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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반도 종주권' 복원하려 한다
 
조선일보 기사입력 :  2010/12/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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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중국 '한반도 종주권' 복원하려 한다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 기사
  • 100자평(1)

    입력 : 2010.12.26 22:32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돌아온 제국 중국에게 한반도 종주권은 잠시 잃었던 것일 뿐
    대한민국의 번영만이 21세기 한반도를 지킨다는 것 명심해야

    25일 중국 어선 랴오양위(遼營漁)호 선원 3명이 전격적으로 송환되었다. 이 배는 지난 18일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한 다른 중국어선을 추격하던 해경 경비함을 고의적으로 들이받다가 침몰했다. 단속 과정에서 우리 해경대원 4명이 중국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크게 다쳤다. 한국 정부는 랴오양위호가 해경의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한 것을 확인했지만, "한·중 외교관계를 고려해"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23일 해경의 날 기념사에서 김황식 총리가 "정당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우리의 해양주권을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불법조업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다. 그동안 해경이 중국 어선의 단순 불법 조업은 기소하되 폭력을 휘두를 경우 구속 영장을 신청해왔던 관례에 비추어 봐도 이례적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법 포획과, 한국의 공권력에 폭력 대응을 일삼는 중국어선의 횡포를 막는 길도 더 어려워졌다.

    '저자세 외교'로 비난받는 이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사건 직후 한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오히려 기고만장하던 중국의 대응도 눈에 띄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 이래 확산된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당국의 고충도 있겠지만 이 건은 보기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의 대국으로 굴기한 중국의 제국적 행태가 우리에게 끼칠 영향력을 선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천안함과 연평도로 압축되는 2010년의 경험은 최대 경제 파트너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낳은 대(對)중국 과잉 기대의 환상을 깨트렸다. 과잉 기대는 현실을 보지 않는 소망사고(所望思考)의 소산이다. 국가이익 추구가 모든 것인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소망사고보다 위태로운 것도 드물다. 지난 반만년간 동아시아의 패자(覇者)였다가 20세기의 수십년 동안만 도광양회(韜光養晦·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름)하던 중국이 21세기 들어 다시 돌돌핍인(기세가 등등해 남에게 압력을 가함)을 마다치 않게 된 것이다. 한반도가 그 파장의 한가운데 서있는 건 물론이다.

    요즈음 중국 관영 보도기관이 떠드는 한반도 위기론의 맥락도 이런 관점에서 조명 가능하다. 중국의 관영 보도는 당국의 통제 아래서 작동한다. 한반도 불안정 상황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반하므로 그걸 경계하는 건 당연하지만, 한반도 전쟁위기론을 부추기는 중국의 관영 언론 플레이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6·25 같은 전면 전쟁이 불가능한 구조적 상황과 중국이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중국의 행보는 20세기 들어 상실한 한반도 종주권(宗主權)의 21세기적 복원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핵을 가졌지만 생존 자체를 거의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의 존재는 그걸 더욱 조장한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고구려를 중원의 통일왕조와 주종관계에 있던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으로 격하시킨다. 수·당과 고구려 사이의 70년 전쟁도 중국의 종주권을 확인하는 통일전쟁으로 해석한다. 이런 역사 도식은 우리를 격분케 하지만 전성기의 고구려조차 단적인 국력의 격차 때문에 중원 왕조에 대해 수세적일 수밖에 없었던 건 역사적 사실이다.

    신라는 고구려에 조공을 바쳤고 백제와 일본의 침탈을 받을 정도로 약체였지만 최종 승자가 된다. 민족주의 사학은 신라가 당이라는 외세를 끌어들여 백제(660년)와 고구려(668년)를 멸망시키고 나라의 경계를 한반도 안으로 좁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신라의 승리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았다. 고구려 멸망 이후 한반도를 직접 지배하려던 당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무력으로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신라가 전쟁을 불사한데다, 토번과 돌궐의 위협으로 대륙의 서북부와 요동이 흔들리던 당의 사정을 이용한 외교로 10여년의 대(對)당 전쟁에서 승리해 한반도의 주인이 된 것이다.

    물론 21세기는 7세기가 아니지만 국제정치의 무정부적 성격은 변치 않았다. 올해 중국은 김정일 정권의 존립이 제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우리를 강압하고 윽박질렀다. 그러나 체제 재생산 능력이 소진된 종속국의 내파(內破) 가능성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제국은 없으며, 번영하는 한국만이 21세기 한반도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 운명을 담대히 껴안을 한국인의 의지와 지혜를 요구하는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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