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선 서울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6월 13일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거대한 국가이익보다 개인의 행복을 고민하는 시민들의 행동의 결과가 광장의 촛불"이라 분석하였다. 실체적 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분석이다. 촛불을 든 다수의 시민들은 개인적으로 광우병에 걸릴 개연성을 염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크게 걱정하여 심야의 거리에 나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유신이나 전두환 시대처럼 전제주의적 정치체제도 아니요, 4.19 당시처럼 부정선거를 자행한 것도 아니며, 총칼로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50만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이명박 퇴진을 외치고 있다. 대의 민주정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나라에서 방금 탄생한 정부의 퇴진이 운위되는 이 상황은 나라의 뿌리가 송두리 째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취임 전부터 나라의 뿌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bbk와 관련하여 대선 전의 검찰 발표와 인수위 시절의 특검이 그에게 혐의 없음의 결론을 내렸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가 직접 행한 언론 인터뷰 및 광운대 특강의 내용과 검찰의 발표내용이 도무지 그림이 맞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독재 정부도 아니며, 정보화 시대이자 민주화 된지가 수십년이 된 지금, 선진조국을 만들겠다는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국가기관이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는 그 사실로부터 국기는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 정부의 어떤 발표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근저에는 이같은 태생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좌파정부' 10년에 대한 실체적 평가는 좀 더 시간을 요하는 일이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보수 회귀를 선택하였다. 너무 나간 친북노선과 이념의 과잉 등이 위험수위에 다다랐고 어쩌면 그런 노선이 나라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열어준 보수회귀 정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첫 인사를 강부자 고소영으로 시작하였다. 대통령 자신이 청렴성과 도덕성의 함량 미달을 안고 출발하였기에 그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내각과 청와대는 청렴한 인재들로 채워지기를 국민들은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건 애초에 무리한 기대였다. 제 눈에 안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백번을 양보하여 전문적 능력이라도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그런 기대는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충분한 전문지식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한 배려도, 협상의 스킬도 갖추지 못한 채 오직 정상회담 일정이라는 목표에 맞추어 대통령의 명령만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가 미국의 요구를 100% 수용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적어도 촛불을 든 시민들은 그렇게 여기고 있으며 그들이 진정으로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그걸 2mb와 그의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러기에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어떻고, 과학이 어떻고 무슨 국제기구가 어떻고, 배후세력이 어떻고, 좌파이념이 어떻고 하며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수천의 촛불을 수십만으로 키워놓고 만 것이다. 무능의 극치. 정치력의 부재.
아하! 보수라는 게 개인적 영달과 대통령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능력은 이전 정부 사람들보다도 못한 것이로구나. 진보의 이념이 국가의 기초를 흔들 것 같아 보수회귀를 선택하였는데, 그 보수에 부패와 무능의 이미지를 덧씌워 놓았으니 이제 국민들은 어디에서 나라의 경영을 맡길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가? 보수진영 전체로 옮겨붇는 불길. 갈 곳 잃은 허탈한 국민의 마음이여!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흔들어 놓은 국기의 두번 째 모습이다. 어찌 보수에 인재가 없을 수 있으랴만은 이명박 대통령은 고소영의 근시안만을 가동하였던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 와중에도 대운하를 무슨 하천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위장개업하여 추진하겠다고 하였다가, 최근에는 시기가 적절치 않으므로 논의를 유보하겠다니. 도데체 정신이 있는기여, 없는기여. 이미 국민 다수가 대운하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환경파괴적인 사업이라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이건 똥고집도 아니고. 무슨 자격으로 국민의 동의도 없이 수천년 내려온 민족의 삶의 터전을 뜯어 고치겠다는 것인지.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흔들고 있는 나라의 기초. 그 세번 째 모습이다. 도데체 무슨일을 어떻게 벌일지, 제 2, 제 3의 광우병 파동이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국민은 불안한 것이다. 보수진영의 비난대로 10년간 잃어버렸던 나라(?)가 향후 5년동안 어떤 모습으로 만신창이가 될 지 국민들은 걱정이 앞을 가리는 것이다.
정부는 쇠고기 추가협상에 나섰다. 정권의 운명까지 위태로워질 위기를 맞아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우리는 다급하고 미국은 느긋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큰 것을 양보하고 구걸하다시피 하여 30개월 월령 제한 등을 얻어낼 것이다. 국가의 자존심과 국익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졸속협상이 나은 반대급부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칠 건 고쳐야 한다.
촛불 현장에는 반미구호가 드높다. 미국의 입장이 강경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증폭될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을 해치고 필연적으로 좌파적 입장을 강화해 줄 것이다. 복원하고자 했던 한미동맹에 중대한 위협요인이 날로 커가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위신 추락과 국익 손실, 위협받는 한미동맹. 이것이 흔들리는 나라의 기초. 그 네번 째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10%대로 추락하였다.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나 다름 없게 되었다. 지금 나라경제는 고유가 등으로 imf 직전의 어려움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헤쳐나가도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중대한 위기 국면에 우리 정부는 쇠고기에 매달려 수습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와중에 정신나간 대운하 메들리가 화음으로 연주되고 있다. 출범 100일을 갖넘긴 내각의 총사퇴가 거론되고 있다. 할 일은 태산이고 갈 길은 먼데 나라는 6월항쟁 당시처럼 어수선하기 그지 없다. 새로운 동력으로 미래를 향해 희망찬 진군을 해야 할 신생 정부가 이 무슨 해괴망측한 혼란이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어떤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없다. 화물연대, 고엽제 전우회 등의 목소리에 어떤 설득력도 정부는 발휘할 수 없다. 권위를 잃어버린 정부, 국민이 정부의 소리에 협조는 커녕 콧방귀를 뀌어 버리는 그런 정부, 국민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홀로 세레나데를 부르는 그런 정부. 이것이 이명박이 초래한 나라 흔들림의 정말 중요한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흔드는 나라의 기초. 그 마지막은 헌정질서의 위기이다. 독재정부도 아니고, 부정선거에 의해 출범한 정부도 아니며, 총칼로 국민을 위협하지도 않았는데 수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출범 반년도 안되어 중대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건국 이래 초유의 헌정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정권이 물러나는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이는 아주 좋지못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물러나도 걱정, 안물러나면 더 걱정.
얼리버드. 공사현장을 지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그릇이 나라를 맡은 데서 오는 2008년 6월, 오늘의 대한민국 혼란상이다.
샘돌과나비의 블로그 (http://blog.daum.net/ksmn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