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얼핏 신문의 보도사진과 방송 뉴스화면을 살펴봐도 이 시위에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가 상당수 참여했음을 알수 있다. 일요일인 어제 집회엔 무려 1만여명이 시위에 참석한걸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 보수 언론인인 조갑제 기자는 지난 대선과 총선의 선거결과를 놓고 ' 좌파의 몰락 '이란 분석을 한 바 있다. 63퍼센트와 46퍼센트의 투표율을 보였고 특히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가히 세대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기권이 일어난 지난 대선과 총선결과를 놓고 무작정 ' 좌파의 몰락 '이라 분석한 것은 명백한 정세분석의 오류였다. 무엇보다도 이번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놓고 범 진보진영의 여론몰이가 다시한번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것만 봐도 지난 대선과 총선결과를 놓고 ' 좌파의 몰락 ' 운운했던 것은 분명한 정세판단의 오류였고 실수였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미와 민족감정은 여전히 잘 팔리는 상품이다. 그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이번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 젊은 세대들이 대거 참석함으로 여지없이 증명되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연달아 실패한 것은 노무현 정권에서 민심이 떠난 상태에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을 압도할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지 못한 전략부재에서 비롯된것이지 진보진영이 몰락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진보진영은 2002년에 주효했던 반미와 민족상품으로 다시한번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은 한달만에 벌써 100만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여기에 맞서는 보수진영의 상품은 어떤가 ? 가령 조갑제 닷컴에서 어제 올린 글중 그나마 눈길 갈만한 것을 살펴보면 잠실야구장 관중 3만과 촛불집회 참가자 1만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한 재미교포가 쓴 ' 크로싱 '이란 영화 감상문 정도다.
여기서 보수진영이 얼마나 정세판단과 여론의 흐름에 눈이 어두운지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민족감정과 반미상품을 진보진영이 선점한 가운데, 우파는 여전히 케케묵은 반공상품밖에 팔줄 모르는 것이다. 도대체 미국에서 개봉한 탈북자 영화와 광우병 쇠고기가 무슨 상관인가 ? 광우병 쇠고기는 당장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지만 탈북자 문제는 특히 젊은 세대에겐 먼나라 이야기일뿐이다. -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탈북자 문제든 혹은 민노당에서 내놓는 코리아연방 공화국 같은 공약이든 요즘 10대-20대 대다수는 북한 그 자체에 관심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에서 반미와 민족감정을 단골 상품으로 내놓는 진보진영과 케케묵은 반공상품밖에 내놓을줄 모르는 보수진영의 싸움에선 보수가 밀릴 수밖에 없다. 상품이란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수 있겠지만, 어차피 정치도 결국 보다 좋은 정책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구한다는 면에서 상행위(商行爲)와 다를바 없다. 아니, 사실 따지고보면 우리네 인생사 자체가 결국 거래(去來)아닌가. 교회에 헌금하고 절에 불사하는 신도들의 마음에도 결국 자신들이 신에게 바친만큼 자신에게 운과 복이 돌아오길 바라는 그만큼의 마음이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웬만해선 자기 실수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보수우파의 거두로 우뚝서있는 조갑제 기자 정도라면 책임있는 언론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의미에서라도 자신의 정세분석 판단에 착오가 있었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반미와 민족상품은 여전히 잘 팔리나 반공상품은 인기가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보는 눈이 뜨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