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구조대가 아이티 지진발생 15일째인 27일 포르토프랭스 시내에 있는 생제라르대학의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여학생 1명을 구조해 긴급 후송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에서 지진 피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린이 인신매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막스 벨리브 아이티 총리는 27일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어린이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 뒤 한동안 빠르게 추진되던 아이티 고아 해외입양에도 제동을 걸었다. 벨리브 총리는 이날 “아이티를 떠나는 모든 어린이들은 각국 대사관에서 실제 고아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리브 총리는 “어린이 인신매매는 장기매매 때문”이라고도 말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는 않았다.
아이티 어린이 인신매매 우려는 유엔기구에서 이미 나왔다. 유니세프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합법적 경로를 피해 어린이 입양을 주선하는 불법 매매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난주 경고했다. 장뤼크 르그랑 유니세프 고문은 “아이티 병원에서 어린이 15명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미국 등 서구사회에 아이티 어린이 해외입양을 서두르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4년 쓰나미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도 어린이 인신매매가 기승을 부렸던 것과 비슷한 상항이다. 유니세프는 적십자,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아이들이 인신매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 신상을 기록하고 어린이용 임시 쉼터 3곳을 따로 마련했다.
앤드루 영 재단의 긴급사태 컨설턴트 미아 피언은 지난주 “픽업트럭을 탄 이들이 피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10대 여성들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며 트럭에 타라고 하는 것을 봤다”며 “아이들이 강제노동이나 성매매 대상이 될까봐 두렵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말했다. 아이티엔 이전부터 크레올어(아이티 등에서 변형된 프랑스어)로 ‘레스타베크’라 불리는 어린이 노예관행이 있었다. 가난한 집이 아이를 부유한 집에 맡겨 주인집일을 돌보며 숙식과 교육기회를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아예 육체적·성적 착취를 당하는 노예상태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티의 레스타베크는 그동안 30만명으로 추산됐는데, 해외에는 그 이상 있을 것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아이티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미성년자들은 인신매매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지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계층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학교 90%가 이번 지진으로 파괴됐다. 부모와 떨어져 갈 곳을 잃고 거리에서 떠도는 아이들은 영양부족과 질병에 시달리고 범죄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