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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우리 어떤 DNA가 폴크스바겐을 사게 만들까... 한국 사회의 본성
누구나 남보다 나, 세상보다 내 가족이지만 그 정도가 심한 우리...公보다 私, 忠보다 孝였던 나라… '외적과 싸우는 데는 등신, 우리끼리 싸우는 데는 귀신
 
조선일보 기사입력 :  2016/06/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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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우리 어떤 DNA가 폴크스바겐을 사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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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없이 혼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라나 민족이 융성한적은 없어
이대로 가면 남북한의 동반몰락,약체화는 필연!


 

입력 : 2016.06.30 03:11

누구나 남보다 나, 세상보다 내 가족이지만 그 정도가 심한 우리
公보다 私, 忠보다 孝였던 나라… 대들보 없는 집 아닌가

양상훈 논설주간
양상훈 논설주간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이 사기를 치다가 들켜 세계 각국에서 판매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선 별 차이 없이 잘 팔리고 있다는 뉴스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 사회의 본성, 한국인 심중(心中) 깊은 곳을 움직이는 DNA, 어쩌면 우리가 극복하기 어려울지 모를 한계가 의외의 사건으로 노출된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내'가 중요하고, '세상'보다 '내 가족'이 우선이다. 그런데 거기에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선 폴크스바겐이 환경오염 거짓말을 하다 판매가 100분의 1로 떨어지는데 한국에선 값 좀 깎아줬다고 그 차 판매가 65% 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내 이익'과 '사회 전체 이익' 간의 균형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 보여준다.

환경오염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다. 미국·일본에선 그러니까 그것이 '나의 문제'가 된다. 한국에선 모두의 문제는 남들의 문제이며, 그래서 누구의 문제도 아니게 된다. 폴크스바겐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공기 오염이 아니라 나만 다치는 브레이크 문제였다면 한국에서도 판매가 폭락했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 때 사실상 감염 위험 없는 사람 수백만 명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그런데 의사들 얘기를 들으니 정작 마스크를 써야 할 폐질환 환자들 상당수가 병원 문밖만 나서면 마스크를 벗어버린다고 한다. 자기에게 병균이 들어올 가능성이 티끌만큼 있어도 마스크를 쓰지만 자기 병균을 남에게 퍼뜨릴 때는 그 가능성이 높아도 마스크를 벗는다. 폴크스바겐 판매 급증과 같은 심리다. 미세 먼지 원인 중의 하나가 디젤 버스다. 천연가스 버스는 연비가 떨어져 충전소를 많이 지어야 하는데 동네 주민들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공기 좋아지는 건 모두에게 좋은 것이고, 내 집값은 나에게만 좋은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서슴없이 '나'를 고른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라느니, 고교 이상 교육을 받은 국민이 80%니 하지만 공(公)과 사(私)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우리는 50~60년 전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한국 사람은 자기 집 쓰레기를 담장 밖으로 던지고, 일본 사람은 담장 밖 쓰레기를 제 집 안으로 던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올해의 이민자상(賞)'을 받은 일본인 와타나베 미카씨가 같은 말을 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지 28년인 와타나베씨는 '가장 안 바뀌는 습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제는 음식까지 한국식으로 먹습니다만 안 바뀌는 제 습관이 있다면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 것인데, 바깥에서 생긴 쓰레기를 집에 들고 와서 버리는 것입니다."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게 되지 않는 것은 인식 자체가 제 집 바깥을 자기와 상관없는 곳, 함부로 해도 되는 곳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와 자기 가족 밖의 영역이 바로 사회와 국가다. 말로 하는 애국자가 넘쳐나는 우리나라이지만 정말 우리가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는 인식의 저 밑바닥엔 무엇이 있는지 두려울 때가 있다.

옛 교과서에 월남(月南) 이상재 선생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날 며느리가 울고 있어 월남이 이유를 물었더니 재봉틀이 고장 났다고 했다. 월남 선생은 "너는 나라가 망했을 때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더니 재봉틀 고장 난 것 갖고는 그렇게 우는구나"라고 한탄했다. 근 100년 전의 얘기지만 지금이라고 얼마나 다른가 생각한다.

늘 마음에 걸려 있는 서울대 한국학연구원 김시덕 교수의 글이다. '중세 중국의 충경(忠經)은 효경(孝經)에 호응해 주군에 대한 충성을 논하는 책이다. 역대로 중국과 일본에서 널리 읽혔으며 그 인기는 근대 이후에도 식지 않았다. 만주에서도 중시했다. 이에 반해 조선과 현대 한국의 주민 가운데 '충경'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前) 근대사회에서 주군, 곧 국가에 대한 충성과 가문에 대한 효성이 충돌할 때 충을 효보다 앞세우는 모습이 한국 역사에선 별로 확인되지 않는다. 모친상 때도 나선 이순신 같은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라시아 동부의 여러 지역 가운데 한반도는 '충경'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효경'만이 득세한 특수한 곳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폴크스바겐 판매 급증이라는 한국적 현상을 보고 충(忠)보다 효(孝), 공(公)보다 사(私)가 더 득세한 이 특수성을 떠올린 것은 며칠 전이 6·25였기 때문이다. "중공군이 온다는 말만 들으면 먹던 밥숟가락까지 던지고 도망쳤다"(백선엽 장군)는 우리 모습이 그려져서이다. '외적과 싸
우는 데는 등신, 우리끼리 싸우는 데는 귀신'인 역사가 바로 이 특수성과 닿아 있다고 본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최근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반 성인의 45%, 대학생의 62%가 '국가보다 개인이나 가정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가 이런데 실제 전쟁에선 어떨까. 우리는 대들보 없이 어찌어찌 서 있는 나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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