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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5만 명의 고통, 한 사람이라도 만나 들어보라”
 
조인스 기사입력 :  2009/01/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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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5만 명의 고통, 한 사람이라도 만나 들어보라”

 

[김환영 기자의 글로벌 인터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북한 탈출’ 쓴 톰 오닐 수석 기자

중앙sunday
미국 사람이 이사할 때 다른 건 다 버려도 성경책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반드시 챙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1888년 창립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가 발행하는 이 잡지는 똑똑한 사람들, 오피니언 리더들이 보는 잡지로 정평이 나 있다. 협회 창설의 목표는 ‘지리 지식의 보급’이다. 여기서 지리 지식은 넓은 의미다. 이 잡지의 내용은 자연·과학·역사·사회 등과 관련된 내용을 포괄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월 1일 발매될 2월호에서 ‘북한 탈출(escape from north korea)’이라는 제목으로 탈북자 문제를 26쪽에 걸쳐 다뤘다. 미국 정가와 지성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잡지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기사 내용과 발행 시점을 영향력 극대화 차원에서 결정한다. 기사 발행 시점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북미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 탈출 기사가 실린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면과 탈출 경로를 설명한 부분.

‘북한 탈출’ 기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수석 기자로 나이지리아 석유, 일본 사무라이, 그림 형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톰 오닐이 썼다. 오닐은 2003년 한국전쟁 종전 50주년을 맞아 ‘비무장지대(dmz)’ 기사를 썼다. 신혼부부로 가장한 오닐과 부인 이소영씨는 탈북자 3명이 천기원 목사가 설립한 두리하나선교회의 도움으로 중국을 출발해 라오스~태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하는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오닐의 부친은 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미군 포로 생활을 하다 사망했다. 그래서 오닐은 각별한 사명감으로 취재에 임했다고 한다. 워싱턴 dc 인근에 사는 오닐 수석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 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한국 사람은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나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최근 경제위기로 탈북자 문제를 걱정할 여유가 없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가 보다 적극적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5만 명 이상의 탈북자는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그들 중 75%가 여성이며 상당수가 구금 상태에서 온라인 음란 채팅 등의 힘든 일을 하며 연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1만500명, 매년 2000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오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한국 사회 내에서도 고립돼 있으며 아직도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동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한국 사회가 보다 깊게 공감하고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화가 필요하다. 한국인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탈북자들의 고립감과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오바마는 탈북자 문제에 이미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재미 한국 기독교 단체에 서한을 보내 탈북자들이 국제법에 따라 인권을 보장받고 정당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오바마가 공언해 온 대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의 전제조건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가 포함된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시대를 맞아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온 세계가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투명하게 자국 내 인권 문제를 처리해야 할 입장에 있다. 이번 기사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즈음에 실어 탈북자 문제를 중국의 인권 문제 차원에서 제기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늦어졌다. 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탈북자 문제를 유엔이 모니터링하는 것을 원할지 모른다.”

톰 오닐과 부인 이소영씨가 라오스 쪽에서 메콩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태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관문이다. 한국 국적인 이소영씨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의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인권외교는 그리 인기 있는 정책이 아니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로 인권이 중대 사안으로 급부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행정부에선 미국의 도덕적 위상이 훼손됐다. 인권 문제는 미국이 위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다.”

-‘북한 탈출’ 기사는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영향력 있는 매체인 데다 본사가 워싱턴dc에 있다. 관료와 상·하원 의원들이 읽는 잡지다. 특히 환경·인권 분야 기사는 영향력이 크다. 우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심각하게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정일은 미국에서 코미디 프로의 소재다. 그가 지닌 위험성을 일반 미국인은 잘 모른다. 그가 통치하는 북한에는 30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 이번 기사는 어떤 현상을 추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 3명의 실존 인물을 통해 생생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미국인은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높다. 언론이 여론을 조성해 탈북자 문제를 쟁점화하면 북한 인권·탈북자 문제를 전담하는 특사가 임명될 수도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매달 세계 각국에서 31개판 1000만 부가 팔리는 잡지다. 탈북자 문제가 세계적 공론의 장으로 나오게 됐다. 나는 이 기사와 관련해 라디오 등 언론 매체와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다.”

-기사가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진실이 감춰졌을 때 그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거의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언론매체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물론 탈북자나 탈북자를 돕는 기독교 선교단체 등 그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불행히도 탈북자들이 처한 곤경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경우 해외 언론이 어떤 문제를 다뤄 주기를 바라는 경향도 있다.”

-이번 기사에서 부인인 이소영씨가 수행한 역할은.

“내 처가 없었으면 이 기사도 나올 수 없었다. 그는 우리 모두를 결속하는 역할을 했다. 탈북자 3명과 선교단체 관계자들과 신뢰를 쌓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내가 키 큰 서양인이라서 그런지 탈북자들은 처음에 나를 무서워했다.”

-한국에 대한 다른 기사를 준비 중인지.

“산삼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한국이 개방적이며 생동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작가들도 한국을 취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 대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관심은 꾸준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바 있는 편집장도 있었다. 현 편집장인 크리스 존스도 북한 취재를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 최근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인은 중국뿐만 아니라 그 주변 국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은 미국에서 음식·영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을 추월하는 경향마저 있다.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군사·안보 문제에 집중되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김환영 기자·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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