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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정일의 투자유치
 
박종덕 기사입력 :  2011/05/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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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관점에서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크게 파는 자(seller)와 사는 자(buyer)의 관계로 구별된다.상거래에서는 말할것도 없지만 일반 세상만사가 한편에선 뭔가를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반대로  사는 쪽에 필요한 물건을 반드시 공급해 주는 파는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투자유치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선  땅을 공짜라도 줘가며 투자해 주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한편에선 그곳에 투자해 얻을 실리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는 투자가가 있기 마련인데, 따지고 보면 이 역시 파는자(seller)와  사는 자(buyer) 관계에 해당되는 셈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공급자가 '독점적지위'에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물건을 사는 자의 위치에 있는 바이어(buyer)가 물건을 파는 위치에 있는 셀러(seller)보다는 경제적지위가 높게 평가되는 위치에 있는 게 일반적인 시장상황이고, 그게 우리사회의 '통념'이다.
문제는 물건을 파는 위치에 있다면 파는 자의 처신에 맞게  행동해야 하고 사는 자라면 사는 자의 처신에 맞게 행동해야 제대로 된 거래가 성사되는데,  때로는 전혀 그렇치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경우인데,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 김정일의 이번 중국방문이다.
북한 김정일이 중국에 7박8일간 들어간 일정을 들여다보면 소위 투자유치가 주된 목적이었다. 북한 나선특구나 황금평개발에 중국자본유치를 원했던 것이다.
북한의 나선지구나 황금평,여기에 식량지원까지 투자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이라면 이는 시장논리상 '파는 자'의 위치에 있는 게 맞다. 자국의 땅을 중국에 팔아서라도 중국자본을 유치해 개발하고자 하는 생각이라면 김정일은 분명히 '파는 자'의 처신에 맞게 겸손하게 행동 했어야 맞다.
그런데 김정일의 중국방문 일정에서 보인 행태는 '파는 자의' 행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고관대작' 이상의 처신과 대우를 받았다는 게 중국민들의 생각이다.
김정일이 양저우에 들어오면서 부터 이틀동안 양저우의 거리에서 이를 지켜본 양저우 시민들의 불만이 이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그날 이 현장을 지겨본 현지의 언론인은 이 모든 게 중국현실과는 걸맞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비춰졌다고 묘사했다.
"24일 비가 갠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의 아침은 맑고 깨끗했다. 이틀 전 비 오는 검은 밤, 양저우에 들어온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양저우의 중심대로는 교통 관제에 들어갔다. 20분 가까이 교통 흐름이 끊기자 운전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도대체 언제 지나가기에 이렇게 세워 놓느냐”며 핏대를 올리는 자가용 운전자들의 볼멘소리. 교통경찰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무전기 스위치만 만지작거린다."

"지루했던 기다림, 뻥 뚫린 신작로, 멀리서 들려오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 34대로 구성된 차량 행렬은 대로를 시원하게 질주했다. 반면 대로로 통하는 샛길은 아수라장이었다. 관제를 피해 이면도로로 몰린 차량들이 엉켜버린 것이다. 접촉 사고로 싸우는 사람들의 고성과 차량의 경적이 쏟아내는 소음이 종횡으로 난무했다. 옆자리의 택시 기사는 “차 없는 새벽에 가든지 아니면 미리 알려줘 차를 놓고 나오게 하든지 해야지”라며 혀를 찼다. “김정일 때문”이라며 욕설을 쏟아내는 행인도 보였다. 짜증이 폭발하면 민심은 이렇게 공격적으로 변하는 법이다. 혈맹의 끈끈함도 기억 저편의 일이다. 이틀 전 그가 전용열차로 양저우 역사로 들어올 때도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승객들은 발차 시간이 넘었는데도 못 가게 막는 역원(驛員)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의 국내선 항공기는 걸핏하면 30분씩 늦게 출발하고 명절인 춘절(春節·설 명절) 때는 기차가 한나절 이상 연착해도 꿋꿋이 참는 사람들이 북한 지도자의 마중 행사에는 “왠 민폐냐”며 짜증스러워했다."

현지에서 이를 지켜본 언론인에 비춰진 김정일과 이를 맞이한 중국정부의 태도에 중국민들은  짜증과 불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인사가 투자유치는 커녕 마치 엄청난 돈을 투자라도 할 것처럼 '고관대작'의 대우를 받은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투자요청을 받은 중국이 자국민의 일상적인 행위마저 통제해 가며 보여준 이상한 처신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민들의 입장에서 보건대  '사는자'와 '파는자'의 입장이 뒤바뀐 행동들이다.
북-중 회담결과 북한의 나선지구나 황금평개발 투자유치 거래가 제대로 성사 안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이유도 이런 차원에서 보면 당연하다. 
무엇보다 거래가 잘 성사되기 위해선 처신을 잘해야 한다. 앉을 장소인지 서 있을 장소인지 구별을 잘 해야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했다.
자국민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중국정부에 손 벌리러 가는 주제에 겸손한 행동으로 중국 국민의 동정을 얻기는 커녕, 마치 고관대작 처럼 행세하고 있느니, 투자유치 성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아닐까 싶다.
한편으론 김정일의 이런 태도의 근본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일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에 참여한 사람이 어떤 태도와 모습을 지향해야 거래가 성사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절대권력에 맛들인 북한의 1인자.
앞으로도 김정일이 그런 태도로 중국에서 투자유치를 기대한다면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 연목구어(緣木求魚))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정일의 그 태도와 비슷한 모습이 남한의 일부 투자유치 공무원들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계약관계에 있어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자유치 분야만큼은 본인들이 '을' 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공무원들이 일부 있다.
투자자로부터 땅을 주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해당 투자유치 공무원은 엄연히 '파는 자'의 위치에 있고 투자자는 당연히 그 땅을 사고자 하는 '사는자'의 위치에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가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 조성한 땅이 몇 년째 비워있지만, 그 책임에 대해선 별반 책임의식이 없다. 본인 소유가 아니다보니 놔둬도 그만이다는 생각에서다.
투자유치에 나설 생각도 별반 없다. 투자유치 공고만 내놓으면 된다. 그런 다음 공고문을 보고 나타난 기업들에게 엄격한 잣대만 들이대고 우쭐한 태도로 일관한다. 투자유치가 사는 자의 역할인지 파는 자의 역할인지 구별이 안되는 것이다.
투자유치 잘못하다 엉키면 골치아플 것 같아서 그렇단다.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갑'의 위치가 오랫동안 배어 있어서 투자유치분야도 본인이 바이어로 착각한 것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선 거래가 성사될 리 없다.
만약 그 공무원이 몇 년 동안 비워 있는 그 땅을 조성하는데, 자기 돈이 투자됐더라면 과연 그런 식으로 행동할 지 매우 궁금하다. 
"투자할테면 하고 말려만 말아라" 
개념없는 투자유치 공무원의 사고와  김정일의 무대포식 투자유치방식이 별반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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