이는 단순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점점 어려워지는 국제적 상황 속에서 우리 민족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삼년동안 일관된 논조를 확고히 견지해온 김기백 선생이 민족신문을 재출범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 않는다. 비록 대단히 척박한 토양이지만 열심히 싸우고 꿋꿋이 버티어 내며 우리 민족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민족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빌며 재출범을 맞아 간단히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강철구 2008년 3월 9일 편집자주: 강철구 교수는 민족주의 관련 여러권의 저서도 있으며 현재 프레시안에 강철구의 '세계사 다시 읽기'를 연재중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