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이모(13)양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길태(33)는 경찰이 제공한 식사를 깨끗하게 비우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문화일보가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길태는 이날 오전 8시쯤 경찰이 제공한 아침식사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쌀밥에 시래깃국, 김치, 어묵, 단무지로 구성된 식단이었다. 검거일인 10일 저녁 경찰이 시켜 준 자장면도 깨끗이 먹었다.
부산 사상구 삼락동 사상경찰서 유치장에서 다른 범죄 피의자 2명 옆에서 오른편으로 웅크린 채 잠자던 김길태는 오전 7시15분쯤 조용히 눈을 떴다. 갈색 유치장 바닥에 놓인 하늘색 담요를 걷어내고 일어나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했다.
잠시 자리에 앉아 몸을 추스른 그는 유치장 한쪽에 마련된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담요를 덮고 누웠다. 마치 일상적인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조사가 진행되지 않을 때에는 유치장에서 잠만 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길태는 경찰 조사에서 이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유전자(dna) 증거까지 들이밀며 이양 살해 여부를 추궁하는 경찰에게는 “나는 모른다. 법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렸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도 모자라 김은 때론 조사하는 경찰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피로함을 고려해 일단 쉬고 다음날 조사하자’는 경찰의 제안에 김은 “조사부터 하자”고 호기를 부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양의 몸에서 당신의 dna가 나왔다’는 경찰의 추궁에는 “dna가 뭔지도 모르겠다. 법대로 하세요”라고 받아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지만 조사 시간을 제외하곤 김의 모습에서 두려움이나 죄책감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사과정에서 ‘물을 달라’, ‘자장면 시켜달라’, ‘담배를 달라’고도 요구했다. 김은 11일 오전 0시50분 1차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에 입감된 뒤 목욕을 하고 오전 3시쯤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