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시간은 우리 편이라니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 열강의 움직임이 바쁘다. 지난해 11월 가일층 진보한 핵무기 개발가능성을 시사하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공개 이후 미국ㆍ중국ㆍ러시아 등이 빈사상태로 치닫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을 재개시키기 위해 공개적이며 다각적 접근을 하고 있다.
오는 26~28일로 예정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와 6자 회담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제 1차 북핵 위기 때 방북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만나 전쟁 위기까지 치닫던 북ㆍ미 대결 구도를 대화국면으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카터 방문이 사적 성격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6자 회담 재개라는 큰 방향을 잡은 미국입장에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함으로써 다음 단계의 전략을 짤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앞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7일 중국을 방문해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uep 공개 이후 북한의 핵개발 포기 여하에 따라 기존 경제원조 중단 또는 대대적인 북중 경협 및 지원을 할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 외자유치기구인 합영투자위원회의 이철 위원장이 2월 하순에 이어 지난달 말 다시 베이징에 와 북중 경협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류훙차이 주북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26~29일 옌볜자치주 덩카이 서기 등을 만나 북한의 나선항 개발 후속 문제를 얘기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도 6자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의 대북제재결의 해제 조치를 철회하며 6자 회담 복귀의사를 밝혔다. 바로 3월 중순 방북한 러시아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차관과의 회담을 통해서였다. 러시아는 즉각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환영했다.
이같이 북핵을 둘러싼 주변국의 잰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주 외교장관 회담차 베이징을 방문한 김성환 외교부장관은 남북대화 교착 국면과 관련해 “시간은 우리 편이다”라는 낙관론을 폈다. 그는 중국 측에 북한이 한국을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며 “(6자 회담 재개의 조건 중 하나로)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해 북한의 사과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외교, 특히 북핵 문제와 같은 세계 강대국의 역학과 이해가 첨예한 방정식으로 얽힌 문제는 상대방의 전략과 의도를 알지 못하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십상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에 따른 남북대치가 한껏 고조되던 올 초 미중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내고 6자 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미국정부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을 규탄하며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천명했지만 중국의 이란 핵 유엔 제재 동의를 얻어낸 바로 다음날 대북 제재안은 흐지부지됐다. ‘시간이 우리편이다’라는 김 장관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