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종세 뉴욕 특파원
미국 노조의 후원을 받고 있는 로스맨 의원은 지난 7월 말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백악관에 보낸 미 하원의원 110명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인 유권자들이 그의 행동에 불만을 표시하며 한·미 fta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의 지역구인 뉴저지주 제9연방지구엔 한인 유권자 1만5000명이 있고, 삼성·lg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의 미주 본부가 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세부 사항들이 최종 타결되면 의회 비준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한인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자신에게 투표해 준다면 한인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표를 구했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재미동포들은 한국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에게 유권자로서 면담을 신청하고 청원을 통해 압력을 넣고 있다. 지난 8월엔 한인 유권자들이 뉴욕지역의 한인 유권자 1334명의 서명을 받아 민주당 상원의 실세인 찰스 슈머 의원에게 전달하며 한·미 fta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한인 유권자들은 미국 의회를 움직여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했고, 한·미 비자 면제 협정 체결을 지원했으며, 독도 지명 표기 원상 회복을 도왔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전체 미국 인구의 2~2.5%에 불과하지만 94%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13개 주에 거주하면서 어느 민족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 등에 따라서는 정당에 관계없이 유대인의 이해를 대변해주는 후보에 몰표를 던진다.
이스라엘 전문가인 제프리 헬름라이시는 "유대계 미국인의 주요 영향력은 이런 투표 패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여기에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의 압력 단체를 만들어 유대인 유권자들의 표를 결집시키고 각 지역에서 이스라엘 원조 등에 가장 협조적인 후보를 적극 밀어주고 있다.
그러나 재외 국민이 한국 선거에 투표하게 되면서 이제 불붙기 시작한 재미동포들의 미국 정치 참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동포사회는 벌써 이전투구 중이다. 재미동포들이 다시 한국 정치에만 쏠리게 되면 스스로는 물론 조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고, 전략적으로 표를 행사해 미국 정치권에서 한인 유권자들과 한국을 다시 보게 만들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