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국경 1400㎞를 가다] [1] 北급변 사태 대비하는 중국 -현재 北·中 연결 다리 11개 '北구리광산' 혜산에도 교량, 무산탄광 접경엔 철도 추진 -내년 완공 앞둔 신압록강대교 주변 산악도로까지 포장 마쳐, 유사시 대규모 병력투입 가능 -압록·두만강엔 철조망 장벽 난민 유입은 철저히 막을 듯
지난달 말 압록강 상류를 경계로 북한의 혜산이 마주 보이는 중국 지린성 창바이(長白). 강변에 5층짜리 세관을 새로 짓는 공사가 마무리 단계였다. 기존에 있던 세관과 이곳에서 북한과 연결되는 다리는 신축 중인 세관에서 3~4㎞쯤 떨어져 있다. 현지 중국인은 "신축 세관 앞에 새 교량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혜산에는 북한 최대 구리 광산인 청년동광이 있다.
두만강 상류 건너로 함경북도 무산이 보이는 지린성 난핑(南坪)에도 재작년까지 없던 철길이 들어왔다. 지린성 허룽(和龍)~난핑 간 42㎞ 구간은 산이 많아 대부분 터널로 연결됐다. 현재 북·중은 난핑~무산을 철도로 잇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지 철광석 수입업자는 "지난 1997년쯤 건설된 난핑~무산 인도교만 가지고는 무산의 철광석을 들여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철도 연결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그 대가로 철광석 단가를 너무 비싸게 부르고 있어 협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무산에는 동북아 최대 규모의 노천 철광이 있다.
최근 북·중 국경 1400여㎞를 취재한 결과, 국경 곳곳에선 이처럼 북한과 연결하는 교량을 신설하거나 도로·철로망을 확충하는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오는 2015년까지 투입되는 자금만 100억달러(약 11조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을 연결하는 교량만 5개를 새로 건설할 방침이다. 현재 북·중 간에는 연결 교량이 11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 상판 공사가 한창인 '신압록강대교'는 내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중국 쪽에서 바라본 신압록강대교의 모습. 내년 완공 예정으로 상판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은 이 다리 외에도 북·중 국경 지역에 북한과 연결되는 교량 5개를 새로 건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용현 특파원
중국이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 다리·도로·철도를 대거 늘리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산 지하자원 수입과 낙후한 국경 지대 개발 같은 경제적 목적 외에 북한 급변 사태 시 신속한 군 투입 경로 확보 등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동북 3성 관할 부대인 선양군구(瀋陽軍區)가 북·중 국경의 모든 다리·도로·철로 공사에 개입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중국은 북·중 연결 다리를 늘리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도로와 철로가 모두 연결된 함북 남양과 지린성 투먼(圖們) 사이에 새 교량을 놓는 공사가 내년쯤 시작될 예정이라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 나선 특구로 가는 관문인 지린성 훈춘(琿春)의 취안허(圈河) 세관 부근에도 기존 교량 외에 '신두만강대교'(가칭)를 건설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었다. 철로가 연결된 자강도 만포와 지린성 지안(集安) 간에는 차량용 다리를 신축하기로 북·중이 협정문에 서명한 상태다. 북한 소식통은 "중국 계획대로 새 교량을 모두 연결할 경우, 북한 급변 시 국경 전역에서 신속한 병력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압록강·두만강 상류의 산악 도로까지 포장을 해놨다. 동시에 압록강·두만강 주변을 철조망으로 빈틈없이 막았다. 유사시 북한 진입과 난민 유입 방지를 함께 고려한 조처란 분석이다.
북한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 나선 특구와 지린성 훈춘을 연결하는 도로포장 공사는 양국 간에 말이 나온 지 10년 만에 겨우 왕복 2차선의 시멘트 포장도로로 완공됐다. 훈춘의 북한 소식통은 "중국은 도로를 넓히려 했지만, 북한에서 '중국군이 그 길로 탱크를 밀고 내려오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난핑~무산 철도 연결도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쉽게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