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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도, 서울대생도, 변호사도 "너무 화가 나" ◆공정사회 강조하지만…행복지수는 곤두박질
 
매일경제 기사입력 :  2011/09/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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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도, 서울대생도, 변호사도 "너무 화가 나"
 
 기사입력 2011.09.23 09:28:43 | 최종수정 2011.09.23 10:32:38
 
◆ 분노의 시대 ② ◆

신진대사(新陳代謝),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신체에는 피로와 노폐물이 쌓여 질병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분노와 불만이 쌓여 사회를 더욱 불안하고 불건전하게 만든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딱 그렇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은 줄고 있으며, 빈곤층은 불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 취업 등 신진대사를 통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고소득층으로 상승하는 길이 막혀버렸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신문이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1년 2분기 가계동향 원시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전국 1620만가구 가운데 빈곤층이 전체 중 23.1%인 374만6000가구로 2006년보다 1.4%포인트 늘어난 반면 고소득층은 24.5%로 5년 전보다 1.1%포인트 줄었다. 또 주목할 점은 중위소득 50~75%로 빈곤층 추락 위험이 큰 가구인 한계중산층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빈곤층으로 추락한 결과다.

빈곤층과 한계중산층은 현재 소득에 `불평`하고, 소득 하위계층으로 떨어질까 봐 `불만족`하거나 `불안`해하는 `신3불(不) 계층`이다. 여기에 고소득층에서 바닥 부분을 형성하는 한계고소득층까지 합하면 불만 계층은 전체 가구 중 45%에 해당하는 729만6000가구, 인구로는 전 국민(4589만명) 중 35.2%에 해당하는 1622만명에 달한다. 대략 두 집 가운데 한 집이,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경제적 분노 계층인 셈이다. 이들은 5년 전에 비해 83만2000가구 증가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빈곤층 불만도 문제지만 한계고소득층과 한계중산층 분노가 어떤 측면에선 더 심각하다. 우리 사회의 분노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 전통적 양상에서 가진 자끼리, 가지지 못한 자끼리 갈등과 분노로 `미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임원, 병원 전문의 같은 기득권층마저 때에 따라선 분노집단으로 돌변한다.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장벽 치기에 여념이 없거나 거꾸로 그 장벽에 대해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한국인들이 전반적인 삶에서 느끼는 불행 체감도도 부쩍 높아졌다. 매일경제신문이 온라인 리서치업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1200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산출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2.86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방식으로 2003년 주간동아가 산출했던 64.13점보다 무려 11.27점 떨어진 수치다.



◆ 세대간, 노조-비정규직, 대기업-中企 갈등 치유책이 없다

국내 굴지 대기업 임원이라는 안 모씨(49). 본지 `분노의 시대` 시리즈 첫회를 감명깊게 읽었다며 커다란 공감을 표했다. 그는 국민 83.5%가 인맥을 활용하면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긴다는 설문조사에 놀랐다면서도 자신도 다른 응답자(13.6%)와 마찬가지로 목표를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수시로` 제공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도 언제부터인가 주변을 돌아보면 분노가 치민다며 특히 "경쟁에서 밀려 도태돼야 할 사람이나 기업들이 별별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아 결과적으로 새로운 싹을 고사시키고 있는 현실에 가장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국민들 분노가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으로 퍼지면서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분노를 다스릴 만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현실에 대한 불평ㆍ불만ㆍ불신만 커져 가는 양상이다.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인이 분노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단순히 소득이 낮다거나 취업을 못해서가 아니다. 그런 사유보다는 오히려 자기 것을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층의 편법과 독선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더 심각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수치상 대기업 독주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10대 그룹 자산은 2008년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55%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비율이 2010년에는 75.6%로 높아졌다. 이익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대기업 이익률은 2007년 7.9%에서 지난해 8.4%로 높아졌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 이익률은 3.8%에서 2.9%로 오히려 낮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보다 더 큰 분노를 느끼는 대상이 있다. 대기업 대주주의 2ㆍ3세나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를 편법으로 넘겨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특정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몰아주는 행태가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로 떠오른 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여론이 비등해지자 정부가 인위적 `공정`을 들이댔다. 그러나 이번엔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중소기업 지원`하라고 했지 언제 `중소기업인 봐주기`를 하라고 했느냐는 것이다. 대기업 횡포를 들먹이며 달콤한 크림을 삼키는 게 우리 주변의 `중소기업인` 아니냐는 분노다.

이러니 소비자 편익은 대ㆍ중소기업 갈등에 묻혀 무시되기 일쑤라는 불만이다.

대ㆍ중소기업과 함께 노조ㆍ비정규직 갈등도 심각한 분노의 대상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경제에 `아킬레스건`이다. 지난 3월 현재 전체 임금 근로자 1573만1000명 가운데 577만3000명이 비정규직이다.

사회보험 가입 비율도 국민연금에 정규직 76.0%가 가입한 반면 비정규직은 41.8%만 가입했으며 건강보험은 정규직 76.6%가 가입한 반면 비정규직은 41.8%만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신분제 부활이다.

이 모든 문제점은 멀게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가깝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충분히 거론돼 왔던 한국 자본주의의 `허점`들이다.

서울에 사는 김 모씨(32ㆍ여). 아침에 신도림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탈 때마다 짜증이 `확` 밀려든다.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지하철`에서 30~40분간 서 있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사람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출근 전쟁을 뚫고 회사로 출근하면 또 다른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정규직 동료는 비슷한 일을 하는데도 월급이 30~40% 많다. 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과 갈수록 불어나는 건강보험료 등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무엇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두렵다. 묵묵히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가 않는다.

고령화는 계속되는데 은퇴 후 환갑 때 모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야근을 마치고 힘겹게 귀가해 홧김에 인터넷 사이트에 `악플(악성댓글)`을 몇 개 달았다. 김씨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분노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장래불안" 중산층도 지갑닫아

4년제 대학을 나온 맞벌이가구로 11세 쌍둥이 아들을 두고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4인 가정이다.

남편은 건설 분야 사장이고, 아내는 무급 가족종사자로 일하고 있다. 소득은 총 500만원, 지출은 396만원이다. 경유 주유비용에 월 25만원을 쓰는 데다 아이들 학원비로 83만원이 들어간다. 대출을 줄이는 데 115만원을 사용하는 등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2011년 2분기 통계청 가계동향 설문조사에 답변한 실제 가구 사례들이다.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하거나 분노하는 계층이 급속히 늘고 있다. 소득이 적어 낙담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경제력을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상당하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5년간 통계청 가계동향 원시자료(1인 이상 전국가구)를 재가공한 결과 2011년 2분기 기준 경제 문제로 불평ㆍ불만ㆍ불안해 하는 빈곤층, 한계중산층, 한계고소득층 등 `3불 계층`은 모두 729만6000가구로 2006년 2분기(646만4000가구)에 비해 83만2000가구 늘었다.

같은 기간 3불 계층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에서 45%로 높아졌다.

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인 중위소득(296만7000원)으로 보면, 빈곤층(중위소득 50% 미만)은 148만원 미만, 한계중산층(중위소득 50~75%)은 148만~222만원, 한계고소득층(중위소득 150~175%)은 445만~519만원 구간이다. 특히 빈곤층 비중이 지난 5년 새 전체 21.7%에서 23.1%로 급격히 늘어났다.

소득 양극화와 실업 등으로 인해 빈곤으로 추락한 가구가 많았던 셈이다.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적은 노인가구들도 빈곤층 중에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소득이 적고 집만 갖고 있는 `하우스푸어`도 빈곤층 가구 중 57.6%에 달했다. 심지어 이는 한계중산층의 주택 소유비율(51.8%)보다 높은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계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했을 경우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마저 적어 극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어 염려된다.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3불 계층은 지갑마저 닫고 있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한계고소득층은 지난 5년간 72.9%에서 69.5%로 낮아졌다.

빈곤층은 가계부가 적자인데도 불가피하게 소비를 늘린 것(평균소비성향 129.6%→133.8%)과 대조적이다.

소비항목별로 보면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세금이나 연금 등 비소비지출 항목을 보면 5년간 계층별 모두 30% 정도 늘어났다. 이 중 한계중산층의 비소비지출 증가율(37.5%, 23만원→31만7000원)이 가장 높았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요즘에는 아무래도 돈 문제가 분노를 유발한다"며 "사교육 등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학에 가기 힘든 현실과 실업자에게 패자부활전이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정사회 강조하지만…행복지수는 곤두박질

2011년 대한민국 국민은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8년 전보다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행복하고 불행한지 가늠할 수 있는 행복지수(100점 만점)가 2003년 64.14점에서 오늘날 52.86점으로 추락한 것이다. 특히 월평균 소득이 가구당 600만원 이상(상위 소득계층)인 국민들도 60.48점으로 나타나 2003년 국민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행복지수가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한 셈이다. 공정과 관련된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저소득층이 기대했던 만족할 만한 정책 효과는 미미하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불안감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매일경제가 온라인 리서치업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실시한 행복지수 설문조사는 2003년 영국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과 피트 코언이 영국인 1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행복지수 공식을 활용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록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학력이 높고, 소득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를 둘러싼 양극화가 지역 갈등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득별로 보면 월 200만~300만원 미만(49.54점)과 300만~400만원 미만(51.89점)이 50점 안팎으로 비슷한 반면, 400만~500만원 미만(55.97점)과 500만~600만원 미만(55.79점)이 유사했다. 가구당 월소득이 400만원을 넘는지 아닌지가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직업별로는 경영ㆍ관리ㆍ전문직이 59.12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생 56.26점, 사무ㆍ기술직 54.96점, 자영업 50.42점, 기능ㆍ숙련공 49.35점, 주부 49.23점, 무직ㆍ기타 43.06점 순이었다.

최인수 엠브레인 대표는 "화이트칼라일수록 정규직일 확률이 높고 급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노동 유연성을 줄이는 한편 행복지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 용어

중위소득 : OECD 기준에 따라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가구 소득을 뜻한다. 중위소득 50% 미만인 가구는 빈곤층, 중위소득 50~150% 범위 가구는 중산층, 중위소득 150%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각각 분류한다. 2011년 2분기 현재 중위소득은 296만7000원이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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