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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하자원 중국엔 ‘노다지’ 한국엔 ‘노터치’
자원외교도 ‘통중봉남’ 왕따 신세
 
한겨레 기사입력 :  2008/12/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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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하자원 중국엔 ‘노다지’ 한국엔 ‘노터치’
[뉴스 쏙] 자원외교도 ‘통중봉남’ 왕따 신세
마그네사이트·철광석 등 잠재가치 3719조원
정치논리 파묻혀 석유개발 등 접근도 못해
“언제까지 중국 통해 웃돈 주고 사야 하나”
한겨레 권은중 기자
» 중국엔 ‘노다지’ 한국엔 ‘노터치’. 그래픽 홍종길 기자
자원 확보가 경쟁과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만 해봐도 절감할 수 있다. 하물며 국가간 경제전쟁에서 자원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강대국들은 항상 자기보다 약한 나라에 빨대를 꽂고 자원을 빨아들인다.
 

19세기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자원 약탈은 그런 국제경쟁의 현실을 우리에게 확실히 가르쳐줬다. 조선시대 청나라 사신들은 ‘은의 나라’로 불렸던 조선 북부에 있는 은을 연간 수십만냥씩 요구해댔다. 중국의 등쌀을 피하려고 조선은 당시 국제통화로 사용됐던 은 채굴을 전면 금지했을 정도였다. 구한말에는 새로운 열강들이 몰려왔다.
 
 미국은 평북 운산, 영국은 평남 은산, 러시아는 함북 경성 금광채굴권을 따내 ‘노다지’를 퍼갔다.
그리고 다시 100년, ‘북조선’을 둘러싼 자원 쟁탈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사이 북한의 자원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어림잡아도 3000조원어치가 넘는 자원을 보유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개발이 안 된 마지막 황금의 땅으로 일컬어진다.
 
이 자원을 노리는 쟁탈전 양상이 구한말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럿이 나눠먹던 한반도의 자원을 중국이 ‘사회주의 형제국가’인 점을 내세워 혼자 쓸어간다는 것이다.
 
 
제조업 시장에서 한국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북한의 자원은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중국은 북한 주요 광물 개발의 70%를 독차지하면서 대북 투자의 70%를 광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그네사이트·철광석 등 잠재가치 3719조원
정치논리 파묻혀 석유개발 등 접근도 못해
“언제까지 중국 통해 웃돈 주고 사야 하나”

 
반면, 한국은 2006년 흑연 광산 개발 단 한 건만을 성사시켰다. ‘친형제간’을 외쳐 보지만 중국의 블랙홀 내공에는 역부족이다. 값싼 석회석을 제외하고 광물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남한으로서는 북한의 노다지를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 자세로 남북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어 광물 개발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국익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고려를 뛰어넘어 북한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북한, 마지막 남은 엘도라도?

» 북한의 주요 지하자원 매장량 추정지

대한광업진흥공사가 지난 10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북한에 매장돼 있는 주요 광물의 잠재가치는 3719조원에 이른다.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금·은을 비롯해 상업성이 있는 금속이 40여종이나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의 백화점’이다.
 
특히 마그네슘의 원료가 되는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40억톤으로 세계 1위다. 마그네슘의 무게는 철의 25%에 불과하지만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가전제품, 선박 등 고급 철강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재료다. 워낙 경제적 가치가 커 북한에서는 ‘백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 선박 건조량 1위인 남한에는 매장돼 있지 않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북한은 철광석 매장량도 50억톤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와 미탈 등 세계 최대 제철회사들이 낙후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개발에 뛰어든 인도의 철광석 매장량이 100억톤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이 밖에 금, 무연탄, 아연, 석회석, 갈탄 등의 매장량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으로 광업진흥공사 쪽은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북한이 쉬쉬하고 있는 석유와 우라늄이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은 2001년부터 석유 탐사를 시작했고, 2004년 영국 석유회사 아미넥스와 서해안 대륙붕과 평남지역 석유광권 개발계약을 맺었다. 아미넥스해 쪽은 올초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에서 채굴 가능한 원유해 매장량은 40억~50억배럴”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장량 세계 20위인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규모다. 일부에서는 북한 석유 매장량이 230억 배럴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석유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연료인 우라늄 매장량도 세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1월 자료집에서 북한에 채굴이 가능한 우라늄만 400만톤으로 추정했다. 우라늄 매장량 세계 1위인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130만톤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라늄은 석유파동으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직접 채굴해 상업성을 따져봐야 하지만 북한 자원의 예상 가치가 천문학적 수준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 북한 자원개발 참여 외국기업의 국적별 현황, 한·중 북한광물 수입현황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뛰어든 나라는 여럿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독무대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현재 북한에서 자원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모두 21건이다. 이 가운데 70%가 넘는 15건이 중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국과 독일·영국·스웨덴·싱가포르·이집트가 각각 광산 개발을 한 건씩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중국이 2006년 대북투자액의 70%를 광물자원에 투자하며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북한 자원 헐값에 싹쓸이
중국 기업들은 2001년부터 북한 양강도 등에서 금과 아연을 채굴해 왔고, 최근에는 석탄·철강석·몰리브덴·아연 등으로 개발 품목을 점점 늘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최대 노천광산인 함북 무산철광에 대해서 50년간 채굴권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06년 북한에서 광물을 2억7453만달러치 수입했다. 한국은 북한 광물을 5973만달러어치 수입해 중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에 이 광물들을 국제 시세보다 저렴한 이른바 ‘우호가격’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시세보다 싸게 광물을 수입하는 것은 기반시설 및 전력을 공급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계약하기 때문이다. 전력난에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한 북한의 광산 가동률은 20~30%에 불과하다.
 
북한 광물을 직접 가져오지 못하는 한국 기업은 중국을 통해 들여온다. 한 철강회사 관계자는 “중국을 통해 북한산 철광석을 구입해 오지만 그래도 거리가 가까워 남미나 호주산보다 싸다”고 말했다. 코앞에 있는 북한 광물을 중국한테 웃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다. 그나마 교역량도 미미하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도 자원 부족이 심각한데 그 자원을 제3국에 수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북한 광물 개발은 남한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수출 비중이 높은 남북한 경제상황에서 광물 공동개발은 어떤 경협보다 양국에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북한 광산에 외국 자본이 투입되는 즉시 10억달러 정도의 수출이 증대하며 북한은 이 돈을 경제도약의 계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광물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남한은 북한 광산 개발로 원자재 대란을 피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운송거리가 짧아져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왜 손놓고 있나
현재 한국이 개발에 참여한 북한 광산은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이 고작이다. 2007년 11월 정촌광산에서 생산한 흑연 200톤을 처음 들어왔고 최근 350톤을 추가로 반입했다. 통일부는 현재 검덕광산(아연) 룡양광산 대흥광산(이상 마그네사이트) 등 세곳에 투자를 하기 위해 기반조사를 하고 있다.
 
남북 공동 자원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은 남북이 각각 경제적 이익보다 정치 논리만을 앞세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핵문제로, 남한은 대북경협을 둘러싼 국내의 논란으로 관련 논의가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그나마 2007년 5월 남북이 정치 문제를 떠나 광물자원 개발을 전담하자는 합의서를 토대로 지하자원 개발 전담기구를 발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발 계획은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07년 남북정상선언 후속 조처로 열린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에 채택된 함남 단천지구 아연광산 투자개발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지 실사조사와 사업 타당성 검토만 마친 수준이다.
북한 자원 확보가 발목 잡힌 것은 정치권의 이념논쟁 탓이 크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4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대선용 퍼주기’라며 자원 공동개발 등 정상회담 결과를 싸잡아 비판했다. 남과 북이 약속한 자원개발 사업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중국만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남북경협이라면 무조건 쌍지팽이를 짚고 반대해 오던 여권에서 조금씩 실리를 찾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의 원론적인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남한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남 의원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으로 광산 개발에 힘쓴다는 공동선언문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척은 거의 없다”며 “남북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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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8-11-27 오후 06:32:24 기사수정 : 2008-11-28 오전 09: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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