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4-02-27 03:00:00 기사수정 2014-02-27 10:05:34 호주 거주 얀 뤼프오헤르너 씨 “日정치인들 전쟁범죄 인정해야”
꿈 많던 17세 소녀(왼쪽 사진)였던 얀 뤼프오헤르너 씨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한 뒤 세월의 무게에 눌려 이제 구순이 넘은 할머니가 됐다. 사진 출처 더에이지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이 가증스러울(hideous) 뿐이다.”
19세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네덜란드 여성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을 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얀 뤼프오헤르너 씨(91)는 25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목격자들이 위안부와 관련한 증언을 하고 있다”며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의 전쟁 범죄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뤼프오헤르너 씨는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가족에게도 50년간 알리지 않았으나 1992년 한국인 위안부들의 진상 규명 요구 보도를 텔레비전에서 본 뒤 용기를 얻어 숨겨왔던 비밀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이 고노(河野)담화 재검증에 나서는 등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다시 한 번 일제의 만행을 입증하는 ‘산증인’으로 나선 것이다.
그는 “‘위안부 만행은 일본을 추해 보이게 한다’는 게 아베 총리 같은 사람들의 관점”이라며 “그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거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식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과는 내가 (당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과거사 반성을 촉구했다.
뤼프오헤르너 씨는 1942년 부모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당시 일본군은 섬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부녀자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 그도 이런 와중에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 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것이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영국으로 가 결혼하고 1960년대에 호주로 이민 갔다.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간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유럽인인 그의 이야기는 1994년 그의 사위 네드 랜더 씨가 영화 ‘50년의 침묵’으로도 제작했다.
한편 “위안부는 전쟁을 한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이 또다시 “내가 대단한 실언을 한 것이냐”고 항변하자 NHK경영위원회가 25일 주의를 촉구했다. 하마다 겐이치로 NHK경영위원장은 “사태가 수습되는 상황에서 또 오해를 부를 발언을 한 것은 자신이 놓인 입장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행에 신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