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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보다 처량하다...지상의 방 한 칸
짐승도 굴이 있는데 집 없는 이 허다
 
경향신문 기사입력 :  2010/10/1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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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지상의 방 한 칸
 김태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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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때로 짐승보다 처량하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人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예수의 말이다. 짐승도 굴이 있는데 사람은 집 없는 이들이 허다하다. 집에 관한 한 사람은 짐승만도 못한 셈이다. 없는 이들에게 지상의 방 한 칸은 하늘의 별처럼 아득하다. 1980년대의 집 구하기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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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리는 이 잡듯이 훑었다.워커힐 넘어가는 쪽과 망우리도 훑었다. …한번 갔던 데를 세번 네번 반복해서 뒤졌고, 복덕방 사람들은 우리만 보면 ‘아, 또 왔군’ 하는 표정이었다.” 박영한의 단편소설 ‘지상의 방 한 칸’이다. 교문리뿐만이 아니다. “우이동 골짜기는 3일, 대자리며 원당 쪽은 연속 4일 출근했다. 시청앞 지하철을 기점으로, 부천 안양 수원 북한산성 과천 독산동 태릉 골짜구니, 그리고 강화 가는 쪽의 김포읍 안쪽은 다 훑었다.” 수도권 일대를 누볐건만 가난한 작가가 머리를 둘 곳은 없었다.

시인에게도 ‘지상의 방 한 칸’은 간절하다. 같은 제목의 시에서 김사인 시인은 이렇게 한숨짓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다.” 아이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무너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편히 자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이사갈 걱정에 잠들지 못한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에 누웠으니 잠이 올 리 없다.

지상의 방들은 왜 죄다 남의 것일까. 하늘의 별처럼 많은 집들 중에서 왜 내집은 없는 것일까. “…숲들은 밀려나고 먼지와 포클레인의 독무대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곳은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등붙여 살던 그 옛날의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소설에서 ‘신흥주택과 대형 아파트에 밀려난’ 이들은 ‘하늘로 올라가든지 언덕바지에다 비닐하우스를 쳐서 살아갈 궁리’를 해야 했다.

전셋값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의 한숨은 땅이 꺼질 듯한데, 정부는 별 대책이 없다니 기가 막힌다. 없는 이들은 ‘지상의 방 한 칸’을 찾아 이 동네 저 동네 훑고 있다. 1980년대가 아닌 21세기의 풍경이다. 돈이라는 이 시대의 불도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숲과 서민들을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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