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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가 사라진다] 대졸 부모와 고졸 부모, 자녀 수능점수 20점 차이
헝가리에선 저소득층 가르치면 성과급
 
조선일보 기사입력 :  2010/07/06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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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가 사라진다] 대졸 부모와 고졸 부모, 자녀 수능점수 20점 차이

  • 특별취재팀

 

입력 : 2010.07.06 02:53

[사다리가 사라진다] [2] 교육―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부모 소득 따라 점수차… 月소득 100만원 늘면 자녀 토익 21점 높아져
무늬만 ‘양극화 해소’… ‘저소득층 입학’ 생색 ‘돈드는 건 알아서’式
평준화의 역설… 빈부차·학력차 눈감고 맞춤형 처방도 외면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주겠다는 '교육 사다리 정책'은 보수·진보 가릴 것 없는 공통의 핵심 정책이다. '자율과 경쟁'의 이명박 정부나 '평등과 참여'라는 노무현 정부나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구호만큼은 빼닮았다.

하지만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자"는 요란한 구호에 비하면 결과는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의 학력은 자녀의 수능시험 성적은 물론 토익 점수와 첫 월급 규모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 '사다리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교육 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본지 자문단 분석결과 확인됐다.

부모 따라 수능·토익 점수 결정돼

취재팀은 부모 배경에 따라 자녀의 토익 점수, 첫 임금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자문단 소속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위원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김 위원은 비(非)농촌지역에 거주하는 5000가구의 노동패널 자료를 토대로 부모의 학력·경제력에 따른 자녀들의 대학·토익·임금 수준을 산출해보았다.

분석결과 대학을 가기 위한 수능시험부터 부모에 따라 성적이 달라졌다. 부모가 모두 대졸인 학생들은 평균 256.2점으로 부모 모두 고졸 이하인 학생들(236.4점)보다 19.8점 높았다.

똑같은 시간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서울 w중학교 교문을 걸어나오고 있다. 각종 교육복지정책은 펼쳐졌지만, 교육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부모 계층과 자녀의 성적이 가장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지점은 취업에 필요한 토익(toeic) 성적이었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늘어날 때마다 자녀의 토익 점수는 21점씩 높아졌다. 부모 모두 대졸자인 학생의 평균 토익 점수는 741.9점으로 부모 모두 고졸 이하인 학생들(667.6점)보다 74.3점이나 높았다.

이 같은 영어 격차는 결국 자녀 세대 임금과 직결됐다. 부모 모두 대졸인 경우엔 첫 월급이 평균 202만9009원이었지만 부모 둘 다 대학을 못 나온 자녀들의 평균 월급은 77%(156만4458원)에 그쳤다.

김 위원은 "수능 점수가 같은 학생들로 비교해봐도 대졸 부모를 둔 자녀와 고졸 이하 부모의 자녀 사이엔 시간당 임금 격차가 24.4% 차이 났다"며 "부모의 계층적 지위가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개천에서 용 나게 만들겠다"며 도입한 '교육 사다리' 복원정책은 상당수가 구멍투성이였다.

'생색내기 사다리' 정책

상민(가명·13)이네 집은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상민이는 워낙 공부를 잘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엘리트학교인 국제중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지난 3월 입학 때만 해도 "하늘을 날 것 같다"던 어머니 양경미(가명·45)씨는 그러나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입학설명회 때 학교측은 "학비가 면제되는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했으니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입학하고 보니 ▲영어집중교육강습비 20만원 ▲스쿨버스비 87만원 ▲체육프로그램 비용 37만원 ▲여름해외봉사활동비 100여만원 등 4개월간 250만원을 내라는 통지가 왔다. 수업료는 공짜지만 기타 프로그램에 드는 추가비용은 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4년 전 남편과 헤어진 양씨의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를 합쳐도 월 95만원 정도다. 양씨는 "지금은 아는 사람에게 빌리고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소액 대출도 받아 겨우 버티는데 결국 국제중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정책이 저소득층의 '악몽'이 된 것은 부실한 정책 설계 탓이다. 선심 쓰듯 입학의 문은 열어줬지만, 그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이다.

2005년 전문계고 특별전형으로 서울 a대에 입학한 유모(24)씨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전문계고 학생만 따로 뽑는 전형 덕분에 수능 3~5등급 성적으로도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지만 '입학 허가'로 끝이었다. 유씨는 "수능 성적이 낮은 전문계 출신을 별도로 뽑았다면 어려운 공업수학 정도는 따로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있을 줄 알았다"며 "입학만 시켜놓고 방치해놓으니 소외감만 느끼다가 몇달 만에 학교를 떠난 친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짜 평준화'의 역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빈부 격차도 심하고 학력 격차도 심한데, 공교육은 그저 '학생들을 똑같이 가르쳐야 한다'는 '평준화 허상'에 갇혀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 진단이 없는 정책이었으니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2003년 도입한 수능등급제는 대표적인 '부실 사다리'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수능을 사실상 자격 시험화하고 내신 비중을 높이면 사교육을 못 받는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가게 된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수능 변별력이 없으니 내신·논술·수능을 모두 잘해야 살아남는다며 학원들이 대성황을 이뤘다.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당연했다.

교육에서 계층 격차는 커지는데도 평준화정책 유지를 위해 교육 격차 자료를 꼭꼭 숨겨온 것도 문제였다. 최근 공개된 수능 고교별 성적을 분석하면 같은 평준화지역인 서울시에서도 저소득층이 많은 금천구·구로구의 학력 저하가 두드러졌다.

중앙대 이성호 교수(교육학)는 "당장의 실력차를 인정하고 '맞춤형 처방'을 해야 교육 격차가 줄어드는데, 모든 학교와 학생은 동일하다는 허망한 이상론(理想論)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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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가 사라진다] 헝가리에선 저소득층 가르치면 성과급
  • 부다페스트(헝가리)=해외공동취재팀

 

입력 : 2010.07.06 02:53

헝가리의 경험과 해법

#1 아그네스(22). 런던 a호텔 객실 청소원.

헝가리 서부 외딴 도시 마자르세트(magyarszet)에서 자랐다. 용달차 모는 아버지, 기계공인 어머니, 책가방 던져놓기 무섭게 아르바이트 가는 15살 남동생. 온 가족이 벌어도 한 달에 16만 포린트(90만원 안팎)다. 고교 졸업 후 3년을 허송세월했다. 학비가 공짜인 국립대학은 대도시에 있어 너무 멀고, 사립대학은 학비 부담에 언감생심. 변변한 공장도 없는 고향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불가능했다. 작년에 고향을 떴다. 목표를 세웠다. 대학에 갈 것, 호텔 경영학을 전공해 호텔 정규직이 될 것. "그런데 현실이 예상보다 빡빡해요.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도 생활비 제하면 남는 게 없어요. 과연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2 발린트(26). 부다페스트 b컨설팅 회사 국제협력팀 직원.

런던으로 조기 유학 가 8살 때부터 1년간 영어 교육을 받았다. 병원 3개를 소유한 정형외과 의사 아버지 덕분에 대학 입시를 앞두고 2년간 월 9만 포린트(50만원 안팎)짜리 수학·경제학 과외를 받았다. 명문(名門) 코르비누스(corvinus) 대학 경제학과에 합격한 뒤 2년 반 동안 캐나다에 유학, 귀국 후 유명 컨설팅회사에 취직했다. 최근 시내에 새 아파트를 샀다.

두 사람의 사례는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헝가리의 한 단면이다. 공산정권 통치 시절엔 교육이 무상이었다. 하지만 1989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사립대학부터 무상교육이 무너지면서 교육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헝가리 교육문화부 조사에 따르면, 대졸 학력과 고졸 학력의 부모를 둔 자녀들의 대학 진학률은 1980년 60% 대(對) 7%에서, 2008년엔 80% 대 3%로 격차가 커졌다.

코르비누스 대학 가조 페렌츠(gazso) 교수(사회학)는 "가난한 집 아이일수록 열악한 학교에 들어가 부실한 교육을 받고 그 결과 어른이 돼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헝가리 정부도 '교육 사다리' 복원에 본격 나서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회주의 관습이 남아 있는 헝가리가 '평등'을 넘어 '경쟁'과 '효율'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저소득 학생들을 돕기 위해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교사들에게는 '성과급'을 줌으로써 유인(誘引)하고 있다. 자녀를 학교에 안 보내고 집안에 방치하던 부모에게도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교로 데려오면 2만 포린트(10만원 안팎)씩 지원금을 준다. 학자금 대출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투자'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자본을 투자해서 향후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정부 부담을 줄였다.
해외 언론과 공동기획·취재… '우리집 사다리 지수' 서비스도
‘사다리가 사라진다’ 헝가리 르포는 헝가리 최대의 인터넷 뉴스 매체 ‘인덱스폰트후’(index.hu)와 유력 일간지 ‘마자르넴젯’과 공동 르포로 작성됐습니다. 본지 특파원과 현지 유력 언론의 베테랑 기자가 공동으로 기획·취재하고 함께 기사를 작성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현재 조선닷컴(chosun.com)에선 국민연금연구원 석상훈 박사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우리집 사다리 지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 자료를 토대로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얼마나 있는지의 확률을 계산해 위험성에 대비토록 하자는 프로그램입니다.
<해외공동취재팀>
▶인터넷매체 ‘인덱스폰트후’ 윱 샨도르 기자
▶헝가리 일간지 ‘마자르넴젯’ 바르가 어틸라 기자
▶조선일보 오윤희 특파원 oyoun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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