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없는 충격 속에서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흘러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국민장을 치르게 된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대통령으로서는 너무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죽어서야 그 진가를 인정 받는 대통령이기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아프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오늘까지만 존재하고 사라질 수는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면서도 ‘국민장 이후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남북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남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한 손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조전을 보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핵실험 버튼을 누르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간다는 강력한 의사표현이다. 핵실험에 대응한 우리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과 이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다. 권성철 대성그룹 고문은 “북한은 나쁜 의미에서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강경하게 나가면 더 강하게 나올 것이고 예전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28일 “전직 대통령에게 이럴 수는 없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겪었을 치욕과 좌절감을 생각하면 나라도 같은 결정(자살)을 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 그동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 목소리를 낮추던 민주화ㆍ진보세력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국민들 역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현 집권층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싸우지 말고 화합하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남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6월 들어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예정인 가운데 노동계 역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혀 정치적 갈등에 사회적 충돌까지 겹치면서 남남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제 겨우 회복조짐을 보이는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임원은 “최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분위기가 다소 호전되고 있지만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실업자가 쏟아지면 순식간에 심리가 돌아설 수 있다”며 “국내 상황도 갈등이 증폭되면서 경기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대립ㆍ남남갈등이 어느 정도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한국 사람들은 국내 갈등에 둔감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예민하다. 언제든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촛불시위 때처럼 돌이 등장하고 강경진압에 나서는 등 서로 감정이 고조되면 안정세를 찾아가는 한국경제가 고꾸라질 수 있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현 정부도 포용정책을 펴되 서로가 한발씩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성철 고문은 “북한 핵문제, gm 파산 등으로 나라 밖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정부는 내부의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정치ㆍ사회적으로 너무 경직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전체적으로 잘 대응해왔기 때문에 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개혁의) 속도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