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추한 김대중은 언론계를 떠나라
언론인 김대중은 정치인 김대중 만큼이나 유명하며 그 영향력도 자못 크다. 지금은 손석희에게 자리를 물려 주었지만, 그는 10년 이상을 언론 파워 1위의 인물로 군림하였다. 그건 그가 사안의 핵심을 파고들었으며, 정론직필을 설파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그의 칼럼들은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생각은 경직되어 있고, 논리는 왜곡되어 있다. 이제 그가 언론계를 떠날 때가 된 것이다.
5월 5일자, "박근혜 공주론"을 보자. 이 글은 얼핏 보면 박근혜를 걱정하고 충언을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박근혜를 폄하하고 mb를 옹호하는 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부터 이 글의 논리적 오류를 감상해 보자.
"정권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대통령 이명박이다. 박씨가 딴살림을 차릴 요량이라면 모를까 박씨는 조수석에 앉을 수밖에 없다. '친박'을 안 받아주겠다는 '친이'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비난과, 그렇다고 '저 사람들 안 받아주면…' 운운하며 당선자 모임과 청와대 만찬까지 불참하는 박씨답지 않은 옹졸함에 대한 실망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박 전 대표가 진정 한나라당의 리더이며 정당의 실질적 주인으로 자처한다면, 그는 지금 우파정권의 노선과 당면과제에 자신의 힘을 보태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쇠고기문제, 여성과 범죄의 문제, fta문제, 올림픽 성화봉송과 관련된 중국학생들의 폭력 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열심히 토해내야 옳다."
김대중의 말처럼 운전석에는 대통령 이명박이 앉아 있고, '박씨'는 조수석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조수석에 조차 앉을 자리가 없다는 데 있다. 지난 공천 과정에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이씨'는 사실상 '박씨'를 팽하였다. 그건 그가 대선의 다급한 고비마다 국정동반자 지위를 약속하며 협조를 구한 것을 농담처럼 짓밟아 버리고 당신의 협조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딴 살림을 차리려면 차려도 좋다'고 말한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이 친박연대를 살리고 '이씨'의 사람들을 낙마 시킨 것은 그 부당성에 대한 준엄한 질책이자 심판이었다.
'박씨'는 '이씨'에게 친박 인사들의 조건 없는 복당을 주문하였다. 그건 자신을 조수석에 앉혀야 한다는 정당성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대해 응답 자체를 하지 않음으로써 말한 사람만 우습게 되고 말았다. '박씨'를 중국특사로 파견한 것 외에 '이씨'는 국정 현안에 대해 단 한번도 '박씨'에게 설명하거나 협조를 구한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박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대중의 주장처럼 "국가적 현안에 데해 생각과 주장을 토해내야" 한다는 것은 '박씨'더러 달밤에 허공에 대고 짖어 대는 개라도 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위에 시대를 보는 안목, 세계의 흐름을 보는 거시적 감각 그리고 무엇을 도와 어떻게 성취하겠다는 공동체의식―이런 것들이 보태져야 한다. 지금 박근혜씨에게 그런 것들의 징후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당 파벌의 수뇌, 선거기술자, 사람을 끄는 인간적 마술 등으로 그의 존재가 폄하돼서는 안 되는데도 그는 지금 엉뚱한(?) 곳에서 격(格) 낮은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의 5년 후를 걱정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이야 말로 박근혜 깎아내리기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얼핏 정당한 주문 같아 보이지만 무게는 박근혜에게 그런 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단정 짓는 데 있다. 대통령이 될 자질이 없는 격이 낮은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가 박근혜에 대한 호칭을 "박씨"라고 한 데서부터 의도적 호도임을 쉽게 드러내고 있다. 나는 김대중 칼럼을 30년 동안 봐 왔으나 ys, dj, jp 등을 김씨라 호칭한 글을 본 기억이 없다. 정동영을 정씨로, 손학규를 손씨로 부른 그의 글을 본 기억이 없는 것이다.
대선 당시 7할에 육박하던 안티명박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시각으로 현 정부를 바라보고 있다. 안티의 이유들이 여전히 살아 있고, 쇠고기 협상, 일왕에의 고개 숙인 인사, 내각인선 등에서 그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10년만에 되찾은 보수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만일 실패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는 또 다시 좌파 정권의 출현을 바라보아야 한다. 필자는 좌파 정권에 대해 김대중 고문처럼 경직된 반대의 입장을 취하지 않지만, 어떻든 그건 김고문이 바라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연출 되었을 때, 박근혜의 가치는 보수의 버팀목으로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한다. 이처럼 쉽게 박근혜를 깎아 내리는 것은 장기적이고 더 큰 그림으로 보았을 때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더 이상 '공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냥 '공주'도 아니고 '불만·불평 공주', '심통 공주'로 비쳐져서는 더 더욱 곤란하다. 국민들은 이제 친이, 친박 등의 용어에 대해서조차 역겨워한다. 그동안 당내의 세력다툼과 안배문제가 어느 정도, 어느 측면 피할 수 없는 정치게임으로 합리화되기도 하고 또 구경(?)하는 재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대선 후부터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자고 깨면 친이·친박이니 신물이 날 때도 됐다. 눈치 빠른 정치인들이라면 이쯤에서 그 놀음을 거둘 줄도 알아야 한다."
김고문은 구경이라는 말로 사안을 희화화 하면서, 그 책임을 "심통공주"에게 은연 중에 모두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 대통령의 말대로 진실로 경쟁자와 계파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씨'가 큰 그림으로 문호를 개방하면 그만이다.
진실로 국정 동반자가 되어 나라의 일에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여건을 '이씨'가 열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계파를 고집한다면 국민들이 먼저 박근혜를 버릴 것이다.
작금의 소고기 파동의 근본에는 이명박식의 밀어부치기와 졸속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 때 취임일에 맞추어 일을 진행하다가 시스템의 오류로 많은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던 적이 있다. 쇠고기 협상도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이루어 져야 했음에도 정상회담 일정에 맞추어 졸속으로 밀어부친 결과가 국민들에게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을 낳았고, 외교적 실리도 잃게 된 것이다. 그런 졸속은 국가의 근간에 관련된 대운하, 의보 민영화 등에서 얼마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책임 있는 언론인이라면 마땅히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여야 한다. 나는 그런 글을 김대중씨가 고문으로 있는 조선일보에서 본 기억이 없다. 당연히 해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책무를 다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왜곡과 곡필을 휘둘러서는 안된다. 그런 칼럼을 쓰느니 이제는 후배들을 믿고 조용히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스스로 새로워 지지 않는 한 그건 30년 장기집권의 노욕에 불과하다. 노추한 김대중은 언론계를 떠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