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우리 정부는 위안부나 피폭 문제는 협정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자 피해자들은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무언가를 하라며 헌법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두 사건의 결정에서 “우리 정부가 직접 두 사건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으로 시간을 지체할 경우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어, (정부는 피해를 배상받지 못하는) 장애상태를 제거할 구체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조대현 재판관(지난달 퇴임 전에 서명)은 더 나아가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한국 정부는 이 사건 협정으로 인해 청구인들이 일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손해를 완전하게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국·민형기·이동흡 재판관은 헌재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각하의견을 통해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생각하면 국가적 노력을 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하다”면서도 “헌법재판소가 정부에 막연히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의무를 강제로 부과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