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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바꾸는 마력 혹은 매력
 
[중앙일보] 기사입력 :  2010/10/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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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가 악한 상황에 휩쓸리게 하는 ‘나쁜 3인’을 만나느냐, 행복한 상황을 만드는 ‘착한 3인’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중앙시평] 상황을 바꾸는 마력 혹은 매력 [중앙일보]


2010.10.09 00:17 입력 / 2010.10.09 15:57 수정
지금 당신은 어떤 조사회사의 회의실에 앉아 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기성세대의 리더십 경향을 파악하는 그룹 인터뷰에 초대된 것이다. 회의실에는 당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조사 대상자와 인터뷰를 진행할 사회자가 있다. 질문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은 대체로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남성입니까, 여성입니까?” 당신은 속으로 ‘질문이 뭐 이래?’ 하고 시큰둥해졌지만 가벼운 첫 질문이라 생각하고 성의껏 답하려 한다. 그런데 당신이 입을 떼기도 전에 다른 다섯 명의 이구동성이 들려온다. “여성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새도 없다. 사회자가 당신의 생각을 묻는다. “나, 나, 남성이 아닐까요….” 당신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부터 여성이…’ 하는 의혹의 시선을 다른 다섯 명에게 던지기도 전에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된다. “타조와 거위가 경주를 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요?” 이쯤 되면 당신은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저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거위’라고 외친다. 그럼 당신의 대답은? 거위라고 답할 확률이 70%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이런 유형의 실험을 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이것을 ‘상황의 힘’ 실험이라고 불렀다. 실험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명은 사전에 입을 맞춘 연기자들이다. 실험 대상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서서히 다수의 의견에 따르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개의 사람들(약 70%)은 특정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성을 잃고 상황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즉 다수가 동의하는 쪽으로 휩쓸리게 된다는 것이다. 짐바르도는 만일 누구라도 회의실 밖에서 이 광경을 봤다면 ‘나라면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했을 텐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오만이라는 것이다. 상황의 힘은 그만큼 강하다. 후미진 골목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가 쌓이는 것, 학교나 조직 안에 소위 ‘왕따’를 만드는 것도, 온라인상에서 마녀사냥이 활개를 치는 것도 상황이 만든 결과다.

골목의 쓰레기도, 왕따를 시키는 것도 처음엔 한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상황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언제나 상황에 지배당하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상황을 지배하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2003년 가을 어느 날, 우리는 인터넷에서 놀라운 사진 한 컷을 보게 된다. 지하철 차량이 역내로 도착하는 순간,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로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이 전동차를 밀어내는 광경이다. 상황은 이랬다. 처음엔 사람들이 실족한 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 손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로부터 ‘밀어보자’라는 외침이 들렸고 여기저기서 ‘해보자’라는 소리가 보태지자 상황은 반전됐다. 차량 내부에 있었던 승객들까지 모두 내려서 구령에 맞춰 밀기 시작하자 전동차는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졌고 마침내 떨어진 사람을 구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상황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짐바르도는 ‘3의 법칙’을 주장했다. 적어도 세 사람의 힘이 합쳐져야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3은 곧 집단개념이 되고 이것이 전환점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하철 사고에서도 처음으로 ‘밀어보자’며 전동차에 손을 댄 한 사람에게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의 손이 보태지자 이어 수백 명이 합세하게 된 것이다. 3인 이상이 되면 사회적 규범이나 법칙을 형성할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악한 상황에 휩쓸리게 하는 ‘나쁜 3인’을 만나느냐, 행복한 상황을 만드는 ‘착한 3인’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배추 파동이 나자 나쁜 3인을 구축한 무리들은 책임 회피와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쏟아놔 괴담이 떠도는 불안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상황은 국민을 지배하고 국민이 상황에 휩쓸리게 되면 무슨 재주로 평정심을 찾게 해줄 것인가.

단지 배추 문제가 아니다. 나쁜 3인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불안정국을 만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민들 스스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착한 3인을 구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때의 착한 3인은 그저 착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33t이나 되는 전동차를 밀어낸 힘으로 무엇인들 못할까!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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