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닥친 5일 인명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순직한 고(故) 강기봉(29) 지방소방교의 영결식. 위패와 영정 행렬이 운구차량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18호 태풍 ‘차바’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5일 태풍으로 고립된 마을 주민을 구조하러 나섰다가 순직한 고(故) 강기봉(29) 지방소방교의 영결식이 8일 오전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울산광역시청 장(葬)으로 치러졌다.
오전 10시 엄수된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고인의 친구, 동료 500여명이 참석해 강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기봉아. 태풍이 왔던 그 날 아침 다짐했잖아. 이보다 더한 태풍이 와도 문제없을 거라며… 안전구호 외치며 시작했잖아. 여기 국화에 둘러싸여 사진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기봉이 네가 맞는 거니. 그 거센 물속에서 혼자 헤매며 견디다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다니… 나의 동료 강기봉 소방교를 영원한 울산소방인으로 가슴에 묻는다”
강 소방교와 함께 온산119안전센터에 근무했던 신회숙(여·33) 소방교가 조사(弔詞)를 낭독했다. 신씨가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강기봉 소방교는 귀소하라. 다시 말한다. 강기봉 귀소하라. 기봉아…”라며 강씨의 이름을 부르자 유가족, 동료들의 오열과 흐느낌이 영결식장을 가득 채웠다.
영결식에서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까지 지킨 고인의 아버지는 31년간 소방서에서 일했던 퇴직 소방공무원이다. 강 소방교는 평소 “아버지를 본받아 소방관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결식 전 아들의 빈소에서 사고 당시 현장이 어렴풋이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던 아버지는 “이때 빠져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말을 여러 번 되뇌였다. 그러면서도 “119대원이라면 남을 구하는 일이 직업이니까… 안타깝지만 해야 할 일을 하다가 떠난 아들이 자랑스럽고, 원망이나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동료 소방관들의 도열 사이로 아들의 영정과 함께 운구차에 오르던 아버지는 눈물로 배웅하던 김기현 울산시장의 손을 잡으며 “챙겨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화장장으로 향했다.
8일 오전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고(故) 강기봉 지방소방교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한 소방관이 오열하고 있다. 강 소방교는 태풍 '차바'가 상륙한 지난 5일 구조활동을 벌이다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뉴시스
울산 온산소방서 구조대 소속인 강기봉 소방교는 태풍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5일 낮 12시 10분쯤 고립된 마을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 정수장 인근 마을로 출동했다. 태풍으로 회야강이 불어나면서 마을 주민 일부가 고립됐고, 구조대원 3명이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다.
구조대원들이 마을 주택 옥상에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 위해 퇴로를 확보하던 중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강 대원이 물살에 휩쓸려 갔다. 다른 대원들은 전봇대 등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벗어
났다. 대원들의 구조작업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지만 강 소방교는 6일 오전 11시 10분쯤 실종 지점에서 강 하류를 따라 약 3㎞ 떨어진 지점의 강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온산소방서 관계자는 “강 대원은 구조 현장에서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있어도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에 뛰어들던 용감한 대원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