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를 하고 학교에 갔다가 처참한 주검으로 돌아온 여덟 살 딸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딸을 죽인 범인 앞에서 어머니는 당찬 목소리로 선서하고 증인석에 섰다.
12일 오후 인천지법 413호 법정. 올 3월 인천의 한 공원에서 A 양(8)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피고인 김모 양(17·구속 기소)을 바로 옆에 두고 A 양의 어머니는 증언 내내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기억을 더듬다 목소리가 떨릴 때마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준비한 손수건을 꼭 쥐었을 뿐 눈에 가져다 대지도 않았다. 피고인석의 김 양은 1m 앞에 있는 A 양의 어머니를 쳐다보지 못하고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였다.
○ “얼마나 보물 같은 아이였는지 알아야 한다”
A 양의 어머니는 딸을 마지막으로 봤던 날을 떠올리며 평소 딸에게 스마트폰을 쓰지 않도록 한 자신을 자책했다. 김 양은 “엄마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전화기를 빌려줄 수 있느냐”며 다가오던 A 양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A 양의 어머니는 “스마트폰이 애들한테 안 좋다기에 최대한 나중에 사주려고 했다. 급할 때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전화기를 빌리라고 가르쳤는데 이렇게 될 줄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사건 당일 저녁이 되도록 딸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딸의 운명을 감지했던 순간을 담담히 설명하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딸아이가 아파트로 올라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혀서 내려오는 장면을 애타게 찾았는데 끝내 없더군요. 옆에 있던 형사님이 불쑥 전화 한 통을 받더니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이상하다 싶었는데 밖에 나갔던 남편이 울면서 들어오는 걸 보고 알았죠. 우리 딸 안 오는구나….”
바닥만 내려다보던 김 양은 A 양의 어머니가 장례식장에서 딸과 작별하던 순간을 증언하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A 양의 어머니는 “염하기 전 아이 얼굴을 봤는데 예쁘던 얼굴이 검붉은 색을 띠고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며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었는데 (시신이 훼손돼) 잘라서 입혔다”고 말했다.
A 양의 어머니는 “3남매 중 막둥이인 우리 딸은 퇴근한 아빠에게 와락 안겨서 뽀뽀하고 고사리손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안마를 해주던 아이였다. 개구지고 장난기 가득한…. 집에 가면 환하게 웃던 그 아이가 지금은 없다”며 읊조리듯 말했다. A양 어머니는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 수목장을 했다. 언제나 같이 있어주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그렇게 보냈다”고 말했다. 순간 방청석과 취재진은 울음바다가 됐다.
정면의 재판부를 바라보며 증언하던 A 양의 어머니는 이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피고인석에 있던 김 양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막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인이 알았으면 합니다. 그 아이는 정말 보물 같은 아이였습니다. 그날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같은 일을 당했을 겁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제대로 알길 바랐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 양과 박 양은 연인 사이”
A 양의 어머니가 증언을 마치고 퇴정하자 김 양은 한순간에 울음기를 걷어내고 안경을 고쳐 썼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변호인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몇 분 뒤 공범인 박모 양(18)이 법정에 들어와 증인석에 앉자 김 양은 괴로운 듯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김 양은 지난달 23일 열린 박 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양의 지시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돌발 증언을 했다. 박 양에게 살인교사 혐의가 추가되면 박 양은 직접 살인을 저지른 김 양과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된다. 증언대에 선 박 양은 김 양에게 조금도 시선을 두지 않고 몸을 왼쪽으로 돌린 채 검사 쪽을 보며 증언했다.
검사는 김 양이 범행 열흘 전쯤 “박 양에게 기습키스를 당했다”며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맞느냐. 계약연애를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양은 “김 양이 먼저 기습키스를 했다. 계약연애는 장난으로 한 이야기일 뿐 연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양은 박 양의 무표정한 얼굴을 힐끗 보더니 심경이 복잡한 듯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검사가 이날 공개한 김 양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양은 A 양을 살해하기 직전 박 양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집 베란다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인다”라고 하자 박 양이 “그럼 거기 애들 중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꺅”이라고 말했다. 검사가 “이 같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박 양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 “김 양, 아스퍼거증후군 관련 서적 탐독”
이날 재판에서는 김 양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이모 씨가 증인으로 나와 김 양의 당시 언행을 낱낱이 증언했다. 이 씨는 “피해자 부모에게 사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김 양이 ‘나도 힘든데 왜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하냐’고 반문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김 양이 어떻게 여기서 20, 30년을 사느냐고 하소연을 하다 어느 날 변호사를 만나 정신병 판정을 받으면 감형된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부터는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김 양은 그날 이후 부모가 넣어준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의 일종이지만 언어와 인지능력은 정상인 만성질환)’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는 김 양 측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 증인으로 나온 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김 양 면담 결과 조현병이나 아스퍼거 가능성은 없으며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며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검 수사자문위원인 김 교수는 “김 양이 수감생활로 허송세월하거나 벚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김 양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이어지자 변호인의 옷깃을 여러 번 잡아당기며 “반박해 달라”는 듯이 귓속말을 했다. 변호인이 “알겠다”고만 하며 반대신문을 하지 않자 김 양은 변호인에게 A4 용지 절반 분량의 메모를 적어줬다. 참다못한 김 양은 변호인 앞에 있는 마이크를 향해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안 좋았고 적응도 못 했다. 정신감정을 다시 받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양의 결심 공판은 다음 달 9일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인천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유괴돼 살해된 8살 여자 초등학생의 어머니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인 10대 소녀와 사건 발생 이후 첫 대면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숨진 딸에 관한 이야기와 법정출석 이유 등을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10대 소녀는 피고인석에서 큰 울음을 터뜨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12일 인천지법 형사15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 초등생의 어머니 A씨(43)는 발인하기 전 딸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렸다.
A씨는 “염을 하시는 분이 아이의 얼굴은 괜찮다고 해서 잠자는 얼굴을 생각했는데,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옷을 잘라서 입혔다”며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수목장을 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살인, 사체손괴, 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ㄱ양(17·구속)은 피고인석 책상 위에 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숙였다. A씨의 증언이 이어지자 흐느끼더니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두 차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ㄱ양과 마주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법정을 나온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ㄱ양을 쳐다봤다.
A씨는 “우리 막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피고인이 알았으면 했다”며 “가해자가 언젠가 세상에 다시 나올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어떤 아이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라며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 외에도 ㄱ양의 심리를 분석한 대검 수사자문위원,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범 ㄴ양(18), ㄱ양의 구치소 동료 등 3명의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대검 수사자문위원은 ㄱ양에 대해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혼란스러워하거나 별다른 죄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감 생활로 허송세월하거나 벚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ㄱ양은 그동안 알려진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니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적인 특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ㄱ양의 결심공판은 다음 달 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ㄱ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범 ㄴ양은 ㄱ양의 살인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막지 않았고 같은 날 오후 5시 44분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ㄱ양으로부터 초등생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10대 살인자’, 영·미·캐나다 형량 비교해보니… 이웃집 9살 소녀 살해한 ‘15살 소녀’ 종신형 17살 영국 청소년, 10살 소녀 살해하고 종신형 12살 소년, 8살 남동생 살해하고 10년형 선고
2009년 9살 이웃집 소녀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당시 15살의 알리샤 부스타만티. 항우울제를 복용중이던 그는 “살인의 기분을 알고 싶어서” 무고한 소녀를 죽인 죄로 10대임에도 최소 30년을 복역해야 하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페이스북 갈무리
10대, 정신질환, 잔혹 살인…최근 몇 달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단어다. 그만큼 지난 3월 인천에서 발생한 10대 여학생의 8살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은 충격파가 상당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그리고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까지도 성인이 아닌 만 18살 이하의 미성년자이기에 재판 또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범죄의 이례성과 맞물려 주목받는 것은 국내 소년법이다. 국내에서는 미성년자가 아무리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형량이 20년밖에 되지 않는다. 가석방까지 고려하면 인천 10대 살인범은 15년 정도 징역형을 살면 신체의 자유를 얻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외국 또한 정신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이 행한 죄의 경우 “두번째 삶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처벌이 비교적 관대한 편이지만 범죄자가 15살 이상일 경우에는 ‘성인’과 같은 수준의 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몇몇 사례를 모아보면 이렇다.
■ 10살 발레리나의 꿈을 꺾은 ‘아스퍼거스 증후군’ 10대
2003년 12월 말, 영국 레스터셔가 발칵 뒤집혔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발레리나를 꿈꾸던 10살 소녀, 로지 메이 스토리가 누군가에게 질식사를 당한 것. 로지의 부모를 포함한 50여명의 어른들이 1층에서 웃고 떠들면서 파티를 진행하던 중에 일어난 사건이어서 지역 사회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붙잡힌 살인자는 17살 폴 스미스였다. 로지가 참석한 파티가 열린 곳은 스미스의 삼촌 집이었고 그 역시 문제의 파티에 참석중이었다.
영국 <비비시>(BBC)는 ‘폴 스미스’에 대해 “학교에 다녔던 11년 동안 ‘이상한 소년’으로 불렸다. 자폐 성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사건 발생 전에도 12살 소녀를 침대에 묶거나 또래 여자아이를 총으로 위협했던 전력이 있었지만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았던 터였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17살 폴 스미스에게 살해된 10살 로지 메이 스토리. 페이스북 갈무리
스미스의 가족과 변호인은 재판 내내 “스미스가 충동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운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관은 1급 살인을 인정해 그에게 종신형을 내렸다. 2014년 1월 스미스 쪽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무죄 혹은 감형을 바랐으나 항소는 기각됐다. 영국 언론은 “스미스가 범행 당시 17살이었기 때문에 최소 형량이 12년이었다. 만약 그가 당시 18살이었다면 최소 형량은 30년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성년’과 ‘미성년’의 형사 처벌 수위는 그만큼 크다.
■ 9살 이웃소녀를 살해한 15살 ‘우울증 소녀’
인천 10대 청소년의 초등학생 살인사건과 가장 흡사한 사건은 미국 미주리 주에서 있었다. 2009년 10월, 제퍼슨 시 조그만 마을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15살 알리샤 부스타만티가 이웃집에 살던 9살 소녀(엘리자베스 올텐)를 숲으로 유인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어떨지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엘리자베스를 살해한 날, 알리샤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방금 누군가를 죽였다. 목을 졸랐고 목을 그었고, 찔렀다. 굉장했다(It was ahmazing-일기 표기 내용 그대로 쓴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꽤 즐거웠다. 지금 교회에 가야겠다. ㅋㅋㅋ(영어 표현상 lol)”
전직 미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는 이와 관련해 “15살 소녀가 9살 소녀를 죽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보도했던 지역 기자 역시 “정말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돌아봤다. 알리샤의 변호인은 “알리샤는 수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3살 때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었다”며 “평소 복용하던 항우울제 때문에 자해를 하는 등의 폭력적이 됐던 것”이라고 변호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녀의 계획된 이웃집 소녀 살해. 놀랍도록 인천사건과 닮지 않았는가.
3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알리샤는 1급 살인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검사와 합의를 거쳐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2급 살인으로 가석방 있는 종신형을, 또다른 혐의인 암매장 등으로 30년형을 받았다. <데일리메일>은 “알리샤가 최소 35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가석방 등으로 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 10대 살인자에서 20대 대학생 된 J.R.
폴 스미스나 알리샤 부스타만티처럼 10대 때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으나 10년 만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10대 살인자’도 있다. 남자친구와 공모해 부모와 남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10년 형을 선고받은 12살 제이알(J.R.)이 그 주인공이다. 익명을 보장하는 소년법상 제이알로만 불리는, 캐나다 최연소 복수(여러명을 죽인) 살인자는 지난해 5월 자유의 몸이 돼 캘거리 대학에 입학했다.
12살때 8살 동생을 죽인 뒤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출소해 대학생이 된 제이알. 그의 이름과 얼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페이스북 갈무리
제이알은 2006년 당시 23살이던 남자친구 제레미 스테인크와 함께 나이 차이 때문에 둘의 교제를 반대하던 부모와 8살 동생을 살해했다. 스테인크는 제이알의 부모를 차례대로 죽였고 제이알은 직접 잠을 자던 동생의 목을 칼로 찔렀다. “부모없이 혼자 있을 동생이 걱정됐다”는 게 범행 동기였다.
제이알은 캐나다 소년법상 12~14살 사이 미성년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인 10년을 선고받았으나 감옥에 갇혀 있던 시간은 고작 4년 반 정도밖에 안 됐다. 감옥 밖 그룹홈에서 감독관의 감시 하에 외출을 허가받는 등 자유롭게 생활했으며 캘거리대 부속 교육기관에서 수업도 들었다. 전 과목 에이(A) 학점을 받을 정도로 성적은 우수했다. 현재 22살이 된 제이알은 새로운 신분을 부여받았다. 앞으로 5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살인자였던 ‘과거’ 또한 지워진다. “제이알이 살인 계획을 전부 세웠다”고 주장했던 남자친구 스테인크는 25년 동안은 가석방이 안되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 10대 살인범의 이름을 공개하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한나 레플라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16살 한나를 죽인 전 남자친구도 미성년자여서 재판 내내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소년법정에서 살인을 어린 시절 불후했던 환경 탓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재판관은 그를 ‘미성년’이 아닌 ‘성년’ 형량에 맞춰 10년 동안은 가석방이 없는 조건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의 나이에 맞게 ‘미성년 범죄자’로 대우 받았다면 그는 6년 뒤 가석방으로 풀려날 수도 있었다. 어른 기준에 맞춰 형량이 결정되면서 그의 이름과 얼굴 또한 마침내 대중에 공개됐다. 스카일라 프로크너, 살인자의 이름이었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된 한나의 엄마, 자넷 레플라는 재판이 끝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마침내 스카일라 프로크너가 내 딸을 죽였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오늘의 승자는 아무도 아니며 아무 것도 이긴 게 없다. 그녀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허한 승리이기는 하지만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8살 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하고도 10년 뒤 사회에 나와 새로운 이름으로 대학생이 돼 새 삶을 살고 있는 제이알과 사전에 계획한 대로 무고한 9살 이웃소녀를 죽여 사회와 최소 30년 이상 격리 된 알리샤.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10대 살인범은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오후 열린 공판에는 피해 초등생(8·여)의 어머니 A(43)씨와 김 양의 심리를 분석한 대검 수사자문위원(심리학과 교수),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범 박(18)양, 김 양의 구치소 동료 등 3명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김 양의 구치소 동료는 "피해자 부모에게 사죄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김 양이 '나도 힘든데 왜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하냐'고 반문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양이 어떻게 여기서 20, 30년을 사느냐고 하소연을 하다 어느 날 변호사를 만나 정신병 판정을 받으면 감형된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부터는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또 김 양이 그날 이후 부모가 넣어준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의 일종이지만 언어와 인지능력은 정상인 만성질환)'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전했다.
또 대검 수사자문위원은 김 양에 대해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혼란스러워하거나 별다른 죄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감 생활로 허송세월하거나 벚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양은 면담 결과 조현병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가능성은 없으며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적인 특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양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이어지자 변호인의 옷깃을 여러 번 잡아당기며 "반박해 달라"는 듯이 귓속말을 했다. 그러나 변호인이 "알겠다"고만 하며 반대신문을 하지 않자 김 양은 변호인에게 A4 용지 절반 분량의 메모를 적어줬다. 참다못한 김 양은 변호인 앞에 있는 마이크를 향해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안 좋았고 적응도 못 했다. 정신감정을 다시 받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