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덕에 들어선 정부, 노조 합법화 해달라"… 국정기획委 압박 노동·진보단체도 문재인 정부 초부터 友軍 자처하며 '지분' 요구
새 정부를 향해 "빚진 과거를 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법외(法外)노조 철회를 요구해온 전교조가 이번에는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를 상대로 '팩스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처럼 전교조와 노동단체,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 현 정권 집권에 '우군(友軍)'이었다고 자처하는 세력이 "우리가 기여한 만큼 돌려달라"는 요구가 새 정부 초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은 "고마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요구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어서 곤혹스럽다"고 하고 있다.
전교조는 2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5~6월 분회 활동 자료집'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위해 지회·분회가 실천할 일의 하나로 '대통령 기획자문위 대상 팩스 투쟁'을 들었다. 최근 "모두가 침묵할 때 용기 있는 항의가 없었다면 촛불 혁명, 조기 대선, 새 정부 수립이 불가능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빚 독촉'을 한 전교조가 국정기획위까지 압박 범위를 넓힌 것이다.
전교조는 또 ▲매주 수요일 학교 앞 또는 지역 교육청,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 앞 등 지역 거점 1인 시위 ▲의견 광고 등을 분회 실천 항목으로 들었다. 본부·지부에서는 ▲시도교육청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 ▲국회·지역구 의원 대상으로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 ▲신정부, 기획자문위 상대 협의 등 계획도 밝혔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 외에도 ▲교원 평가 업무 거부 ▲성과급 폐지 서명, 균등 분배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5~6월 각종행동을 하겠다고 자료집에서 밝혔다.
전교조는 '정세와 동향'에서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우리가 단지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그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목소리가 커지고 우리가 행동에 나설 때만 세상이 바뀐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013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는 규약 때문에 법적 노조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후 1심과 2심 법원 모두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헌법재판소도 법외노조 통보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규약은 수정하지 않은 채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선거 대책위 기구가 전교조 재합법화를 촛불개혁 1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법원이 2심까지 정부 조치가 옳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전교조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긴 쉽지 않다"며 "전교조는 더 공격적으로 '빚 갚으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 靑 "민원 하루 300건" 전교조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 아니다" 민노총 "한상균 위원장 석방하라" 참여연대 "非검찰 법무장관 임명" 실명 밝히며 "인선 배제" 요구도
- 27일 '촛불행동' 집회 "새 정부 우선 과제 압박할 것"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與圈)에 친여(親與) 성향 각종 단체의 입법 요구와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상대로 이른바 '팩스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다른 단체들도 "이번 정권 교체는 1700만 촛불, 5개월간의 촛불이 만든 것"이라며 '촛불 과제'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민원·요구 靑에 하루 300건, 민주당 150건
24일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는 여러 단체가 농성을 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알리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사측 변호인을 맡아 논란이 됐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또 세월호 유족들은 2차 특조위 설치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국가 차원의 실종자 수색을 요구하고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청와대에 곧바로 접수되는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300여 건쯤 들어온다"고 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사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생지원국에 하루 평균 150건의 민원과 요구사항이 접수된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실에도 민원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소속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각종 단체의 입법 요구가 셀 수도 없이 많다"며 "지난 보수 정부에서 들어주지 않던 것들을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해달라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안행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각종 단체 차원의 요구도 많아서 당에서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다"면서 "안행위의 경우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진상 규명, 세월호 진상 재조사 등을 우선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촛불 단체' 27일 대규모 집회
각종 단체의 요구 중에는 사드 배치 철회 등 외교 안보 사안이나 재벌·검찰 개혁 등 장기적 국가 운영과 관련된 주제도 있지만,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요구처럼 단체의 이해와 관련된 것도 적지 않다.
금속노조 조합원 3000여 명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3대 법안 입법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는 재벌 개혁, 제조업 발전, 노조 파괴 금지 등을 새 정부의 '핵심 입법 과제'로 선정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집회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3대 입법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갑을오토텍 등 장기 투쟁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계는 여권에 지난 정부에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도 압박하고 있다. 노동계 출신인 이용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통합을 위해선 박근혜 정권의 탄압으로 희생당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석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15년 민중 총궐기 등을 주도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1년 6개월째 복역 중이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이른바 '촛불 단체'들은 27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금당장 촛불행동'이란 명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지금당장 촛불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타올랐던 촛불의 열망과 요구를 다시 태우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 대개혁 실현을 새 정부가 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전교조도 서울 대학로에서 '창립 28주년 기념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연다. 전교조 합법화가 핵심 요구 사항이다.
참여연대는 공개적으로 인사에 관한 요구 사항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선 직후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비검찰 출신으로 임명하라"고 했었고, 조국 민정수석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 밖에도 참여연대는 특정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런 사람은 인선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