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다문화주의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부르카 금지법안을 성사시키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며 사실상 프랑스의 오랜 다문화 정책에 등을 돌린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에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하며 공식화한 것이다.
11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10일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 tfi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해 "그것은 실패했다"고 분명히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물론 우리는 모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지만 우리들은 여러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하나의 사회를 원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만약 당신이 프랑스로 왔다면 (프랑스라는) 한 사회에 녹아드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프랑스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고 분명히 하고 "프랑스는 오랜 생활방식,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 그리고 어린 소녀들이 학교를 다닐 권리 등에 대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들은 이민자들이 어느 곳에서 왔는가라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너무 많은 관심을 쓰는 바람에 정작 그들을 받아준 프랑스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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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다문화 정책이 실패했다”라고 말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위).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번 다문화주의 실패 공식 선언은 사르코지가 지난해 실행한 일련의 반 이민자 정책과 연결돼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는 지난해 경제난과 실업문제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배척 분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8월에 로마 불법 체류자 수백명을 비행기에 태워 강제 출국시켰고, 9월에는 부르카 금지 법안 통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둔 사르코지는 지난해 11월 개각에서는 아예 보수 일색의 내각을 꾸려 차기 대선에 대한 승부수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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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집시 추방 등 사르코지의 치안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유럽 각국에서는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과 이로 인한 정책 선회 입장이 이어졌다. 지난 30년간 이주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이고 이들의 문화를 인정해온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지난 5일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며 "젊은 이슬람인들이 극단주의를 버릴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해 "독일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은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에 융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독일이 추구해온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도 호주의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