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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던 일본인, 인내심이 분노로...“정부가 우릴 죽게 내버려둔다”
 
한겨레 기사입력 :  2011/03/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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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릴 죽게 내버려둔다”
재해지역 생필품 바닥…인내심도 바닥
원전사고 정보 은폐에도 분노
한겨레 이정애 기자기자블로그
» 추위에 배고픔에…=일본 북부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 임시 대피소에서 16일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이재민들이 주방에서 식사를 받아 나오고 있다. ap 뉴시스
인내심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일본 동북부에서 지진·쓰나미 피해가 일어난 지 엿새가 지나면서, 중앙 정부의 미숙한 재난 대처방식에 대한 피해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가 17일 보도했다. 재난 초기 정부가 구조작업에 전념하느라 그러려니 하며 참아왔던 주민들이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는 게 없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물과 식료품, 기름 등 생필품을 제대로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도쿄에서 불과 5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서조차 여전히 생필품을 구할 수 없는 데 대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의 사토 유헤이 주지사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원전 주변) 주민들이 대피소로 왔지만 먹을 것도 부족하고, 연료와 의약품 등 필수품들도 충분치 않다”며 “주민들의 걱정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전 사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12일 첫 폭발 이후 몇 시간이나 늦게 사고 사실을 공개하는가 하면 동요 방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위험성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의 대부분이 대피 대상이 된 미나미소마시의 사쿠라이 가쓰노부 시장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우릴 죽게 내버려두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호기에 화재가 난 것도 티브이(tv)로 봤다”며 “정확한 정보가 발표되지 않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동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야마가타 스타디움으로 대피한 후지타 미쓰라(65)는 “이젠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을 믿었던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달걀은 한 분에 한 상자씩만 드립니다. 양해 바랍니다.’

17일 도쿄 고토구에 있는 대형마트 ‘라이프’에는 식품대마다 ‘구매제한’을 알리는 쪽지가 곳곳에 내걸렸다. 그러나 오후 2시께 이미 이 매장의 식품진열대 상당부분은 동이 났다. 특히 식빵·우유·생수 등 식품류와 휴지·생리대 등 생필품 진열대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 텅빈 진열대 17일 도쿄 고토구 슈퍼마켓 라이프의 매대가 텅텅 비어있다. 도쿄/홍석재 기자

이날 매장 쪽은 1인당 식빵 1봉지, 음료수 6병, 즉석밥 6개, 우유 2병, 즉석달걀 한팩 등으로 구매량을 제한했다. 그러나 팔려나가는 양을 감당하지 못했다. 매장의 한 직원은 “구매량을 제한해도 워낙 구매자가 많아 물건이 계속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소규모 편의점도 마찬가지였다. 인근의 ‘세븐일레븐’, ‘도키와야’ 등 편의점에도 텅 빈 제빵류 진열대 위로 ‘지진 영향으로 일부 물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알림글만 덩그러니 자리했다. 대지진의 여파가 직접피해지역에서 수백㎞ 떨어진 도쿄 중심부까지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도쿄 도심의 매장들은 대부분 필수 조명을 뺀 나머지 조명은 모두 끈 채 ‘절전 태세’에 돌입했다. 원전 사태 등으로 언제 전력 부족이 현실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한 대형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오후 4시30분께인데도 “신주쿠 일대 상점들에 ‘전기가 끊길 수 있다’는 통보가 왔다”며 손님들을 내보내기도 했다. 오후 5시께에는 도쿄 최대 상업지구인 신주쿠역내 대형상가 거리에 ‘오후 6시 전에 상점 문을 닫으라’는 안내방송이 일찌감치 나왔다. 지하철 이용자도 크게 줄었다. 지하철역 한 직원은 “오늘 저녁께 역 주변이 정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데다, 절전 차원에서 지하철 배차 간격이 길어져 귀가를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도 “정부가 ‘야간 대규모 정전이 우려된다’는 긴급담화를 냈다”고 전했다. 지하철 등에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제한하는 등 앞으로 닥칠 더 큰 위기 대처에 나섰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에 따른 방사성 물질 위협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자 일본을 떠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도쿄 스이텐구마에에 위치한 공항터미널에는 일본을 떠나기 위해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으로 가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한 공항 직원은 “공항까지 가는 데 평소보다 긴 75분 정도인데도 한눈에 보기에도 승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도쿄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역 인근 공항버스 정류장에서도 외국인을 포함한 긴 행렬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도쿄/홍석재 조기원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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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11-03-17 오후 08:21:50 기사수정 : 2011-03-18 오전 09: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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