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방 전문 웹진 ‘디펜스21’ 오픈 특집 - ‘연평도 피격 그 후’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김관진 국방장관과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등을 논의하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습니다.
국방부는 “한일 양국 모두 협정체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이에 대해 동북아의 신냉전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디펜스21(defence21.hani.co.kr)은 이와 관련해 한반도 주변의 군사 상황을 검토하면서, 더 나아가 협정이 한국의 방위산업과 국방력 강화에 큰 족쇄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새 국면
최근 일본이 한일 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한국에 군사협정, 그 중에서도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하자며 구애하는 배경은 한·미·일 3개국이 미사일방어(md)를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09년 5월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해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위계획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한·미·일 3개국이 공동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바야흐로 북한 위협에 대비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3국 공동 미사일방어가 목표
일본이 이렇게 적극성을 띠는 배경에는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커졌다고 보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선 2007년 9월 전임 한미연합사령관 벨 대장은 미 합참 기관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이 한국작전 전구를 지나 일본, 혹은 태평양을 날아갈 경우에 빈틈없이 작동하는 체계가 대응해야 한다”며 “몇 분 혹은 몇 초밖에 없는 상황에서 핵심사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목적을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이 일본으로 갈 것인지, 미 본토를 향하는 것인지 신속한 판단을 하고 최단 시간 내에 요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사일이 한반도 전구를 벗어나면 한미연합사령관은 미사일 요격에 대한 지휘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 미사일을 누가 요격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두고 심각한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요격 명령을 누가 내릴 것이며, 어떻게 지휘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고민은 2009년 5월에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하면서 핵심적인 문제로 부각됩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기 직전부터 일본은 도쿄 시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고 “일본 영공 침범 시 요격하겠다”며 요란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자 아무런 요격 시스템이 가동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조기경보체제가 오작동하여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오인하는 소동을 겪는 망신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 적극적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일본 영토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위협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한미일이 일체화된 진일보 된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갖추자는 쪽으로 논의 방향이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려서 요격하면 그때는 이미 위험이 엄청나게 증폭된 상황인 거죠. 설령 요격이 성공하더라도 일본의 피해가 예상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초기단계, 즉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전구를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미사일을 요격하고 일본도 여기에 참여해야만 열도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과 협력하여 미사일방어를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한미일이 미사일을 공동으로 방어하는 새로운 지휘통제체계를 갖추자”는 벨 사령관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졌다.
여기에다 미사일방어와 상대적으로 거리를 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왔습니다. 이를 일본이 놓칠 리가 없죠.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어수선한 12월 초에 간 나오토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발언을 내놓았던 데 이어 새로 발표된 ‘신방위계획대강’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 역내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 호주, 인도 등과는 군사협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한반도 전방위적 개입 뜻 드러내
일본은 외교적으로도 ‘한·미·일 3국 동맹론’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장관은 “미국, 한국과의 공조태세를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의 틀 속에서 북한 핵개발 저지 등 후속 사태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 말이 나온 직후 멀린 합참의장이 일본을 다녀가고 난 이후 올해 1월 초에는 요미우리신문이 한국군과 자위대의 군사협력을 주요 축으로 하는 ‘한일 신공동선언’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도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항구적으로 자위대의 수시 해외 파병이 가능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맹국이 침략을 받을 경우 자국에 대한 침략 행위로 간주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도 용인될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이 서둘러 한국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서두르는 배경이 명확해진다. 그것은 ‘북한의 위협’이라는 것을 매개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범위를 초월한 미 국방부 차원의 미사일방어 구상에 응답하는 첫걸음인 셈입이다.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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