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동학대'방치-비정한 엄마지만 여섯살 아들은 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8.22 10:36
“(우리)엄마 감옥에 가면 절대 안 돼요.”
한쪽 눈 잃은 피해아동, "엄마 감옥가면 절대 안돼요"
어머니가 내연남에게 자신 방치한 사실 알면서도 걱정
자신 학대한 '삼촌'에는 "오랫동안 감옥에서 안나왔으면"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다시 충격 우려에 상황 설명 걱정
엄마의 내연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평생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은 아이는 비정한 어머니와 달랐다. 아이는 지옥 같은 학대로부터 자신을 지켜주지 않고 방치한 엄마를 미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걱정했다. 아이는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주먹을 휘둘러 한쪽 눈을 잃게 한 ‘삼촌(엄마의 내연남)’에 대해서는 엄벌을 바랐다.
현재 '아동학대 피해자 쉼터'에서 지내는 A군(6)은 최근 어머니 최모(35)씨를 걱정하는 말을 전남서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한지혜 관장에게 꺼냈다. 한 관장이 심리치료를 위해 기관을 찾아온 A군에게 조심스럽게 '너의 미래 꿈이 무엇이니'라고 묻자 나온 반응이다.
아이의 꿈은 소박했다. A군은 ”엄마와 둘이 행복하게 살고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한 관장이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만약에 있잖아 엄마가 나쁜 일을 해서 감옥에 간다면 어떻겠니”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A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절대 안 돼요”라고 답했다. 한지혜 관장과 심리치료사의 코끝을 찡하게 하는 답변이었다. A군의 반응은 현재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A군은 어머니 최씨가 내연남 이모(28)씨의 폭행으로부터 자신을 방치한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어머니가 재판을 받고 지난달 27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사실은 아직 모르는 상태다.
어머니 최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을 대신해 집에서 아들을 돌보던 내연남 이씨가 A군을 지속적으로 폭행한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충분한 병원 치료도 받게 하지 않았다.
때때로 이씨에게 항의했다지만 그뿐이었다. 이씨의 주먹에 눈을 다친 A군은 결국 안구를 적출해 한쪽 눈을 영구적으로 잃었다. 어머니 최씨는 아들의 눈 상태를 보고 ”팬더 됐어 ㅠㅠ”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이씨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어린 나이에도 자신을 다치게 한 이씨에 대해서는 처벌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A군은 두 손바닥을 크게 벌리고는 ”삼촌(이씨)은 이~만큼 오래 감옥에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이씨는 1심에서 검찰의 구형량(징역 25년)보다는 낮은 징역 18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아동학대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만 인정했다. 이 때문에 아동의 심각한 피해 정도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A군의 상태는 지난해 11월 초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집이 있는 전남 목포에 내려온 직후보다 훨씬 나아진 상태라는 게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의 설명이다. 쉼터 입소 초기 밤에 자주 깨고 울었지만, 현재는 웃음을 되찾고 어린이집과 태권도장을 다니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A군은 쉼터에서 평범한 아이들처럼 장래 희망도 생겼다. 다른 장난감보다 유난히 소방차를 좋아하는 A군은 소방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A군은 일주일에 한 차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나와 심리치료 등을 착실히 받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A군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려줘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아이가 또다시 큰 충격과 상처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당분간은 어머니의 상황을 알리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어머니 최씨의 친권 상실을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최씨가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데 따른 조치다. 최씨는 1심 선고를 앞둔 지난 4월 무렵 아들에게는 ”잘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한지혜 관장은 “A군은 어머니 최씨가 ‘돈 벌어서 올게’라고 남긴 마지막 말을 굳게 믿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A군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아동학대'방치-비정한 엄마지만 여섯살 아들은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