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독도 방어 훈련 중 당초 예정됐던 해병대 입도(入島) 훈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우리의 독도 수호 의지는 충분히 전달됐기 때문에 해병대가 독도에서 훈련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훈련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라 평소와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 땅 독도'에서 해병대가 훈련을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어 괜한 논란을 부를까 우려해서 갑작스럽게 취소했다는 것이다.
①
해병대 상륙, 누가 취소 결정했나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해병대 훈련 취소는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독도 방어 훈련이 열리는 것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고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8월 10일) 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해병대 훈련 취소를) 진작에 결정했어야 했는데, 국회 일정 때문에 원래 매주 열리는 회의를 열지 못해 지난주에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김황식 국무총리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외교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3일 오전까지도 해병대 훈련 취소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외교부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3일 '해병대 훈련이 취소됐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대해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는 외교부·국방부·
통일부·
국정원의 장(長)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고정 멤버로 참석해 매주 목요일 열린다.
②
일본의 훈련 중지 요청도 작용했나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독도 방어 훈련 중지를 요청한 것이 해병대 훈련 취소에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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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달 31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가 도쿄에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났고, 서울에선 외교부 안호영 1차관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현안을 협의했다. 외교소식통은 "당시 회동은 모두 일본 측에서 요청했다"며 "일본 측은 우리의 독도 방어 훈련 중지를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항의해서 훈련의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독도 방어 훈련을 할지 말지, 어떤 종류의 훈련을 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
한일 화해 종용하는 미국의 입장 반영됐나우리 정부가 해병대 상륙훈련을 취소한 배경에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협력을 추구하는 미국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일 간 외교갈등이 증폭된 지난달 10일 이후 수차례에 걸쳐 "한일 갈등은 불편한 일"이란 메시지를 밝혀왔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한일 간 분쟁은 분명히 미국으로서는 불편한 일"이라며 "이 문제(독도 영유권)를 평화적으로 협의를 통해 해결하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해병대 훈련 취소를 결정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태 지역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양국에 대해)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제와 침착,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도 독도 훈련 취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의 무대를 앞두고 한일 간 긴장 고조가 외교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한편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도 4일 기자회견에서 "안전보장상 한일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차기 정권에 가능한 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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