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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얻고 생각하는 뇌를 잃었다
인간 대 컴퓨터
 
[중앙일보] 기사입력 :  2011/02/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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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터넷을 얻고 생각하는 뇌를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1.02.19 00:19 / 수정 2011.02.19 00:39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364쪽
1만5000원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을 지내고, it분야에서 유명한 칼럼니스트로, 경영 컨설턴트로 살아온 지은이의 고백이다. 1986년 애플의 매킨토시 초기 모델을 구입한 이래 웹 2.0시대 진입까지 디지털 시대의 혁명에 열렬히 동참해온 그였다. 그러던 그가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었다”고.

 책의 원제는 『the shallows』, 즉 ‘생각이 얕은 사람들’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방대한 양의 정보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네트워크는 넓어졌지만, 사람들은 그 대가로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인터넷의 자극에 휘둘리며 의사소통 자체가 단순화·분절화되고 있고, 깊이 생각하거나 통찰하는 뇌의 기능을 잃고 있다는 경고다.

 기술과 도구의 발전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색하고 ‘인터넷이 인간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은이는 최신 뇌 과학 이론뿐만 아니라 문화·사회·경제를 전방위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이든, 인터넷이든 미디어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트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술이 사고방식을 구축한다’는 반론으로 쐐기를 박는다.

 일례로 미국 앨러배마에서 한 연구에 따르면 바이올린 연주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뇌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기 연주자들이 왼손으로 악기 줄을 누를 때 이 신호를 처리하는 뇌의 감각피질 부분이 평균보다 현저하게 넓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택시 운전사들의 뇌를 스캔했더니 공간과 관련한 기능을 맡은 뇌의 뒤쪽 해마 부분이 더 넓었다. 뇌의 특정 부분이 육체적·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통해 강화되기도, 약화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지은이는 ‘책 읽기’라는 기술이 인간에게 끼친 영향에 특히 주목했다. 자연상태의 인간의 뇌는 우리의 친척 뻘인 동물들의 뇌와 마찬가지로 산만했지만 문자를 만들고 책을 읽으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추상적 사고력이 강화되는 등 지적 능력이 섬세해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뿐 아니라 물리적 세상에 대한 경험을 풍부하게 해줬단다.

 
 반면 인터넷은 ‘집중력 분산을 위한 기계’에 다름 아니란다. 목적 없이 클릭하고 다니며 불필요한 정보와 자극의 융단폭격을 받는 대가로 기억력과 감정의 깊이 등 ‘가장 인간적인 것들’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간략하게 대안도 제시했다. 비록 짧더라도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고요한 환경에서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이 사고를 통제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삶에 활력과 영감을 불어넣어줄 것이란다.

 인터넷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갖고 삶과 밀접한 기술의 영향력에 대한 풍부한 지적 탐구와 삶의 균형에 대한 통찰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 책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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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인간 대 컴퓨터

[중앙일보] 입력 2011.02.19 00:22 / 수정 2011.02.19 00:22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보듯 기계와 인간의 대결은 인간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인간을 대표하는 전사 켄 제닝스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제닝스는 47년째 방송되고 있는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지난 2004년 74연승을 거두며 250만 달러의 상금을 따낸 ‘퀴즈의 신’이었다. 제닝스는 또 다른 인간 챔피언 브래드 루터와 함께 지난 17일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과 ‘제퍼디’ 무대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왓슨의 완승이었다.

 문제를 귀로 듣고 맞힌 것은 아니지만, 왓슨은 인간들과 같은 조건에서 텍스트 형태로 제시된 문제를 읽었고, 부저를 누르는 속도에서 인간을 압도했다. 왓슨의 승리가 충격적인 것은 ‘제퍼디’의 퀴즈 승부가 단순한 지식의 다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일상 언어(natural language)를 이해하고 답을 찾게 하는 것은 지금껏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난제였다. 체스나 바둑처럼 제한된 룰이 지배하는 보드 게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컴퓨터가 퀴즈 도사들을 능가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에게도 놀라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 수퍼컴퓨터 전문기업 클루닉스의 권대석 대표(학창 시절 ‘장학퀴즈’ 기장원을 차지한 퀴즈 실력자이기도 하다)는 “국내라면 서울대와 kaist가 연합해도 3년 이상 걸릴 연구 과제”라고 말했다.

 컴퓨터가 일상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산업 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단순 응대가 필요한 직종부터 인간의 노동은 필요 없게 된다. 현재도 선진국 기업의 콜센터가 싼 인건비를 찾아 제3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20세기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꿈은 “위험하고 단순한 과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보다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게 한다”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결국 인간과 컴퓨터 사이에 분란이 일어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보다는 19세기 초 영국의 섬유 노동자들이 방직기계를 불태웠던 러다이트 운동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에 놓인 것은 블루 칼라만이 아니다. it계의 석학 니컬러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shallows)』을 통해 구글의 검색 지식에만 의존하는 현대인의 지적 퇴보를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등장한 왓슨의 쾌거(?)를 그냥 웃어 넘기기 힘든 이유다.

송원섭 jes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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