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22일.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문건 유출자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외교통상부가 미국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외교각서를 교환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내용. 당시 한미관계는 물론이고 국내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렀다. 더 충격적인 일은 이 문건이 대통령 집무실 옆방인 제1부속실에서 새나왔다는 것.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던 이 ‘사고’는 최근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과 겹친다. 대통령직속 특급보안기관의 나사 풀린 시스템, 외교적 파장과 국제적 망신은 물론이고 유출을 둘러싼 권력투쟁설까지…. 당시는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첨예할 때였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3주년은 임기 초와 같은 활력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 없다. 레임덕은 대통령과 지근거리인 청와대나 국정원으로부터 시작되기 십상이다. 주군(主君) 퇴임 이후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측근이 늘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임기 말로 치닫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잡으려는 ‘궁중암투’도 치열해진다. 이런 정치적 요인들이 부닥치면서 ‘국정 안전사고’도 이어지게 마련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던가. 특히 한국의 5년 단임 대통령의 역사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3주년은 5년 후 mb 3주년을 예고하는 ‘오래된 미래’였다.
노 정권 末이 ‘오래된 미래’ 안 되길
더 큰 문제는 ‘3주년 이후’다. 노 전 대통령이 개헌의 운을 뗀 날, 청와대는 “개헌과 연결시켜 기사가 나가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펄펄 뛰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뒤에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고, 결국 좌절했다. 3주년을 맞아 개헌 의지를 보인 mb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nsc 문건 유출에서 드러난 외교안보 난맥상과 권력암투는 급기야 노무현 정권 말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때 현직 국정원장이 자신은 물론이고 정보원의 신분까지 노출하는, 희대의 ‘김만복 쇼’로 이어졌다. mb는 구제역 침출수처럼 흘러나온 특사단 사건의 국정운영시스템 누수를 어떻게 처리할까. 노무현 정권 말이 mb 정권 말을 예고하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박제균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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