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 내에서 ‘소변기 핥기’ 수준을 넘어 ‘똥물 삼키기’나 조폭 집단을 연상케 하는 상관의 폭언·욕설 등 인간존엄성을 위협하는 엽기적인 가혹행위 실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장기간 가혹행위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경북 포항 해병 1사단에서 드러난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군내 폭력 등 악습의 실상에 대한 문화일보의 보도 이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과 폭력 후유증에 시달리는 예비역 장병 등의 제보가 폭주하고 있다.

◆ 전방 일반초소(GP)서 일상화된 가혹행위 = 최전방 GP에서 후임병 여러 명의 입에 풍뎅이를 넣는 가혹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의 한 GP에서 A 상병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 동안 후임병 입에 풍뎅이를 집어넣는 등 가혹행위를 벌여온 정황이 확인됐다. A 상병은 경계근무를 하다 초소 주변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풍뎅이를 후임병의 입에 집어넣으며 상습적으로 괴롭혔다. 또 생활관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후임병의 귓불을 만지거나 팔로 머리를 조르는 ‘헤드록’ 행위를 일삼았다. A 상병이 가혹행위를 한 후임병은 일병 3명과 이등병 1명 등 4명이며, 지금까지 파악된 가혹행위가 18차례나 된다. 후임병들은 “괴롭힘을 당할 때 힘들었다. 수치심을 느꼈다”며 A 상병의 처벌을 요구했다. 군 당국은 분대장이 가혹행위를 자체 적발해 헌병대와 감찰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A 상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병사에게 확인해 가혹행위가 드러나 헌병대와 감찰에 조사를 의뢰했다”면서 “가해자는 친해지려고 입을 벌리게 한 뒤 풍뎅이를 집어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병대 신병훈련 수료기념으로 똥물 삼키기 기억 분노 = 1980년에 해병대에 입대했다는 박모(54) 씨는 문화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30여 년 전이긴 하지만 해병대 신병훈련 수료 기념일에 모든 입대동기생에게 재래식 똥통에 입을 대고 똥물을 입에 한 모금 머금고 검사를 한 후 삼키게 한 기억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프고 답답하고 끝도 없는 분노가 차오른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총기난사와 가혹행위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져 소중한 우리의 아들들이 숨지고 수많은 의문사가 잇따르고 있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청소가 지저분하다며 혓바닥으로 문틈을 닦던 기억, 변기 청소가 지저분하다고 재래식 화장실에 머리를 박던 기억, 자대배치 뒤 매일 이뤄지던 선임병들의 기합과 구타로 너무 힘들어 사격장에서 총알을 훔쳐 자살하려고 했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욕하는 게 싫어? 니들도 간부해서 욕해 ×새끼야” = 지난해 11월 20사단에서 복무한 뒤 전역했다는 예비역 병장 유모(26) 씨는 문화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욕을 입에 달고 살며 심지어 중대원에게 “죽여버린다”는 협박을 수시로 해온 부사관의 실상을 폭로했다. 유 씨는 “K 하사는 중대원들을 집합시켜 조폭들보다 더한 이루 말할 수 없는 폭언을 했다”고 밝혔다. 유 씨에 따르면, K 하사는 “꼽냐. 욕하는 게 싫어? 니들도 간부해서 욕해 ×새끼들아”라며 “청소를 이따위로 하면 유격 가서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철원 = 김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