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터넷 포털 ‘야후 재팬’에는 23일 후쿠시마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여성이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로부터 결혼취소를 통보받았다”며 “(이별에) 원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따르면 그는 대학시절 현재의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으며 올해 결혼할 예정이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마친 상황이었다. 11일 재해가 덮쳤을 때도 남자친구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그를 위로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이날 오전이었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이별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그는 “후쿠시마현에 살았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평생 결혼과 연애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며 “부모님에게도 결혼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떡해야 하는가”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일본 네티즌들은 ‘후쿠시마 현민에 대한 차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원전 사태 이후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주민에 대한 차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폭 자체보다 후쿠시마 출신이라는 이유로 결혼이나
취업에 차별을 받는 것이 걱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트위터에는 극단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19일에는 “앞으로 20년간 후쿠시마 주민들을 차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기없는 오타쿠라면 후쿠시마 며느리와 결혼할지도 모른다” 등의 글이 올라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 트위터 유저는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농작물은 위험, 후쿠시마 번호 차량 주차금지, 후쿠시마 출신 입사 전형 제외, 후쿠시마에 살던 여자는 원치않을 것”이라며 후쿠시마 차별의 극단적인 모습을 예상하기도 했다.
피난지에서는 후쿠시마에서 온 주민들의
숙박을 거부하는 업소도 있었다. 18일 일본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고 ‘후쿠시마 피난민 중 방사선량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숙박을 거부하지말라고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후 택시 등의 대중교통에서 유사한 차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 네티즌은 “실제로 후쿠시마 사람이 당신 곁에 있다면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