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과연 진정한 인권의식이 있는것일까. 그런 고민을 해본적이 많았다. 다른건 몰라도 소위 북한인권운동이니 북한민주화 운동이니 이런걸 한다는 사람들치고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나 개념이 잡힌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촛불집회를 하는 여고생들에게 공수부대를 투입해야한다느니, 어느어느 시위현장에 발포명령을 내려야 한다느니. 이런 비상식적인 발언을 툭하면 일삼는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된 민주시민 의식이나 인권이식이 바로 잡힌 사람들인가. 조금의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판단할수 있는일일것이다.


13세 여중생을 살해한 범인이 잡혔다고 한다. 김길태라고 하는 30대 청년이다. 보도에 의하면 입양아고 학창시절엔 말수도 적고 극심한 왕따에 시달렸다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여론은 그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들끓고 있다.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부패 정치인들도 저렇게 총살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나, 김길태나 조두순 같은 이들을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당연히 처형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나 그 의식수준은 똑같다. 우리 한번 솔직히 말해보자. 그 소위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이란것을 보고 정말 분기탱천했거나 또는 ‘ 아 ! 북한인권문제가 정말 심각하구나. ’ 이렇게 인식했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그 당시 댓글들의 분위기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조갑제,신혜식류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네티즌들은 예하 소위 좌빨들을 비난하는 공세용 도구로 삼았지만. 나머지 대다수의 네티즌들에게 그 동영상은 그저 한편의 단편(?)영화였고 강건너 불구경이었다.




 조갑제,신혜식류는 그 소위 북한의 공개총살 동영상을 노무현 정권이나 진보진영을 좌빨로 몰아붙이기 위한 정치공세용으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효과(?)는 그네들의 바램과 달리 실로 엉뚱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 반응이 대략 그와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부패정치인들도 저렇게 처단했으면 좋겠다느니 하는식의. 또 이런 문제도 있다. 조갑제류가 하도 그와같은 동영상을 여기저가 남발하다보니 네티즌 눈에 워낙 자주 뜨이게되고 사람들은 차츰 그 공개총살 현장에 무감각해져갔다. 이제 더 이상 공개총살 동영상은 북한인권 고발현장이 아니었다. 그냥 한편의 단편영화 같은 느낌이 되어버린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이나 9.11 테러 현장도 처음 보았을땐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전율이었지만, 자꾸 tv 화면으로 보다보니 무감각해진것과 똑같은 이치다.




 공개총살 또는 공개처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그것이 바로 공포정치이기 때문이다. 공포정치로 일반대중에게 심리적 압박과 위압감을 주어 함부로 자신들의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공포정치는 그 자체보다 더 큰 본질적 문제점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나 9.11 테러현장도 자꾸 보다보면 무감각해지듯이 공개총살 현장 같은것도 자꾸 보다보니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공포정치를 통치수단으로 사용하는 세력은 어느새 무감각해진 민중들을 다시 각성시키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공포정치의 수단을 발굴해 내야할것이며. 그렇게 더 끔찍한 공포정치를 자행해내는 세력과 그와같은 공포사회속에서 그 어떤 극단적이고 끔찍한 사건이나 범죄에도 무감각해저가는 대중들. 공포정치의 파국은 결국 그 극단의 벌어짐속에서 권력자가 주체하지 못해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조두순이니, 강호순이니, 김길태니 하는 흉악범들을 모조리 얼굴을 공개하고, 신상을 공개하고 처형하고 싶은가 ? 그게 공개처형과 뭐가 다른가. 모든 사람앞에 공개된 자리에서 사람을 처형하는 북한의 공개총살이나 만인이 수시로 접할수 있는 tv,신문,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흉악범의 얼굴울 공개하고, 신상을 심지어 학창시절 성적표,생활기록부까지 공개하며 ‘ 이 넘 근본적으로 흉악한 놈이었다. dna부터 잘못된 놈이었다. ’ 돌팔매질하게하고. 그게 북한에서 자행된다는 소위 공개총살과 뭐가 다르냐는 점이다.


너희중 죄 없는자가 돌을 던지라는식의 상투적인 말은 지난 일요일부터 교회 다니기 시작한 초신자도 할수있는 소리니 생략하겠다.


 흔히 민주주의다 인권이다 말하지만 과연 그 본질이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백성이 주인되는 사회를 이루자는 사상이 민주주의다. 인권은 ? 사람으로 태어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땅히 누려야할 존엄과 권위. 하나의 인격체로써 태어날때부터 주어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그것을 말하는게 인권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그것을 대개 생명권,재산권,평등권 그 외 표현의 자유나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 보호의 자유 대략 그런것들로 명시하고 있다.


과연 김길태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인간으로써 누릴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누리며 살아왔을까. 말수도 적고 왕따로 살아온 30여년 인생이라면 대충 짐작하고도 남다. 누가 김길태를 흉악범으로 만들었는가. 각박한 우리사회다. 만약 김길태한테 이전에 그 누구하나 따스한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보여주었더라면 오늘날의 김길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 ? 그런 예화도 있지 않은가. 중세유럽의 어느 화가가 교회 벽화로 그릴 천사모델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우연히 만난 어느 시골마을 순진한 소년 목동이 십수년후엔 악마의 모델이 되어버렸다는. 그렇게 사람의 일생과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흉악범 김길태에게 돌을 던지는것이야 쉬운 일이다. 던지고 싶은 사람은 던져라. 하나님이 살아계신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은판에 뭐 거리낄게 있는가. 하지만 명심하라. 김길태 한 사람에게 돌던지는 일은 쉬워도 김길태 같은 사람이 두 번다시 나오지 않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것은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벌써 몇 년 지난일이지만 미국에서 재미교포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이 있은후, 그의 무덤가엔 그와 같은 학교를 다닌 대학생들의 꽃다발이 적잖이 놓여져있었다고 한다. ‘ 생전에 우리가 너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는 반성과 사과의 표시였다. 우리였다면 조승희 무덤에 꽃다발대신 돌무더기가 쌓였겠지만, 또는 어떤 맹동주의자에 의해 아예 조승희 무덤이 파헤쳐졌을지도 모른다. 그게 한국인과 미국인의 의식수준의 차이다.


 이참에 아예 김길태를 비롯 조두순,강호순,류영철등 흉악범 수십명을 일시에 처형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싶은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가. 물론 일시적인 경고메시지는 될 지언정. 과연 진정 제2의 김길태를 만들지 않는 현명한 방법일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보다 근본적으로 흉악범 수십명을 이참에 일시에 모두 처형시키라는 그와같은 사고방식이야말로 북한의 공개총살을 비난할 것 하나 없는 우리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 내 마음속의 공개처형 ’이기 때문이다.

우린 확실히 인권 후진국에 살고 있다. 조갑제,신혜식류의 한심한 사고방식을 가진 저질 네티즌들이야 또 전가의 보도처럼 북한이 어쩌구 하며 게거품 물겠지만 내가 지금 남북관계를 논하고 있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 강팍해지는 사람들의 정서와 사고방식. 그리고 사랑없는 이 세상이야말로 또다른 김길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공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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