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의 포로가 된 한인과 실린더 음반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1차 세계대전 때 녹음된 한인 포로들의 노래 음반으로 제작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와 왔든고 와 왔든고 타도타관 월사동이 산도 설코 물도 설코/ 금수초목 생소한 곳에 뉘길 믿고서야/ 나 울고 돌아갈 길 나 여기 왜 왔단 말이요."

관련기사

순종 소꿉친구에 하사한 '황제의 병풍' 100년만에 귀환 비운의 고종, 美공주 (대통령 딸을 공주로 인식 )에 사진을… 안타깝다 “광복하라, 내 혼백이 도우리라” 순종의 절규 울리는듯   내 이름은 김순악, 일제에 짓밟힌 소나무 한 그루   6·10 광복운동을 촉발한 순종황제 붕어(崩御)   1931년 일본군의 만주침략   조국이여,시베리아의 억울함을풀어주오   4천리 화려강산   “나는 일본군이었고 인민군이었고 국군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러시아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된 한인 가브리엘 강(강홍식)이 뮌스터 포로수용소에서 부른 노래다.

고향을 그리는 절절한 심정과 참담한 현실이 탄식에 가까운 노랫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홍식이 즉흥으로 부른 이 노래를 포함해 1916년과 1917년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5명의 한인 포로가 부른 43곡이 음반에 담겨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들은 모병 또는 징집으로 러시아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사람들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세계 각지의 포로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전통음악과 언어 등을 에디슨 원통형 유성기 음반에 녹음하도록 했는데, 이때 한인들도 동원됐다. 이 기록물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중 지금까지 확인된 한인들의 노래는 45곡으로, 모두 28개 음반에 담겨 독일 베를린 국립민족학박물관 포노그람 아카이브와 훔볼트대학교 라우트 아카이브에 그들의 인적사항과 함께 보관돼 있다. 이 가운데 2곡은 한인 포로가 아닌 녹음과정 기록자의 조수가 부른 것이다.

국립국악원은 2012년과 올해 이 두 아카이브에 있는 한인들의 음원 전체를 디지털로 변환해 음반으로 제작했다.

여기에는 '아리랑', '수심가', '애원성' 등 민요와 '대한사람의', '조국강산', '만났도다' 등 독립운동가요가 포함돼 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13일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학술회의 '베를린에 남겨진 20세기 초 한인의 소리'를 열어 음원을 공개하고 이번 음원의 가치에 대한 논문 발표 등을 한다.

송지원 국악연구실장은 "앞서 독립운동가요와 아리랑 등 일부 음원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한인들의 음원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번에 제작한 음반을 공공도서관과 국내외 문화원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학술회의 참석은 무료다. 문의 ☎ 02-580-3376.

kje@yna.co.kr

▶으리으리한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으리~

▶ [오늘의 HOT] 지상 최대 란제리쇼…'2014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