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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제국’이 세상을 평안케 하리라
미·일의 부상보다 충격적인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
 
한겨레 기사입력 :  2010/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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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제국’이 세상을 평안케 하리라
미·일의 부상보다 충격적인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

“21세기식 조공체제 부활로
국제사회 오히려 안정될것”
한겨레 한승동 기자기자블로그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현대 경제사는 1978년을 분수령으로 하여 중국이 등장하기 전의 경제사(bc: before china)와 중국 등장 이후의 경제사(ac: after china)로 구분해야 한다.’
 

1870년 미국이 경제 도약을 시작했을 때 미국 인구는 4000만이었고 성숙기에 들어선 1913년에는 9800만이었다. 일본이 한국전쟁을 계기로 경제 도약을 시작한 1950년 당시 인구는 8400만, 1973년엔 1억900만이었다. 이에 비해 개혁개방으로 도약을 시작한 1978년 당시 중국 인구는 9억6300만, 경제개발계획이 끝나는 2020년의 예상 인구는 14억. 경제도약 시작 시점 인구는 중국이 미국의 24배, 일본의 11.5배였고 2020년 인구는 1913년 미국 인구의 14배, 1973년 일본 인구의 13배로 추산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7년에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압도적인 인구와 미국보다 더 넓은 광대한 영토, 한국 등 동아시아 ‘호랑이’들을 능가하는 빠른 성장속도를 지닌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가할 충격효과는 그야말로 전례없는 것일 수 있다.
 
총인구뿐만 아니라 도시노동인구도 압도적이어서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의 기세는 더욱 가파르게 가속화할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는 이미 1990년대에 27.1%로 미국의 21%를 능가했으며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수위자리에 올랐다. 아울러 그에 따른 막대한 자원수입 또한 세계 경제 지형을 바꿔놓고 있는 중국 경제의 충격에 가세하고 있다. 그리하여 중국은 한국, 일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동아시아 최대의 교역, 투자 파트너가 됐을 뿐 아니라 인도 등 서남아시아와 이란 등의 중동지역, 나아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까지 중국 의존형으로 급속히 재편하면서 지구촌의 지정학적 구조까지 바꿔놓고 있다.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냉정하게 생각하면 중국의 부상이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은 독일과 일본의 부상으로 나타난 결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며, 심지어는 이를 계기로 세계가 새로운 역사시대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런던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 초빙 연구위원이며,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의 오랜 편집장이었고 <인디펜던트> 부편집장도 역임한 마틴 자크는 저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에서 이 ‘새로운 역사시대’를 서구 지배의 종말로 받아들인다.
 
1800년 무렵까지만 해도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소득수준엔 차이가 없었다. 그 이후 서방 우위가 확립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석탄(산업혁명), 그리고 식민지 약탈이었다. 마틴 자크는 그렇게 해서 지속돼온 지난 2세기 동안의 서방 우위가 동아시아의 경제적 부상, 특히 압도적 규모의 중국 경제 압축성장으로 일거에 무너지면서 인간 역사가 전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본다. 그 파장은 미국의 부상과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것이란다. 미국의 등장 역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으로 이어져온 서구 헤게모니 국가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중국은 문화와 전통·정치이념 등이 전혀 다른 비서방국이다. 그 점이 충격을 배가할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에서 팍스 시니카(pax cinica.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평화)로! 그것은 곧 서구의 몰락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문제의식은 다음 구절에 집약돼 있다. “서구 국가들은 중국이 부상해도 세계는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가정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중국의 부상은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 한정될 것이다. 둘째, 중국은 적당한 때가 되면 전형적인 서구 국가가 될 것이다. 셋째, 국제사회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중국은 주어진 현상을 그대로 따르는 유순한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가정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들은 서방적 산업화, 근대화의 길이 유일무이한 것이고 표준이라고 맹신하는 데서 오는 착각이다. 그가 보기에 서방(일본도 포함된다)의 근대화 과정이야말로 오히려 특수하고 예외적인 것이었다.
 
중국의 부상이 경제적인 측면에 한정될 것이며, 중국이 서구 사회를 닮아갈 것이라는 가정은 ‘역사의 종언’을 얘기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류의 관점을 연상시킨다.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서방의 또다른 시각은 중국이 그렇게 ‘서구 모델’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또는 기대 섞인 눈길이다. 물론 이런 시각도 틀렸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그런 가정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밝히고, 여러 형태로 존재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근대의 길들 가운데 하나인 동아시아식 근대, 그중에서도 제국주의 피해국들 가운데 강대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전 지구적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고 있는 거대 중국 근대화 모델의 특징을 짚고 전망한다.

 

 

마틴 자크는 30년 전쟁 뒤인 1648년 대등한 ‘국민국가(네이션 스테이트)’들을 전제로 성립된 서구의 베스트팔렌 체제와는 전혀 다른 중국 특유의 헤게모니 작동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문명국가(시빌리제이션 스테이트)’라는 개념과 지난 2천여년간 동아시아 세계를 규정했던 조공체제를 들고 나온다. 문명국가는 유교이념과 부성적 관념이 투영된 국가, 그리고 수천년간 ‘하나’ 또는 ‘우리’라는 관념 속에 이어져온 역사와 문화에 집착하는, 서구적 근대국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중국(중화)의 문화와 힘의 우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한 내정간섭을 하지 않았던, 서구 베스트팔렌 체제와는 또다른 동아시아적 국제관계 틀이었던 조공체제가 문명국가를 떠받쳤다.

 

마틴 자크는 재창조될 조공체제가 거대 중국의 등장을 안정 속에 맞이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되고 힘있는 중국이 오히려 국제질서를 안정시킬 것이라는 그의 시각은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에서 설파한 주장과 닮아 있어 흥미롭다. 서구와 그 아류인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자로 전락했던 중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되면 함께 희생자가 됐던 한반도도 근대 이후 처음으로 전혀 다른 지정학적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기회가 될까, 재앙이 될까?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특유의 인종주의 등이 문제를 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세계사가 중국 중심으로 다시 씌어질 것이고, 세계의 수도가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바뀔 것이며,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고 중국어가 영어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며, 중국의 대학과 음식, 중의학이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도 “민주주의 정치 행태가 아닌, 공산당이 집권하는 탈식민지 시대 개발도상국가로서 권위주의적 유교 전통에 입각한 수준 높은 통치술을 갖춘 정치행태”가 지배하게 될 것으로 봤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새로운 ‘큰형님’을 맞이할 때


미국의 영향력 점점 약화

한중관계는 견고해질 것

마틴 자크는 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가장 극적으로 변한 나라로 한국을 꼽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의 한-중 접근에 주목했다. 지난해 전반기에 이 대목을 집필한 것으로 보이는 지은이는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뒤 “북한에 대해서는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미국과 가까워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대북, 대미 입장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고 미국과는 점점 멀어질 것”이라며 “향후 10년 내”에 일어나긴 어렵겠지만, “어쩌면 한미동맹이 없어질 정도로 멀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게 될 경우” 주한 미군이 그 전이라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은이가 인용한 자료(골드만삭스 자료인 듯)에는 2025년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 비교에서 한국이 2025년 12위, 2050년 13위로 랭크돼 있으며, 같은 시기 1인당 소득(2006년 미국달러 기준)은 각각 8위와 2위(1위 미국의 9만여달러에 근접한 수준)에 올라 있다. 이런 전망이 그가 예측한 향후 한국의 대중, 대미 행보와도 상관관계를 갖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은이는 과거 중국 중심 동아시아 조공체제하의 한국과 일본을 형과 동생 관계로 묘사하면서, 한-중 접근은 “과거 조선이 중국의 가깝고도 중요한 조공국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지은이가 말하는 중국 헤게모니하의 조공관계 부활은 물론 정기적으로 조공품을 진상하고 하사품을 받는 식의 과거 단순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 헤게모니하의 현 세계체제가 결과적으로 대국에 의한 중소국들의 일정한 주권제약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옛 조공체제와 닮은 점이 있다고도 했다.

지은이는 동아시아의 중국 경사가 일반화하는 가운데 대만과 일본만은 예외라며 그중에서도 일본이 중국엔 가장 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만은 그 뒤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오히려 가장 가파르게 중국 쪽으로 기울었는데, 책에는 그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일본은 중국의 등장에 맞춰 근본적인 사고 전환이 요구되고 있지만, 그렇게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향후 중-일 관계에서 상정할 수 있는 몇가지 시나리오로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기존 행보를 계속하는 것, 독자적 재무장으로 군사대국화해 중국과 대결하는 것, 중국의 경제·정치·군사적 영향력이 계속 커지면서 일본의 대중 자세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미국도 대일관계보다 대중관계를 중시하면서 미-일 동맹이 약화, 유보 또는 폐기되는 것 등을 거론하면서 첫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두번째가 최악인데,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일본이 이를 실현하기에는 국토가 너무 좁고 자원도 빈약하며 폐쇄적이고 고립되어 있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지은이는 자의든 타의든 동아시아에서 미국은 점차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그것이 “오히려 중국의 부상과 맞물리면서 동아시아는 (적어도 지금까지로 봐서는) 갈등이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중국의 힘이 강력해 조공제도가 유지되던 시기에는 동아시아 지역이 장기적으로 안정을 누렸던 역사적 사례를 고려하면 이런 예상도 나올 법하다”고 썼다.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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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0-10-08 오후 07: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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