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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미국 얕봤다 '부메랑'…남은 '도발카드'는
美 대북강경책 자초…돈줄 죄기에 '쩔쩔'
 
노컷뉴스 기사입력 :  2009/07/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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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미국 얕봤다 '부메랑'…남은 '도발카드'는

 

▶1-3-2 날짜, 기자

2009-07-07 14:40 cbs 김진오 정치부장블로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미국을 너무 얕잡아봤다가
부메랑을 맞는 것 같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는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당시만해도 환호작약했을지 모른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과 관련한 짤막한 성명을 내며 기대감을 갖고 북한에 대해 어떻게 나올 지를 지켜봤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독설을 뿜어대며 거의 모든 남북관계를 뒤틀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노골적으로 노렸으나, 실제로는 '남가일몽'(南柯一夢 한갓 허망한 꿈)에 지나지 않을 국면에 처해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대외정책의 초점을 중동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치중하며 북한을 멀리하는 태도를 취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임명되고,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이 재신임을 받으면서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오히려 부시 전 대통령의 말기 대북정책보다 강경해졌다.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북한이나 이란의 최고 지도자와 조건없이 만나겠다"고 발언한 오바마 후보를 공격했던 힐러리답게 "핵 포기 없는 북한과는 양자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공책을 구사하고 나섰다.

김정일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클린턴 국무장관의 대북 강경책을
유화책으로 돌려놓기를 은연중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바마와 바이든은 미 보수파와 의회의 대북 강경책에 밀려 힐러리의 대북정책을 지지했다.

◈ 김정일, 미 대북강경책 자초

미국의 이런 대북 기류는 물론 김정일 위원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김정일 정권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도 전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겠다느니, 핵실험을 하겠다느니 미국을 자극했다.

실제로 미국의 강력 만류에도 장거리 미사일(북한은 '인공위성'이라 주장)을 쐈고, 2차 핵실험을 했다.

그리고 지난 2006년에 이어 또다시 미국의 독립
기념일에 7발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어린 아이가 젖 달라며 징징대는 듯한 북한의 행태는 합리적 이성적
협상과 판단, 힘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대외정책 구조상 받아들이기 힘든 건 물론이다.

북한에 대해 온정적이었던 오바마에게 나쁜 대북 이미지만 심어주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바이든 부통령의 입지마저 축소시켰다. 부시 행정부 시절 상원에서 그 누구보다도 대북 유화주의자, 북미 직접 대화주의자였던 그다.

그랬던 그가 지난 5일(현지 시각) 이라크 미군기지에서 가진 abc 방송 'this wee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독립기념일) 미사일 발사는 거의 예측가능한 행동이 됐다", "이는 관심을 끌려는(attention-seeking) 행동일 뿐"이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바이든 부통령은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이며, 따라서 우리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북, '돈줄 죄기' 견뎌낼까

미국만 바라보는 대외정책이 3남인 김정운 후계 체제 구축과 주민 안보 강화라는 국내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압박을 더 이상 견뎌내기 어렵게 될 것 같다.

먼저 미국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아킬레스건을 자르려 하고 있다. 북한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이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문제를 협의한다고 7일 밝혔다.

레비 차관은 지난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잠정 지정, 북한 자금 2천 5백만 달러를 동결시켰던 당사자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내 대북금융 제재 방안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는 6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과 관련한 협력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를 방문중인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제재 전담반은 이날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ank negara.bnm), 재무부, 외무부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전체 국제금융시스템을 안전하고 위험이 없도록 확실히 만들기를 원한다"면서 "원칙에서 벗어난 금융시스템의 사용 가능성에 대해 말레이시아 등과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년전 bda에 이어 또다시 북한의 자금줄을 조이겠다는 얘기다.

북한은 bda 자금 동결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과 한국에 동결 해제 조치를 요청해왔다. 노무현 정부도 부시 행정부를 설득하는 데 무진 애를 썼다.

북한은 지난 2006년 7월의 미사일 발사와 10월의 핵실험 이후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요청했다.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차관보가 지난 2007년초 이 동결자금을 풀어주느라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다. 그만큼 북한에게는 위력적인 압박 무기이며, 한번 동결하면 해제는 쉽지가 않다.

미국이 또다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은행들을 압박해 북한과 거래를 끊도록 하고 자금을 묶어버리면, 김정일 정권의 달러 확보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연간 3천만 달러와 국경 근처의 대중무역으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북한 '외화벌이'의 전부가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김정일 정권의 고립과 북한 주민의 극빈 상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지배층의 해외 물건 구입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그토록 바라고 구상하는, 오바마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통한 정권 안정 보장도 한층 더뎌진다.

북한과 미국이 이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중 협상을 위해 마주 앉더라도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로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다.

◈ 北, 남은 '도발 카드'는?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굴복까진 요구하진 않는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부시 정권의 말기처럼 북한의 요구를 순수히 들어줄 가능성은 적다. 미국은 북핵을 아직은 큰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을 갖고 미국과 도박판을 벌여 한몫 건지겠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구상은 그래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의 미국 여론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이 확실시된다. 미 민주당 정권은 공화당과는 달리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으면 선제 공격을 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북한을 둘러싼 정세 지형은 리비아나 이라크와는 다르다. 하지만 핵 확산을 시도한다는 물증을 확보하거나 북한이 계속 어깃장을 놓을 경우, 미국이 핵 시설이나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preemptive attack)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실제로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는 지난 1994년 북한의 1차 핵 사태 때 영변 핵시설을 선제 공격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쓸 수 있는 대미 대남 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2차 핵실험을 했으며, 다량의 단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제 남은 카드는 서해 도발 등 국지전을 일으키거나 요인 납치를 비롯한 7,80년대식 도발일 개연성이 있다.

그러한 도발도 여의치 않다. 서해교전에서 두 차례나 대패했고 자칫 도발했다간 미국의 정면 공격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다.

무분별한 대남 도발은 김정일 정권의 패망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야 저지르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과 한국의 첨단 무기와 잘 훈련된 군사력을 상대로 싸움을 건다면 그건 죽기를 각오한 어리석은 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베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북한 주민 통제와 결속, 후계체제 확립이라는 '대내용', 미국과의 협상 주도권이라는 '대외용' 두 가지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분간 대남과 대미 전선에서 얻을 게 별로 없어보인다. 때론 고립을 즐기는 듯한 북한이지만 언젠가는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kimo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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