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공산권이 몰락한 이후 언제부터인가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공산주의 같은 구 시대의 이념대결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과 철학의 창조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소위 ' 신 이념 창조론 ' 혹은 ' 이념의 세대교체론 '이란 주장을 해왔었다. 90년대 후반경부터 하이텔 프라자란등에서 이따금 그런 이야길 할때부터 시작한다면 어언 10년 가까운 세월이다. - 아이러니는 90년대 후반에 하이텔 프라자란에서 ' 이젠 좌우갈등을 극복하고 새시대에 걸맞는 합리적인 정강정책을 개발할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고 할땐 한나라당 알바로 몰린적이 종종 있었는데 요즘 ' 이념의 세대교체 '론 운운하면 심지어 이것마저도 좌파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는 강경 우파성향 네티즌도 있다는 점이다.
반드시 그때의 이념의 세대교체론이 맞아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현실을 보면 자본주의-공산주의의 개념은 점차 퇴색되어가고 차츰 ' 민족주의 '와 ' 세계화 '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90년대 중반 김영삼 정권은 이미 ' 세계화 '를 미래비전으로 내세운바 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민심이 ys에게서 멀어지고 있을때라 그의 세계화 선언에 대한 여론은 시큰둥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뉴라이트 운동의 일각인 ' 자유주의 연대 '가 세계화를 다시 기치로 내건것에 주목했었다.
결국 21세기는 세계화와 민족주의라는 두 개의 가치관중 어느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더 이로운지를 놓고 또 한차례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에서 우리사회의 민족주의의 현 주소를 한번쯤 돌아보고 민족주의 정당의 필요성을 한번 역설해보고 싶었다.
' 민족주의 '하면 우리가 바로 떠올릴수 있는 것은 반미감정, 반일감정 대략 그런것들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에 팽배해있는 반미감정은 386 파워엘리트 그룹을 위시한 현 집권세력의 반미사상에 근본을 둔 것으로 그 시발점은 역시 80년대 운동권의 친북반미 경향에 있다고 봐야한다.
386 세대의 반미감정의 뿌리는 역시 80년 광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5.18 당시 광주에서의 소요사태를 전두환이 무력진압한 것을 왜 미국이 만류하지 않았는가하는데서 생긴 반미는 결국 '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하구나 '하는 역사인식으로까지 확대되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남전략과 고리가 맞물릴 수밖에 없었다.
열린우리당이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열우당을 위시한 현 집권세력과 386 파워엘리트 그룹은 반미감정과 친일파 청산 같은 반일감정 선동을 자신들의 지지세 확산에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사회에 친북좌파적 경향의 여론이 확산되는 결과만 낳을뿐 제대로 된 민족주의라고 볼 수 없다.
또 한가지 우리사회의 민족주의 경향은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이다. 흔히 증산도나 대순진리회 같은 단체들을 연상케하는 소위 ' 민족종교 '들. 이들은 대개 우리나라에 예수님, 부처님보다 더한 구세주가 나타난다는 식의 논리로 교리를 전파 기성 종교단체들의 부패에 실망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엔 언제부터인가 떠돌기 시작한 ' 한단고기 '류의 검증안된 역사서들도 한몫을 담당한다. 수천년전에 우리민족이 아시아대륙의 태반을 지배했다는 식의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난감한 사서(史書). 그러나 이런식의 민족주의는 결국 배타적인 국수주의를 낳는다.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의 정치참여 시도는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군소후보에 그치긴 했지만 한얼교 교주인 신정일씨나 김선적씨 같은 사람들이 대선후보에 출마한 적도 있었고, ' 다물민족회 '란 단체가 96년 총선출마를 고려한적도 있었다. - 당시엔 단지 민주노총을 무력화 시키는 효과를 보고있다는 이점에서인지 월간조선이 이 단체에 대해 꽤 관심을 기울이고 기사로 다룬일이 있다.
현재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중 정치참여를 생각중인 이들이 있는지 확인된바는 없다. 다만 주목하고자 하는점은 이런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에 참여하고 있는 2,30대의 반미감정, 반일감정은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을 지지하는 젊은 세대의 그것과 대체로 코드가 맞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민족종교 세력에는 반중감정까지 혼재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386 파워엘리트 그룹의 친북반미경향 여론형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열린우리당 지지성향의 젊은 세대와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의 배타적인 국수주의 감정이 만약 연결된다면 어떤 괴물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일제시대 우리나라 독립운동은 민족계열과 사회주의 계열로 구분된다. 따라서 굳이 개념을 말한다면 민족진영의 독립운동은 우파로 분류할 수 있고 사회주의 계열은 좌파성향의 독립운동이라 말할수 있을 것이다. 실제 해방직후엔 그러한 민족진영 독립운동세력의 계열을 잇는 백범 김구등이 중심이 된 한국독립당이 존재하기도 했고, 일제시대땐 신간회처럼 민족운동의 좌우합작을 부르짖었던 단체도 있었다.
이와같이 우리 사회엔 분명 민족주의를 정치철학이나 이념으로 표방한 정치세력이 하나쯤은 존재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한독당의 몰락이후 사실상 민족주의 정치세력은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친북좌파경향의 반미그룹과 증산도,대순진리회 같은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이 차지해버렸다. 하지만 이념의 세대교체기를 맞고있는 이 시점에서 민족주의를 정치철학으로 한 세력이 하나쯤은 우리사회에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같이 386 파워엘리트 그룹의 이론과 주장이 영향을 미치는 친북반미성향의 사이비 민족주의나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이 민족주의의 대안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21세기 우리사회에 대안이 되어줄만한 정치철학으로써의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이 없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많은 이들이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겨루는 시기가 올 것을 예측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반미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미국이 하자는대로만 따라가는것도 곤란한 일이다. 친미가 아닌 용미(用美)가 필요하다. 북한정권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반도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까지 이해관계를 놓고 시소게임을 벌이게 되는 신 냉전체제가 최악의 경우엔 열릴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사회에 민족주의가 필요한 절실한 이유는 친미와 친중이 부딪힐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이는 자칫 기독교문화권과 유교문화권의 충돌로까지 이어질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종교화한 세력은 또다른 사회갈등만을 야기시킬뿐이다. 오히려 기독교 문화와 유교문화를 절충시킬수 있는 용광로의 역할을 한반도는 해낼수 있어야한다. - 그리고 그 일은 대단히 미안하지만 종교는 할 수 없다
세계화도 21세기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비전이지만 민족주의의 가치 또한 우리의 정체성을 위해 아직 유효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친북반미의 사이비 민족주의나 민족주의를 우상화한 종교세력이 아닌 민족주의를 정치이념으로 표방한 대안세력이 나와야 해낼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사회에 민족주의를 정치이념으로 삼은 세력이 없다는 것은 분명 아쉽고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