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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나는 급진주의자 아닌 회의주의자"
"민주주의 개혁 한계 있어…그 이상은 '불가능'"
 
프레시안 기사입력 :  2008/06/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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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21 오후 12:50:30
최장집 교수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내의 인촌기념관에서 많은 청중들을 앞에 두고 마지막 강의를 했다.
  
  최 교수는 무대에 올라 "종강 이후에도 퇴임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오늘 이 건물 앞으로 오면서 정말 퇴임을 한다는 게 비로소 실감났다"며 이 자리에 선 소회를 밝혔다. 최 교수는 대형 강의실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고 "너무 많은 청중이 있어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최 교수의 마지막 강의였던 '인간과 정치' 수강생뿐 아니라 고려대학교 학생과 일반 시민 등이 빈틈없이 자리를 채웠다. 평소 '민주주의의 대가' '정당정치의 옹호자'라는 수식으로 불리던 최 교수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평소 자신이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생각하고 느껴온 바를 수식 없이 솔직하게 풀어냈다.
  
  "급진적이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 마르크스보다는 베버의 영향이 커"
  
▲ 최장집 교수는 자신을 급진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적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것은 수긍하지만 급진적이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최장집 교수는 자신을 급진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적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것은 수긍하지만 급진적이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운동의 정치학'은 나의 학문적 정향과 맞지 않는다"며 "민주화 그리고 이후 과정에서 운동을 강조하고 열정을 부추기는 것은 내 기질에 맞지 않고 내가 할 역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또 최 교수는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은 '베버리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의 조건에 사는 한 마르크스주의는 이를 수용하든 아니든 대면하지 않을 수 없는 이론"이라고 평했다. 그는 "그러나 마르크스주의는 민주주의, 정치와 같은 인간 행위의 자율적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 교수는 마르크스보다는 베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베버는 근대화가 자본주의 발전을 매개로 한 합리적-법적 권위의 발전이고 이같은 지배적 과정에 저항하는 힘이 바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라고 말했다"며 "정치의 리더십이 시장경제의 합리화의 압박에 대항하는 새로운 힘을 제공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적 개혁에 과도한 기대 안 해"
  
  같은 맥락에서 최장집 교수는 자신을 '실질적 민주주의자'라고 규정하는 데 대해서도 반론을 펼쳤다. 그는 "노동자, 농민 같은 사회의 소외계층이 정치의 중심적 행위자가 되고 평등과 사회복지가 실현되는 상황에서만 민주주의라고 정의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는 규범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실질적 민주주의는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고 낙관적이어서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를 절차적, 최소주의적 수준에서 정의하고 민주주의가 부여하는 제도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내용의 공간을 열고 이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 나의 민주주의론이다"라고 밝혔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 내용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형식과 내용 사이의 괴리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결과에 관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가 완벽한 정치체제여서가 아니라 인간이 현실에서 민주주의 이상의 체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가 성취할 수 있는 개혁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고 또 그러한 과도한 개혁이 반드시 좋은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어서 "민주주의의 발전이 온건한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며 "경쟁하고 투쟁하는 집단들 사이의 갈등이 민주주의의 전제지만 이들 사이의 타협과 협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나는 온건 개혁적 취향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눈여겨봐야"
  
▲ 이 자리에는 최 교수의 마지막 강의였던 '인간과 정치' 수강생뿐 아니라 고려대학교 학생과 일반 시민 등이 빈틈없이 자리를 채웠다. ⓒ프레시안

  최 교수는 시장과 사회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독일 모델(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의 문제아였던 독일이 통일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현재는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며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산업 생산, 그리고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까운 고용을 실현하고 있다"며 "메르켈 수상은 최근 이러한 독일의 성취가 사회적 시장경제에 힘입은 것임을 분명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의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불안정한 경제, 실업의 만연, 금융시장 변동성의 증대, 물가상승과 인플레이션, 빈부 격차의 증대와 대조적이다.
  
  최 교수는 "(독일 모델을 염두에 두고) 노동이 정치 과정과 노사관계에 참여하고 중산층과 노동의 이해관계가 병행할 수 있는 생산-분배 구조의 발전이 한국의 발전 경로"라고 덧붙였다.
  
  "정치가 다양한 가치 담보할 수 있을 것"
  
  최 교수는 평생 몸담아왔던 대학의 기능을 놓고 혹평했다. 그는 "이런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대학에 어떤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학이야말로 오늘날 모든 문제의 출발"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대학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추동하는 본산이자 동시에 그 세계화의 부정적 결과가 그대로 집중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서 "생존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현실적 제약을 이해한다"며 "대학생에게 무엇인가를 말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다만, 문제의식과 관점을 넓게 갖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좋은 정당과 정치 리더의 출현을 강조했다. 그는 "좋은 정당의 출현과 그곳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출현을 기대한다"며 "정치(정당)가 신자유주의 시장에 대해 정치적 제약을 부과할 수 있을 때 그 자유의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인간적, 사회적 가치들이 다시 강조되고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양진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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