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핵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B-1, 2, 52와 함께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트라이던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3대 핵전력으로 꼽는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24일 발사 실험에 사실상 성공한 SLBM은 한국군엔 위협이다.
수심 20m서 발사해 탐지도 어려워 미국, 3대 핵전력 중 하나로 꼽아 2단계 로켓에 고체연료 기술까지 현재 구축 중인 킬체인 무력화 우려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관계자는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의 지상 미사일을 탐지하고 방어하기도 버거운데 SLBM이 전력화된다면 부담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SLBM의 전략적 가치는 사전 탐지가 불가능하고 요격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로 움직이는 잠수함은 충전 과정에서 선체를 물 밖에 드러내는 순간을 제외하곤 찾기가 어렵다. SLBM은 수중 10~20m에 있는 잠수함이 압력을 이용해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낸 뒤(사출 단계) 공중에서 점화해 발사하는 콜드 론칭(cold launching) 방식을 사용한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SLBM은 500여㎞를 날아갔다. 이 정도 를 날아가려면 2단계 로켓과 고체 연료가 필요하다. 로켓의 원활한 분리를 통해 미사일을 멀리 보내는 것은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액체 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 또한 진일보한 점이다. 물속에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24시간 감시하며 발사를 감지하는 육지의 미사일과 달리 사전에 공격 징후를 판단하기 어렵다. 한국 해군의 초대 잠수함 전단장을 지낸 김혁수 예비역 준장은 “잠수함은 부대를 출발해 수중 항해를 할 경우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SLBM인 ‘북극성 1호’는 이번 발사 실험에선 고각 발사를 통해 고도를 높여 500㎞를 날아갔다. 고도를 조절할 경우 2000㎞ 이상 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북한이 신포항 앞바다로 이동해 수중에서 미사일을 쏜다면 한반도 전역은 물론 미군 증원세력이 머물고 있는 일본과 오키나와섬 전체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SLBM에 핵을 탑재할 경우 잠수함이 접근해 미사일이 도달하는 거리는 핵 미사일 공격 범위가 되기 때문에 북한의 핵 위협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라며 “유사시 미국 서부 해안에 있는 도시들을 위협하며 미국의 전쟁 개입을 막고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도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도 SLBM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LBM은 속도가 음속(마하)의 7배(초속 2.3㎞) 이상이다. 잠수함이 육지 가까이 이동해 발사할 경우 탐지를 하더라도 요격이 쉽지 않다. 300㎞를 날아가는 데 2분 남짓 걸린다. 사드는 ‘탐지-분석-추적-요격미사일 발사’ 과정을 거친다. 사드 레이더에 포착되기만 하면 요격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성주군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동·서해안 남쪽 또는 남해안으로 잠수함을 몰고 와 미사일을 쏠 경우 막기 어렵다. 또 북한이 SLBM을 갖출 경우 한국군이 구축 중인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킬체인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공격이 명백할 경우 선제 타격하는 개념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함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LBM 여러 발을 탑재할 수 있는 핵 잠수함 건조는 남북한 군사력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25일 “북한이 3000t급 이상의 중형급 핵추진 잠수함을 비밀리에 건조 중”이라며 “작업 진척 속도가 빨라 내년 중반쯤이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의 새 잠수함 기지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함경남도 신포에 있는 새 잠수함 기지(추정). 38노스는 지난 22일 촬영된 이 위성 사진에서 왼쪽 화살표는 건설 중인 방파제를, 오른쪽 화살표는 잠수함을 건조 또는 유지보수하기 위한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38노스 제공. 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SLBM 개발과 함께 몇년 전부터 여러 발의 SLBM 탑재가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투트랙’으로 추진해왔다”며 “핵탄두를 장착할 수준의 SLBM을 2000t급 디젤 잠수함에 한 발만 탑재한다는 건 군사적인 면에서 리스크가 큰 데다 잠수함 전력 운용에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추진 잠수함의 뼈대는 소련에서 퇴역한 잠수함이며, 재설계 작업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SLBM은 지름 1.5m, 길이 8.9m로 추정된다. 핵탄두를 650㎏까지 소형화한다면 SLBM에 장착할 수 있다. 이러한 SLBM을 한 발만 잠수함에 싣는 경우와 여러 발을 탑재할 때 위협 강도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노동신문은 25일 1~2면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관련 사진 24장을 게재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3일 발사 당시의 SLBM(왼쪽)과 오늘자 사진의 SLBM 모습을 비교한 것으로, 하단부 톱니 모양의 장치가 추가된 것이 보인다. 연합
미국에서도 북한이 SLBM 탑재용으로 개발 중인 ‘신포급’이나 ‘고래급’ 잠수함보다 더 큰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보분석업체 올소스 어낼리시스의 북한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주최한 전화간담회에서 “북한이 기존 잠수함보다 더 큰 새 잠수함을 만들고 있으며 몇년 전 그런 잠수함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