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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에 의해 허물어지는 신라시대 산성
문경시, 유교문화권관광개발사업 추진 이유로 산성 허물어
 
오마이뉴스 기사입력 :  2008/11/02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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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에 의해 허물어지는 신라시대 산성
문경시, 유교문화권관광개발사업 추진 이유로 산성 허물어
  이만유 (mulbagdal)
  
굴착기가 고모산성을 허물고 있다.
ⓒ 이만유
고모산성


 
신라시대 고모산성 파괴, 문경시 "합법 절차에 의해 이뤄진 사업"
 

지난 10월 28일 오후 경북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소재 신라시대 산성인 고모산성에서는 굴착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역에서 함께 문화재지킴이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산성이 파괴되는 현장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고모산성 일부가 굴착기 두 대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급히 사진을 몇 장 찍고 처음 현장을 본 그 선배와 함께 문경시청 문화관광과에 가서 경위를 알아보고 항의하며 훼손방지대책을 건의했다. 그러나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으로 문화재위원 등의 심의를 거쳐 합법 절차에 의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사업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다. 이후에는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더 이상 고모산성을 훼손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문화재 훼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 없어 10월 29일 문화재청에 전화했다. 상황설명을 하고 긴급출장이라도 와서 현장을 보고 빠른 대책을 찾아 문화재가 더 이상 훼손, 파괴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비지정문화재라 문화재청에서 직접 어떤 조치를 할 수 없단다. 경상북도와 문경시청에 알아보겠다고 하였으니 그 추이가 궁금하다.
 
고모산성은 길이가 1256m다. 당초 2세기경에 축성된 산성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서문지와 고분 발굴 유물로 보아 5세기경(470년)에 축성된 산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성이라는 보은의 삼년산성과 축조방법이나 시기가 비슷하고 신라가 한강 일대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한 산성이다.
 
  
1530년 전에 정교하게 쌓은 성이 보이나 이 곳을 다 허문다고 함.
ⓒ 이만유
고모산성
  
굴착기가 마구 허물고 있다.
ⓒ 이만유
고모산성

지난해 신라시대 대형 지하목조건축물 발굴
 
지난해에는 고모산성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25.1평 3층 구조) 신라시대 대형 지하목조건축물이 발굴되어 한국목조건축술 연구의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는 보도가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뜻있는 문경시민들과 일부 언론, 문화재지킴이단체 등은 고모산성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으므로 사적지로 지정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문화재지킴이들은 기와 파편 하나, 토기 한 조각도 소중한 문화자산이라고 알고 함부로 다루지 않고 보호보존하려 한다. 그런데 어찌 국민을 계도하고 지도하는 관청에서 관광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를 파괴, 훼손하는 공사를 발주해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고도 국민들에게 문화재를 사랑하고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국가예산이 문화재를 파괴하는 데 쓰여진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유교문화권관광개발사업 추진에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 사업이 유교문화와 관련 없는 지역과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 신라시대 축성된 산성인 고모산성성벽정비 사업에 수십억이 투자되고 있는데 정비는커녕 문화유산을 산산조각 내는 행위로 연결되고 있다.
 
정년 산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무너질 위험이 있는 곳엔 지지대를 대고, 사진을 찍고 기록하면서 하나하나 돌을 빼내야 한다. 이전 성벽돌을 모두 깨고, 요즘 돌로 쌓은 산성을 두고 고모산성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웃을 일이다.
 
지금도 공사는 진행되고 있고 문화재는 사라지고 있다. 8만 문경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촬영된 사진에는 아직 1530년 전에 정교하게 쌓은 성벽이 남아 있으나 며칠 후면 흔적도 없이 모두 파괴되어 사라질 것이다. 얼마 뒤에는 그 자리에 새 돌로 정비 복원된 흉물이 자리하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해,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완전히 원칙을 저버렸다며 분개하고 있다. 발굴 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소를 복원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물론 국내 성곽전문가를 전혀 참가시키지 않았다는 것. 황 위원장은 또 유적을 복원하려면 번호를 매겨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번 건은 파괴행위라고 강조했다.
 
"오래 된 성곽 복원은 사실 안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1500년 전 질감을 지금 전혀 살릴 수 없거든요. 지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고모산성이 굴착기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 이만유
고모산성

 
  
전반부가 이미 정비된 곳이고 파헤쳐진 부분이 이번에 추진하는 사업구간이다. 그 뒤로 옛 산성의 모습이 보인다.
ⓒ 이만유
고모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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