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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케네디 “한국, 독일·프랑스는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외교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앙선데이 기사입력 :  2009/08/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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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일·프랑스는 따라잡을 수 있다”


2009.08.02 10:14 입력 / 2009.08.02 21:16 수정

폴 케네디 ‘강국으로 가는 길’을 말하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케네디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이 상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20세기 초 독일이 영국을 앞섰지만 미국은 독일보다 더 빨리 성장해 독일은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신동연 기자
1983년 대한항공 007편이 뉴욕에서 출발해 서울로 오던 중 소련 상공에서 소련 요격기의 공격을 받고 사할린 섬 인근에서 추락했다.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tv뉴스에 나온 어떤 시민은 이렇게 분노에 찬 다짐을 했다. “대한민국도 빨리 초강대국이 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강대국을 희구하는 마음은 역사가 길다. 고려 중기의 승려인 묘청(妙淸·?∼1135)은 서경(西京)으로 천도하면 주변 36국이 모두 고려의 신하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강대국 소련은 사라졌고 2009년의 대한민국은 1983년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 10대 경제국 진입을 꿈꿨던 한국은 지난해 세계 15위로 추락했다 . 한국의 gdp 순위는 kal기가 격추된 83년에는 23위, 2003년에는 11위였다.

대한민국의 비상(飛上) 가능성을 묻기 위해 폴 케네디 예일대 석좌교수를 지난달 28일 경희대에서 인터뷰했다. 케네디 교수는 경희대 석좌교수(global eminence scholar)이기도 하다. 케네디 교수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에게 한국의 현재 위상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결론은 미래의 한국이 미국·중국·인도 등으로 구성된 강대국 클럽에는 낄 수는 없어도 오늘의 프랑스나 독일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그 요지.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앞으로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한국은 탁월하게(eminently) 성공적인 중견국(middle-range power)이며 앞으로도 경제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사한 사례를 들자면 18세기 네덜란드와 같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 한국이 지극히 창조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강한 무역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8세기 네덜란드도 3대 강대국인 프랑스·프러시아·영국으로 둘러싸였다. 그러나 한국의 인구 규모와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미국·중국·인도 등이 포함될 강대국 리스트에 들기는 힘들다.”

-통일 한국도 강대국은 될 수 없나.
“통일 이후 한국은 북한 지역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지금도 동부 지역은 한참 뒤져 있다. 한국의 성장은 15~20년간은 지체될 것이다. 최첨단 기술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북한 지역의 산업 인프라와 의료체제를 구축하는 데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음에도 미국·중국·인도와 경쟁하기는 힘들다.”

-한국은 남북 통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참조할 만한 사례는.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통합은 성공적이었다. 영국·스코틀랜드 사이의 인구비도 남북한과 비슷했다. 시너지 효과는 특히 영국에 유리했다. 스코틀랜드는 대영제국에 병력의 반을 제공했다. 스코틀랜드는 조선·광업·철도 등의 분야에서 산업혁명이 가장 빨리 일어난 지역이기도 했다. 그래서 양측 모두 부자가 됐다. 남북한의 경우와 다른 점은 경제 발전 단계 상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통일의 경우에서도 북부 지역의 일인당 소득은 남쪽의 3~5배였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통일 비용이 막대했고 오늘날에도 남북 간 격차가 심하다. 한국에서 통일의 효과가 스코틀랜드·영국형이 될지 독일이나 이탈리아형이 될지 알 수 없다. 스페인 통일이나 베트남 통일 사례도 흥미롭게 분석할 만한 사례다.”

-한국의 지도자들이나 국민은 한국이 18세기 네덜란드보다는 지금의 프랑스·독일·영국처럼 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오늘의 프랑스처럼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긍정적인 지표들과 상당한 장애물이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한국 경제 규모는 약 20년 후 프랑스를 앞설 것이다. 한국인의 일인당 소득도 프랑스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모든 예측에서 그렇게 나타난다.”

-프랑스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프랑스인들은 독일·미국 등의 향방에 관심이 많으며 세계화에 대응하는데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쪽으로는 시야를 돌리지 않는다.”

-장애물은.
“언어 문제와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이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하는 나라도 많다. 프랑스어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유엔의 공용어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문화적 영향력도 광범위하다. 게다가 프랑스의 영향력은 제도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만 자국에 불리한 것은 막을 수는 있다. eu라는 거대한 국제 행위자가 프랑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한다.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지만 자신의 기술력이나 인구 규모보다 더 큰 힘을 아직도 구비하고 있다. 영국도 15개 정도의 중견국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크다. 영어, 전통,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영·미 관계의 특수성 덕분이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국력 수준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한국처럼 그 이하로 행사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이 자신이 누릴 만한 위상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체제는 유럽 국가들이 수백 년을 들여 수립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중견국도 세계전략, 대전략(grand strategy)이 필요한가.
“대(大)전략을 구사하는 데는 행위자의 크기보다는 도전의 성격과 수준이 중요하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 차원의 다층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 대전략이 필요하다. 국가뿐만 아니라 현대 같은 국제적인 회사도 대전략이 필요하다. 세계 속 여러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예일대에서 대전략을 가르칠 때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사례는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이다. 로마제국에는 25개의 이웃 나라가 있었다. 대영제국도 인도·캐나다·남아프리카 등을 방어해야 했다. 한국도 대전략이 필요하다. 전술·전략 차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소규모 대전략(mini-grand strategy)’이 필요하다. 한국은 다측면적인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대전략의 구사는 군사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홍보를 위해 해외에 문화원을 증설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 문화원을 해외에 설치할 때에도 대전략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구도 북한이 어떻게 될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 수십 년간 북한을 주시하고 조언을 주려고 시도해온 중국도 지금 북한 상황에 대해 어리둥절하고 있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은 가능하다. 시리아의 경우에서처럼 2세대 지도부는 보다 온건하고 국제 경험도 많을 수 있다. 과거로부터도 보다 자유로울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민주화 없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나.
“『강대국의 흥망』에서 17~18세기 영국이 이룩한 부상을 다루면서 민주주의를 주요 변수로 거론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보다는 정치적인 안정이 더 중요하다. 영국이 명실상부한 민주국가가 된 것은 1928년이다. 미국도 여성과 흑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영·미식 민주주의가 중국에 도입되면 지역 갈등 등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훌륭한 가버넌스(governance), 전쟁의 부재, 예측 가능한 세금 부과였다. 민주주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쟁의 부재와 관련해 미국은 예외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대공황에서 벗어나며 강대국 위치를 확립했다. 미국 사례는 애덤 스미스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중도강화론’을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시절의 ‘제3의 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파 혹은 좌파 노선과 비교했을 때 중도주의적 노선이 성공할 가능성은 어떤가.
“성공 확률이 보통 더 낮다. 그리고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중도노선이 성공하려면 지극히 탄탄한 민주주의적 기반이 필요하다. 좌파 혹은 우파 권위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높은 생활 수준과 훌륭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분배 문제를 두고 근본적인 분쟁은 없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노동당과 보수당의 차이는 사실 별로 크지 않다. 극우와 극좌 정당으로 구성된 정치체제에서는 중도 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 무료 교육 제공, 부자들에게 부과할 세율,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사안에 대해 정당 간에 약간의 노선 차이만 있어야 중도노선이 성공할 수 있다. 원래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당내 강경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좌파 우파 정당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투표하는 무당파 유권자층이 두터워야 한다.”

-한국민과 한국 정부에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이 직면한 도전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도전은 북에 있는 ‘미친 정권(crazy regime)’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직 한국만이 안고 있는 문제다. 두 번째 도전은 4대 강국이 중견국인 한국을 포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이룩한 성공은 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더욱 경이롭다. 한국 국민은 그래서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 한편 이 두 가지 도전 때문에 한국은 특히 외교를 중시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외교력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주변 강국과 대화해야 한다. 한·중 관계도 중요하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한국의 의회 정치는 형편없는지(lousy) 모르지만 경제나 외교는 인상적이다. 한국은 강점과 약점을 포함해 여러 가지 특성이 혼합적으로 나타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지정학적 공간에서 부상하려는 한국은 스스로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너무나도 독특한 나라다. 억지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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