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내각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추락하는 등 극도의 민심 이반으로 집권당인 자민당 내에서조차 "아소 총리로는 총선에서 싸울 수 없다"며 아소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소 총리 자신이 중의원 해산을 언급할 수 있을 만큼 우호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동안은 야당측의 조기해산 요구에 경제위기를 이유로 '정국보다는 정책'이라며 해산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경우 참패 가능성이 큰 불리한 여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 대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에 대한 지지도도 제1야당인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아소 총리로서는 이런 상황이라면 당장 총선거를 실시해도 '한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소 정권의 이러한 지지율 회복은 물론 차기 총선에서 여야 정권교체의 목표를 향해 순항하던 민주당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의 갑작스럽게 불거진 정치자금 문제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데 따른 반사효과의 측면이 크다.
검찰이 지난달 초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 관리단체 회계책임자 겸 공식비서를 전격 구속한 것을 계기로 각 언론에서는 수사 속보와 오자와 대표의 책임 문제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민주당과 오자와 대표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 가운데 아소 정권의 회생에 단비가 되고 있는 호재가 바로 북한의 로켓 발사다.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일본 정부에서는 적절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한편으로 요격 준비 등 기민한 위기관리 대응으로 점수를 따고 있다.
요즘 일본의 방송과 신문을 보면 일본이 마치 전쟁이라도 대비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언론에서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로켓을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단정, 요격 미사일 배치 등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전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북한 로켓이나 부품이 영역을 침범할 경우 즉각 요격에 나서겠다며 최첨단 미사일방어망(md)을 가동하고 있고 관련 지자체에서는 상황실을 마련, 미사일 낙하에 대비한 훈련까지 하는 등 전국적으로 요란을 떨고 있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인공위성'이 대기권 밖 상공을 지나는 아키타(秋田), 이와테(岩手)현에는 이미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이 배치됐다. 로켓 경로에서 수백km 떨어진 도쿄(東京) 등 수도권 일원에도 pac3가 배치됐다.
바다에서는 함상 요격 미사일(sm3)을 탑재한 이지스함 2척이 동해에, 미사일을 레이더로 포착하는 이지스함 1척이 태평양에서 대기하고 있다.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고, 위협을 느껴도 훨씬 절박하게 느껴야 할 한국에서는 비교적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광경이다.
일본 다네가시마(種子島)에서 거의 해마다 발사되는 h2a 첨단로켓과 무엇이 다른지를 지적해주는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이용, 아소 총리의 외교 행보가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2일 런던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참가국 정상들과 가진 회담에서도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공동대응 문제가 단연 최대 의제로 다뤄졌다.
일본 정부에서는 북한의 로켓 발사시 북한산 상품 수입 금지와 선박 입항 금지, 인적 왕래 제한 등 현행 제재조치를 1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추가 제재도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 한편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제재 또는 비난 결의가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교 노력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소 총리와 자민당으로서는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을 빼앗기지 않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그동안의 실점을 만회할 수 있는 다시없는 호재인 셈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금방 머리 위로 미사일이 떨어질 것처럼 위기감을 조장하고 관심을 밖으로 유도할 수 있는 이번 위기를 맞아 잘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아소 정권의 인기는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아주 적절한 시기에 매우 적절한 위기'를 제공해준 북한에 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릴 법한 대목이다.
일본, 특히 자민당 정권에 있어 북한이라는 존재는 언제 때려도 부담이 덜하면서 때리면 때릴수록 얻는 것이 많은 '아주 매력적인 이웃'이다. 정권 안보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안보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998년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떨어진 대포동 1호 미사일이 발사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md망 구축에 나섰다. 북한을 감시하기 위한 정찰위성도 띄웠다. 약 1조엔(약 15조원)을 들여 구축하고 있는 md가 겨냥하고 있는 주적은 북한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인 것이다.
일본에 있어 북한이란 존재가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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