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는 검찰의 상징이고 꽃이다. 검찰이 움직인다는 것은 중수부가 움직인다는 것과 동격이다. 그걸 우리 때 없앤다는 건 치욕이다. 총장도 ‘중수부를 없앤 총장’이 되고 싶진 않을 거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6일 한 말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기능 폐지와 관련해 검찰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참여정부가 2004년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신설을 추진할 때, “내 목을 치라”며 반발했던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의 말과 겹친다. 2003년 강금실 법무장관이 검찰의 인사시스템을 크게 바꿀 때는 평검사들이 들고일어났다. 따지고 보면 검찰의 극단적인 반발은 수뇌부의 부실·편파 수사 지휘나 살아있는 권력이 행사한 정치적 외압 때문이 아니었다. ‘최고 권력집단’으로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자존심 때문이었다.
■ 중수부가 독립적? 검찰이 중수부 수사권 존치의 이유로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독립성’이다. 승진의 정점에 오른 검찰총장만이 정치적 외풍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수부의 수사권은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근간인데, 이를 없애면 ‘수사권’을 관할하는 총장의 힘이 약해진다고 한다. 반면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법무장관의 정치적 입김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이 문제가 됐던 피디수첩, 정연주, 한명숙 사건 등은 대검이 아니라 모두 서울지검에서 수사했다”고 말했다. 승진 기회가 남은 일선 지검장은 외압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검찰 개혁을 주장해온 이들은 이런 논리에 대해 “역사적 현실을 거스른 아전인수격 논리”라고 주장한다. 검찰총장이야말로 지금껏 권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란 게 이미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 입증됐는데도, 이런 ‘역사적 사실’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검찰 간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 편파 수사 논란이 있을 때마다 “검찰은 결국 집행기관이고, 국민이 선택한 정권이 쓰는 칼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왔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의 피디수첩, 한명숙 수사 등 중요 사건은 검찰총장의 승인이 없으면 수사가 불가능한 사건들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외압은 일선 지검에 행사하기가 더 어렵고, 감시하기는 더 쉽다”며 “오히려 과거 사례를 보면 높은 자리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엘리트 검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정치적 외풍에 훨씬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수사를 ‘볼모’로 저항을 한 것도 중수부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 중수부가 효율적? 검찰은 또 현 체제의 중수부가 대규모 인력 동원이 필요한 전국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수사 검사들을 모아 일시에 수사에 집중하는 구조이고, 그동안 대검 차원에서 수집한 체계적인 정보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해온 중수부의 노하우와 실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인 김선수 변호사는 “우수한 인력을 중수부에 모아놓았을 뿐이지 대검 중수부에 있다고 특별한 수사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검찰의 수사 가운데 주목받았던 한화그룹·태광그룹 수사나,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비리, 청목회 수사 등은 모두 대검 중수부나 서울지검 특수부가 아닌 서울서부·동부·북부지검에서 진행됐다. 일 잘하는 검사가 있는 곳이 수사도 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 셈이다. 한상희 교수는 “검사동일체를 그토록 강조했던 검찰이 ‘중수부’는 되고 ‘일선 특수부’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검찰은 국민들의 불신과 중수부 페지에 대한 여론이 수사능력이나 효율성 문제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는 걸 외면하고 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중수부를 유지하려는 이유가 사실은 중요 사건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의지를 손쉽게 반영하고 구현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중수부가 전국의 사건을 보고받고 다시 이에 대한 ‘수사 조율’ 차원에서 일선 지검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등록 : 20110606 20:53 | 수정 : 2011060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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