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1일 의미 있는 협정서에 서명을 했다. 4300㎞에 이르는 국경선 획정을 41년 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영유권 분쟁의 핵심이던 헤이룽장(아무르강)의 영토 분쟁에 대한 협의 결과, 러시아가 점유해온 볼쇼이 우수리스크(헤이샤쯔)섬은 절반씩 나눠 갖고 타라바로프(인룽)섬은 오는 9월 중국이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섬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마무리된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지구상에서는 크고 작은 섬 쟁탈전이 진행 중이다. 과거 분쟁의 전형적 형태가 종교와 민족, 이데올로기가 얽힌 영토 싸움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원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섬 영유권 확보를 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일본은 주변국들과 섬 영유권 확보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해결된 섬 분쟁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지난 5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간 ‘페드라 브랑카(말레이시아명은 풀라우 바투 푸테)’ 영유권 다툼이다. 이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icj)로까지 번졌다.
폭 130m, 길이 60m인 이 조그만 무인도의 영유권을 놓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28년간 분쟁을 벌여왔다. 말레이시아는 역사적 문헌 등을 근거로 자국 영토임을 주장했고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독립 이후 실효 지배를 계속해왔다는 점을 내세우며 맞섰다. icj는 1953년 말레이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서신을 보낸 이래 79년까지 단 한번도 싱가포르의 실효 지배에 반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싱가포르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러시아의 북방 4개 섬(쿠릴 열도)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쿠릴열도 남단의 에토로후,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에 대해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1855년 러·일 화친조약 이후 계속 일본 영토였지만, 45년 얄타 협정으로 양도를 보장받은 소련에 2차대전 종전 이후 넘어간 땅이다. 일본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도 “북방 영토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이지만 현재 러시아연방에 의해 불법 점거돼 있기 때문에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적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노골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본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일본은 그러나 중국 및 대만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정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국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교과서 해설서에 직접 언급하고 내년에 검정 신청될 새 중학 교과서에 ‘일본 영토’로 명기토록 하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가급적 거론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70년 이후 센카쿠 인근 해저에 막대한 양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해 당사국 간 신경전은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일본과 중국은 또 북태평양 공해상에서 오키노토리 섬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섬은 만조 때 수면 위로 나오는 바위 2개로 이뤄져 있다. 중국은 ‘섬이 아니라 바위’라며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법상 ‘섬’은 eez 설정의 근거가 되지만 ‘바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곳에 콘크리트, 산호초 등을 이용해 면적을 넓히고 일본 영토임을 표시하는 표지판까지 설치했다.
남중국해 남단에 위치한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의 작은 섬들을 놓고서는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가 복잡하게 얽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82년 포클랜드(말비나스) 섬을 둘러싸고 전쟁까지 벌였다. 영국이 승리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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