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여자핸드볼과 비인기종목... 빛과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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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스포츠와 사회체육의 기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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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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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기사입력 : |
2008/08/23 [17: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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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올림픽] 엘리트 스포츠와 사회체육의 기로에서...
2004년 아테에 올림픽 결승전에서 덴마크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열전 끝에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한국 여자 핸드볼. 그리고 이를 소재로 만든 영화 ‘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이 이 올해 상반기 화제속에 상영되면서 다시금 온 국민의 관심의 중앙에 서게 된 핸드볼이긴 하지만, 실상 2004년 올림픽 초반만 해도 여자핸드볼은 한데볼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보다 4년전 열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은 준결승에서 덴마크에 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난뒤 거기서 노르웨이에게마저 일격을 당해 4위에 머물렀었고, 그 이후 세대교체를 이룬 국가대표 여자핸드볼팀은 다른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종목으로 꼽혔던게 2004년 당시 여자핸드볼의 현실이었습니다.
오히려 당시 방송3사는 올림픽에 참가한 축구대표팀의 경기에 열중해 있던 때 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던때라서인지 방송3사는 일제히 그 당시의 분위기를 살려내려는듯 축구경기 시작 수시간전부터 전국 각지의 거리응원 현장분위기를 전하는등 축구중계에만 올인하고 있었고, 이로인해 일부 비인기 종목 팬들로부터는 축구에 치중한 편파적인 방송중계에 대한 원성을 사기도 했었으니까요. 여자핸드볼 역시 예선때는 kbs 2-tv 정도만이 간간이 중계해주는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찬밥신세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느끼게해주는 현장이었다고나 할까요. 여자핸드볼 경기상황을 전하는 2tv 스튜디오 진행자들도 마치 올림픽 중계팀에서 2진으로 밀려난 사람들마냥 웬지 맥빠진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다시말해 여자핸드볼이 다행히(?) 결승전까지 올라가고 덴마크와 치열한 혈투를 벌여 온 국민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기 망정이지 만약 노메달에 그쳤다면 핸드볼은 그냥 도루 한데볼이 되었을것이니까요.
하지만 2004년의 아쉬운 은메달과 영화 ‘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 여파 덕분인지 여자핸드볼은 이번만큼은 귀한대접을 확실히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축구,야구 부럽지 않은 국민의 관심과 매 경기마다 계속되는 방송3사의 생중계. 여자핸드볼 덕분에 88 서울올림픽 은메달 이후론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남자핸드볼까지 덩달아 관심이 쏠리는 지경이니까요. 남자핸드볼은 그야말로 마누라 잘 만나 졸지에 뜬 서방같은 형국이더군요.
하지만 이게 어찌보면 씁쓸한 비인기 종목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사실 여자핸드볼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때 은메달을 땄기에 망정이지 만약 노메달에 그쳤다면 ‘ 우생순 ’ 같은 영화가 만들어질수나 있었겠는가. 그리고 ‘ 우생순 ’에 쏟아진 관심이 없었다면 이번에도 여지없이 핸드볼 중계는 2004년 올림픽 초반의 분위기처럼 축구나 야구중계에 밀렸었을테니까요.
핸드볼에 쏟아지는 여느때와 다른 관심이 아무래도 국가대표 선수단도 신경이 쓰이는 듯 합니다. 자꾸만 영화 ‘ 우생순 ’이 언급되는것에 대해 ‘ 우리 영화찍으러 온 것 아니다 ’며 사뭇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으니까요.
이럴때가 되면 언론뿐만 아니라 제법 생각있는 인터넷의 논객이나 블로거도 한마디씩 하시는 말씀들이 있지요. ‘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 ‘ 열악한 환경에서도 메달을 딴 우리 선수들 정말 장하다 ’. 하지만 그야말로 그때뿐일수밖에 없는 이런 의견들이 사실은 사람 심경을 더더욱 착잡하게 만듭니다.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가져다 주면 좋겠다느니, 우리 여자핸드볼 선수들 정말 장하다느니 하지만 원론적인 축하인사에 그칠뿐, 현재 우리나라 여자핸드볼이 갖고있는 현실과 고민에 대해서 진지한 의견을 내놓는 분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니까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때부터 종종 ‘ 아줌마 부대 ’, ‘ 아줌마의 힘 ’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 아줌마부대 이야기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핸드볼에도 이어집니다. 실제 이번 대회에 참석한 오영란,오성옥 선수는 이제 40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특히 오성옥 선수는 92년 바르셀로나 이래 벌써 다섯 번째 올림픽 참가가 됩니다.
실제 오성옥 선수는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직후에 은퇴를 선언했던 선수이기도 합니다. 오성옥 선수뿐 아니라 이때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많은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이 애틀랜타 대회를 마지막으로 여기고 뛰었던 대회였습니다. 오성옥뿐만 아니라 김미심,김랑,박정림,문향자 선수등이 모두 애틀란타 은메달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으니까요.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핸드볼은 이미 은퇴를 선언하고 결혼까지 한 오성옥 선수를 다시 부를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세대교체를 이룬 새로운 한국 국가대표 선수진으론 키크고 힘센 유럽선수들을 대하기가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니까요. 이를 증명이라도 해주듯 88,92 올림픽 2연패, 95년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 그리고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에 이르는 초절정의 전성기를 누렸던 한국 핸드볼은 97,99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중,하위권으로 밀려납니다. 이게 은퇴한 오성옥을 다시 부를수밖에 없었던 한국 여자핸드볼의 현실이었습니다.
여자핸드볼의 전성기를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볼수 있을까 ? 이게 근본적으로 현재 한국 핸드볼계가 갖고 있는 고민입니다. 오성옥,오영란의 나이가 어느덧 서른여섯인데 설마 이들이 런던올림픽때까지 뛸수 있을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겠죠 ? 두 사람 뿐만 아닙니다. 매 국제대회때마다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허순영, 해외파지만 국제대회때면 여지없이 한국 국가대표로 합류해 제 몫을 해주는 홍정호, 그리고 이번에 우선희의 부상으로 그 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는 박정희 선수등도 모두 30대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빠진 한국 여자 핸드볼의 모습을 상상할수 있을까요 ?
그런점에서 현재 한국 여자핸드볼은 8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상황과도 비슷합니다. 장신의 박찬숙,성정아로 당시 최대의 전성기를 누렸던 여자농구. la 올림픽때는 한국 구기사상 최초의 은메달이란 금자탑을 쌓기도 했지만, 과연 박찬숙,성정아가 은퇴한다면 한국 농구는 그와같은 전성기를 이어갈수 있을까 하는 고민. 실제 la 올림픽이 끝난 얼마후 박찬숙 선수는 코트를 떠났고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농구는 은퇴한 박찬숙을 다시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돌아온 박찬숙의 한국 농구는 서울올림픽때 7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구기종목이 올림픽에서 최초의 메달을 딴것은 76년 몬트리올 올림픽때의 여자배구였고, 8년이 지난 84년 la에서 두 개의 은메달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여자농구와 여자핸드볼입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대체로 핸드볼의 은메달 획득보다 여자농구의 은메달에 더 쏠려있습니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고 결승진출이 확정된 순간 ‘ 감독도 울고, 선수도 울고, 이곳 교민들고 울고... ’ 하는 멘트를 연발해대던 당시 mbc 변웅전 아나운서(현 자유선진당 의원. 3선). 하지만 그것이 여자농구가 올림픽에서 세운 최고의 성적이고 그후 24년. 박찬숙,성정아가 떠난 여자농구는 84년 la의 영광을 재현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의 서울에 이은 2연패, 이어 95년 국제선수권 대회 우승과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덴마크와 연장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획득한 은메달. 확실히 오성옥,홍정호,임오경,오영란등이 20대의 팔팔한 나이로 뛰던 90년대 초,중반이 한국 여자핸드볼의 최전성기였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직후에도 여자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커졌었지만 96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때 여자핸드볼 실업팀이 무려 아홉팀까지 늘어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imf를 거치면서 이들 아홉팀중 무려 다섯팀이 해체됩니다. imf 때야 잘나가던 대기업들도 줄줄이 도산하던 시절이니 그 누가 철없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종목이란 이유만으로 여자핸드볼 실업팀 해체 반대 목소리나 낼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이번 올림픽에선 예선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방송 3사가 모두 중계하는등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고조되어 있음을 느낄수 있더군요.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여자농구도 브라질과 첫 예선경기가 있었는데 kbs 1-tv만 쓸쓸하게 그 중계를 하는것을 보며 4년전 방송3사가 모두 축구중계할 때 2-tv 혼자 핸드볼 중계를 하던 모습이 겹쳐져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다른 비인기종목에선 ‘ 우리 경기도 누가 영화로 만들어주든가 해야 관심이 쏠리겠구먼... ’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법도 합니다. 아니, 근본적으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명승부가 없었다면 ‘ 우생순 ’ 영화 자체가 나올수가 없었을테니. 그야말로 2004년 올림픽 여자핸드볼의 한국 : 덴마크 수준의 명승부를 만들어낼수 없는 종목이라면. 그야말로 지금 핸드볼에 쏠려있는 국민들의 관심을 부러움과 시샘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겁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하키는 9위를 차지했습니다. 남아공에게 1승을 따내기전까진 조예선 전패를 한 상황이라 하마터면 최하위권으로 밀려날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88 서울올림픽 은메달,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4위 이어서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또다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한 여자하키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자하키는 올림픽에서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지요. 문득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당시 pc통신 하이텔 게시판에 ‘ 향수냄새나는 남자농구, 땀냄새나는 여자하키 ’란 제목의 글을 어떤분이 올렸던게 기억이 납니다. 당시 남자농구는 허재등의 맹활약으로 프로농구가 국내에서 한참 뜨거운 인기를 불러모으고 있었던 때였고, 따라서 많은 농구팬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농구에 대한 기대도 컸던때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남자농구는 올림픽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 향수냄새나는 남자농구, 땀냄새나는 여자하키 ’란 제목의 글은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올림픽에서 졸전을 한 농구선수들과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은메달을 딴 하키선수단을 비교하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당시 이 글은 하이텔 스포츠 게시판에서 꽤 많은 조회수와 추천을 기록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반짝 관심이더군요. 올림픽이 끝나고나서 하이텔과 나우누리 스포츠란은 올림픽 최하위를 기록한 농구선수단 및 지도부 인책론으로 들끓었고, 하키나 핸드볼에 대한 이야긴 자연스럽게 게시판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잘했든 못했든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축구나 농구같은 인기종목들. 그게 어쩌면 비인기종목 선수와 종사자들이 갖는 진짜 부러움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면에서 이번에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는 오히려 행복합니다. 잘했든 못했든 올림픽이 끝나고도 축구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계속될테니까요. 그런걸 생각해본다면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왜 한사코 올림픽 메달에 집착하는지 그 속마음을 이해할듯 합니다.
핸드볼은 그나마 아테네의 명승부가 있었고, 그것이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그래서 그 관심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지만, 이번에 9위를 기록한 여자하키는 그런걸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은메달을 땄던 96년이나 9위를 기록한 2008년이나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기는 마찬가지인 여자하키입니다. 그나마 왜 88년과 96년에 은메달을 땄던 여자하키가 이렇게까지 약체로 내려앉았는지 그 속사정을 지켜보고 비교분석하는 사람이라도 있기나 합니까 ?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 대안을 마련하라는 팬들의 목소리라도 있어야 어떤 변화를 기대할수 있을것 아닙니까.
‘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여자핸드볼 아쉬운 은메달을 소재로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하지만 여자핸드볼의 앞으로의 이와같은 승승장구는 앞으로 더 기대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제2의 오성옥, 제3의 오영란이 나오지 않는한 지금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박수를 받는 이순간, 심지어 무한도전 출연진이 mbc 중계석에서 깜짝해설을 하기까지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이. 한국 핸드볼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진짜 ‘ 최고의 순간 ’일지도 모릅니다. 30대 중반을 넘긴 오성옥,오영란,홍정호등이 모두 은퇴하고 올망졸망한 20대만으로 국가대표팀을 꾸려갈 때 한국팀은 과연 아테네나 이번 대회같은 명승부를 보여줄수 있을까요 ?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결국 한국 체육계가 갖고있는 근본적인 모순과 고질병을 이야기하는데서 문제점을 짚어볼수밖에 없겠네요. 사실 축구나 농구 혹은 야구 같은 경우 선수생활을 할때 충분히 미래가 보장되는 종목입니다. 하지만 핸드볼이나 하키 혹은 복싱이나 레슬링 같은 종목 선수가 되면 무슨 미래가 보장되나요 ? 올림픽 금메달 ? 하지만 금메달을 아무나 땁니까 ? 아니, 금메달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대표가 되는 그 자체부터가 쉬운일이 아니죠.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는 엘리트스포츠와 사회체육의 사이에서 기로에선 한국 체육계의 고민으로 연결될것 같네요. 하지만 그 주제까지 다루면 너무 산만해지니까 그것은 다음편에서 올림픽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하기로 하죠.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8강에서 탈락한 축구는 오히려 행복합니다. 잘했든 못했든지간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거니까요. 96년애틀란타 올림픽때 최하위를 기록한 남자농구는 그 직후 선수단과 지도부 인책여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런 관심이 있기에 그런 질책 자체도 결과적으론 한국 농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것 아닙니까. 하지만 은메달을 딴 여자하키는 안타까운 추락을 하는동안 누구하나 지켜보고 관심가져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 향수냄새나는 남자농구, 땀냄새나는 여자하키 ’란 어느 하이텔 회원의 글은 명문으로 많은 추천을 받았지만 올림픽 그때뿐이었습니다. 그 땀냄새나는 여자하키가 추락하고 있을때 그 글을 썼던분이나 또는 추천을 눌렀던 분들중엔 그것에 안타까와하며 질책하는 분이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남자핸드볼은 8강전에서 패해 5-8위전으로 밀려났습니다. 88 서울올림픽 은메달 이후엔 지금까지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남자핸드볼이기도 합니다. 여자는 오늘 노르웨이와 4강전을 치르게 됩니다. 사실 노르웨이는 88 서울올림픽땐 준결승에서 92년 바르셀로나에선 결승전에서 우리가 꺾었던 팀입니다. 하지만 근래의 전적에선 우리가 노르웨이에게 열세라고 하네요.
언론에서 계속 우생순,우생순 하는데 솔직히 듣기 좀 거북해지네요. ‘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이란 영화가 있어 그런 별칭이 핸드볼에 계속 붙어다니긴 합니다만, 그렇다면 이런식의 우생순은 과연 어떤 의미의 우생순인지 기자들에게 좀 묻고 싶습니다. 금메달을 따면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란건지. 아니면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핸드볼 선수들의 그 순간순간 자체가 최고의 순간이란건지. 그나마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우생순 별명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평상심대로 경기에 임해줘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오늘 4강전에서 맞붙게 되는 노르웨이나 만약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이길 경우 결승에서 다시 맞붙게될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나 모두 우리에겐 쉽게 이기긴 어려운 힘든 상대임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여자핸드볼이 메달을 따건 혹은 준결까지 진출한 것으로 머물건, 한가지 분명한건 당분간 여자핸드볼이 유럽의 강호들과 맞붙어 대등한 경기를 치르는걸 보긴 어려울것이란 사실입니다. 90년대부터 활약한 30대 선수들의 수명은 이제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비록 이번에 패한다 할지라도 또는 당분간 여자핸드볼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긴 안목으로 핸드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2의 오성옥, 제3의 오영란을 만드는것은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니까요. 다행히 이번에 대표팀에 새롭게 합류한 신세대 선수들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30대 선수들에게서 보기 어려웠던 과감함과 자신감이 보이네요.
우생순의 여파 덕분인지 현재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은 여섯 개 실업팀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부분 역시 많은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만약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한팀이 해체위기라면 여러분 가만 계셨겠습니까 ? imf때 아홉 개 실업팀중 다섯팀이 해체된 과거가 있는 여자핸드볼입니다.
따라서 올림픽 결과와 관계없이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만이 여자핸드볼을 살릴수 있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그래야만 30대 아줌마 부대도 마음놓고 후배들에게 코트를 맡기고 떠날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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