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14일 순천을 방문하여 민노당 김선동 후보 지원에 나선다. 민노당은 민주당과의 협의를 통해 순천에서의 민주당 공천을 막고, 자당의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김해에서 민노당은 철저히 민주당 편을 들며 민주당에 보답한 바 있다.
그러나 정당 간의 야합을 했다 해도 어차피 선택은 순천 시민의 몫이다. 그렇다면 민노당은 순천 시민 앞에서 북한의 친 김정일 노선에 대해서 정확히 입장을 밝힌 뒤, 표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정희 대표는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의 북한 3대 세습 관련 공개 질의를 받고 “침묵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민노당은 경향신문에 대해 절독운동을 펼치며 압박, 결국 반대로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이 북한 김씨일가의 3대 세습을 옹호하며 백기투항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순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경재 후보의 질문에 대해서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도 “색깔론이다”라며 피해나갔다.
3대세습 침묵하겠다는 이정희, 그러나 민노당은 노골적으로 3대세습 옹호론 펼쳐
그러나 침묵하겠다는 이정희 대표와 김선동 후보와 달리 민노당의 싱크탱크인 새세상연구소는 논평과 토론회를 통해 노골적으로 북한 김정은 세습에 대해 옹호했다. 당시 이대근 위원이 정리한 민노당과 새세상연구소의 3대 세습 옹호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 3자가 3대세습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것이 그릇된 것이라 판단해선 곤란하다.
둘째, 3대세습 비판은 북한 내정 간섭이다.
셋째, 3대세습이 김정은이 김정일 아들이어서 후계자가 된 것인지,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아서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넷째, 3대세습 정권과는 대화도 말라는 말이냐.
다섯째, 3대세습을 비판하지 않으면 다 종북집단이냐.
여섯째, 북한의 세습 후계자론은 검증받은 이론이다.
일곱째, 3대세습 비판은 서구적 관점의 오리엔탈리즘이다.
민노당은 북한 김정은 세습 옹호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은 질문도 안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김씨 일가의 3대세습을 옹호하려다보니 황당무계한 궤변수준이다. 5분이면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 글의 초점은 그것이 아니다. 당의 공식 싱크탱크에서 북한 김일성 일가의 3대세습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는데, 당대표라는 사람이 “침묵하겠다”며 자신들의 사상과 정치적 노선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점이다.
이정희 대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민노당은 3대세습을 궤변을 늘어놓으며 옹호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은 이런 민노당의 입장에 질문을 던져서도 안 되고, 비판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김일성식 독재 마인드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주사파 세대 아닌 이정희, 자신의 사상과 양심을 숨기고 정치권력만 탐하나
이정희 대표는 69년생으로 젊은 정치인이다. 69년생이면 80년대 대학가를 주름잡았던 친 김일성주의 주사파 주요 멤버가 될 수 없는 나이이다. 즉, 이정희 대표가 민노당의 골수 친 김일성주의자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정희 대표가 지원하려는 민노당의 순천 후보 김선동은 80년대 학번으로서 주사파 혹은 자주파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이정희 대표는 오히려 민노당에서의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사상과 양심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 된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체성도 팔아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정치인으로서는 그 자체로도 결격 사유이다.
이정희 대표는 순천 시민 앞에서 당의 공식 싱크탱크가 주장해온 김씨 일가 세습 옹호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순천 시민 중 이정희 대표와 민노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의 표를 얻어가면 된다. 지금처럼 노선을 은폐하면서 표를 얻어가려는 것은 정치적 사기극이다. 특히 민노당의 친 김일성, 김정일주의를 문제삼았다고 해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불매운동과 절독운동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김씨 일가의 독재정치이다.
이정희 대표와 김선동 후보가 언제까지 이 질문을 피해가며, 순천 시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감출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간첩 돈받은 김대중 사상 검증해야” 주장하던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의 화려한 변신
이정희 대표 만큼 더 황당한 인물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이다.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 시절, '간첩 서경원에 돈을 받은 김대중씨의 사상적 배경을 문제삼겠다',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만 해결 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짓', '북핵실험 중단될 때까지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대북강경발언과 색깔론을 퍼부었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갑자기 민주당으로 넘어가더니 입장을 180도 바꾸고 민노당과 손을 잡았다.
손학규 대표도 이정희 대표와 똑같이 분당을에서 정체성과 노선을 감추는데 급급하며, 두리뭉실한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5년 간 자신을 지원해준 한나라당을 왜 탈당하여 민주당으로 넘어왔는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입장이 없다. 더 나아가 대북강경론과 색깔론을 퍼부었던 자신의 한나라당 시절의 정치행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왜 민노당과 손을 잡았는지도 유권자들은 알 수 없다.
이정희 대표와 손학규 대표에게도 권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 어떤 정치인의 사상과 노선, 개인적 자질들을 모두 유권자들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몇몇 어용 언론들의 힘으로 유권자를 속이려 해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끝까지 자신을 숨기는 일은 불가능하다.
정체성 숨기고 표만 얻으려는 이정희와 손학규, 재보선에서 심판받을 것
이번 재보선에서 이정희 대표는 “나는 이러이러한 점에서 북한 김정은의 3대세습이 올바르다 생각한다”고 주장하면 되는 것이고 손학규 대표는 “나는 한나라당 시절에는 북한 체제를 비판했지만, 민주당으로 넘어와보니, 북한 체제가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숨기며 표나 얻으려 유권자에 사기나 치겠다면, 이번 재보선은 바로 손학규와 이정희의 심판 무대가 될 것이다. / 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