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NL 운동가의 자기고백 "주사파는 진보가 아닌 파시즘" |
|
| [심층 인터뷰 下]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란 책 출간한 전 NL 활동가를 만나다 |
| |
| 경향신문 |
|
ㅣ 기사입력 : |
2012/07/12 [18:53] |
|
|
|
|
|
전 NL 운동가의 자기고백 "주사파는 진보가 아닌 파시즘" 입력 : 2012-07-10 14:50:44 ㅣ수정 : 2012-07-10 15:49:29
- [심층 인터뷰 下]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란 책 출간한 전 NL 활동가를 만나다
2012년 7월. 이명준이라는 필명으로 한 권의 책이 발간됐다.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책은, 저자가 경험한 90년대 중후반의 학생운동에 대한 회고록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정의로운 마음으로 학생운동을 시작했던 운동가들이 주사파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했다. 또한, 그들이 어떻게 한국 진보진영에서 다수파가 될 수 있었는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책의 저자 이명준 씨와 최근 붉어진 진보진영 내부의 주사파 문제와 저자가 경험한 학생운동 내부의 비합리적 조직문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의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다른 의견이나 반론은 baram@khan.kr로 메일을 보내주면 저자와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심층 인터뷰 上 링크
말씀을 듣다 보니까, 학생운동 시절에 겪으셨던 일부 종파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정치 영역으로 투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진당 사태도 그렇고요. 그렇다면 학생운동이라는 아래에서부터 반성과 개혁이 있어야 위 단계인 진보정치영역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선배로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후배 학생운동가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예전에 학생 운동을 하다 보니 이런 부분은 잘못되었다. 반성이 혹시 있으신지.
선배들이 감히 후배들에게 뭐라 할 순 없고요. 진보진영 내부의 일들이 더 많이 불거져 나와야 해요. 사실은 제가 안 좋아하는 이야긴데 20대는 정치의식이 없다, 요즘 20대는 자기 앞가림만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있어요. 일단 통계적으로 틀렸어요. 20대의 투표율은 80년대부터 쭉 올라가고 있어요. 80년대 20대는 다 데모했는가? 그것도 아니거든요. 그때 20대는 지금보다 대학생숫자도 적었고. 그 대학생들이 다 운동한 것도 아니고. 90년대도 마찬가지고요. 지금도 후배 중에 의식 있고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매우 많습니다. 다만 왜 그렇게 정치의식이 없어 보이는가 했을 때, 예전 전대협 한총련처럼 학생들을 묶어주는 구심력이 없는 거에요. 또 제가 보았을 땐 예전처럼 그렇게 운동해서도 안 돼요. 옛날에는 뭔가 하나의 사상이 있고, 모든 이가 거기에 동의하는 군사조직이었지만, 지금의 운동은 다양해야 하거든요. 제가 보았을 때는 그동안 감추어졌던 진보진영 내부의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학생 운동이라든가 내가 사회에서 실천할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선택의 폭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거죠. 후배들에게 어떻게 운동해야 한다고 제가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관련기사 | |
|
|
97년에 한총련이 위기가 왔을 때, 80년대 전대협 사무국장 하는 사람이 ‘말’지에 글을 썼어요. 내용이 뭐였느냐면 우리 땐 운동을 잘했는데 너희는 왜 이 모양이냐. 사실 90년대의 문제는 대부분 80년대에 생겼던 겁니다. 80년대 음습한 문제들. 주사파가 80년대엔 대학가를 휩쓴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 정서라던가 사고구조라던가 태도라던가. 이런 것들이 80년대에 극복이 안 되고 90년대로 고스란히 넘어왔죠. 90년대에 학생운동이 망한 건 결국 80년대의 문제였죠. 486들의 문제가 거기에 있죠. 실제 반성할 모습들이 있는데도 자신들의 역사는 영원한 영광인 거죠. 지금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제발 선배들처럼 살진 마라. 선배들처럼 산 게 뭐냐? 스스로 고민하지 않았어요. 위에서 내려오는 조직이라던가 내려오는 것만 받아먹고 머리를 쓰지 않았던 점. 이게 제일 문제였죠. 2012년 현재 대학의 모습은 다릅니다. 80년대 다르고 90년대 다르고. 여기에 걸맞은 고민과 실천과 여건들이 있는 거죠. 제 생각에는 한대련 같은 경우도 아마 졸업하지 않은 고학번들이 좌지우지할 것이고, 경기동부와 같은 기성 정치조직과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학생운동을 통제하려고 하거든요. 너희는 한대련에서 이런 걸 해봐야지. 예를 들어 이번에 노수희 의장이 내려오신다는데 한대련에서 문건 하나 내야지 분명 이런 얘기 한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게 과연 학생들의 고민인가 의문점이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학생운동 하는 사람들이 너무 사회적 부담을 지닐 필요가 없어요. 80년대 90년대 문제는 뭐냐면 학생운동 하던 사람, 학생운동가들에게 너무나 큰 사회적 부담이 있었어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시민단체라던가 일반 정당도 없었고. 어디 노조가 파업한다고 그러면 기댈 곳이 학생들밖에 없는 거에요. 어디에 억울한 사람이 생겼던가 그러면 또 학생들이 나서야 하고. 학생들이 거대 담론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죠. 왜냐면 우리가 사회에 주력군이니까. 사실 그 시절에 어른들이 반성해야 해요. 학생들에게 너무나 가중한 책임을 안겼고 그런 것들에 대한 응당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해요. 책에서는 학생운동가들을 비판했지만, 저도 그랬고 그 사람들이 처했던 여건이 있어요. 너무나 과중한 무게들. 20, 21살짜리가 혁명을 생각을 해요(웃음). 아찔하잖아요. 이제 막 1학년 2학년들이 와서 세상을 전부 뒤엎어야겠다. 이런 이야기를 해요. 당연히 주사파로 가기 쉬운 거죠. 지금 후배들만 봐도 알겠지만, 얼마나 단순합니까. 우리 땐 그 나이 때만 해도 세상을 다 아는 것 같고, 책 한 권 읽으면 이걸로 모든 게 다 설명되니까.
어떤 책들을 많이 읽으셨는데요? (웃음)
일단은 마르크스죠. ‘유물론적 변증법’이라고 카키색 표지의 책이 있었어요. 그 후에 ‘철학 에세이’, ‘철학의 기초이론’으로 이어져요. ‘철학의 기초이론’은 주로 NL이 봤던 얇은 책이 있고 PD들은 두꺼운 거 봐요(웃음). 저는 NL 선배들 몰래 두꺼운 책 읽었죠. 저희 때는 그 당시에 유시민 씨가 쓴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라고 이 책도 보았고, 모든 대학생이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E.H.카에 ‘역사란 무엇인가’도 있었고요. 이런 책들로 기초를 쌓고. ‘껍데기를 벗고서’라는 교양서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온갖 사회 문제들이 나오는데. 읽고 나면 말 그대로 껍데기를 벗게 돼요. 세상을 보기 시작하죠. 뭔가 문제가 있구나. 그때부터는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나름대로 체계를 잡기 시작하죠. 체계를 잡는 책으로 박세길의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라던가, ‘한국경제 뿌리와 열매’ 같은 경제 서적을 보기도 하고요. 이런 책으로 나름의 세계관을 잡는 거죠. PD들은 물론 다른 책들 보고요.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라는 책이든가 ‘바로 보는 한국역사’. 줄여서 ‘바보사’라고 불렀었어요. 이런 책들을 보면서 시각이 트이는 거죠. 그다음부터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데, ‘심장에 새기는 이야기’라는 책도 있고. 지금 와서 기억해보려니 잘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
관련기사 | |
|
|
2~3학년 넘어가면 ‘서적’을 보는데. 표지는 딱 정치학 개론 책이에요. 이제 모르고 열면 안에는(웃음), 뜬금없이 미제가 우리에게 뭐 이런 이야기가(웃음). 그 후에 ‘학습’에 들어가면 주체사상에 관한 서적들이 있죠. 선배 말로는 북한 단파방송이 있고, 그 당시엔 방송을 듣는 일부 사람이 있었다고 해요. 학생운동가 중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걸 듣고 여러 명이 함께 다 받아 적는 거죠. 책 리스트가 방송으로 나와요. 예를 들어 김정일 동지의 1981년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 이러면 책 목록을 다 적고 제본하고.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라던가 회상기 이런 책들은 학술목적으로 도서관에 가도 있는 책이고요. 그런데 학술 서적들은 도서관에서 대출 하면 추적이 되니까, 그 자리에서 타이핑을 하거나 제본을 해서 들고 다니는 거죠. 사실 제가 책에 NL이 너무 무식하다, 공부를 안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사자들은 버럭 하십니다. 내가 본 책이 얼만데. 이런 분들은 책을 그냥 다 외워버립니다. 믿기지 않겠지만요.
문제는 뭐냐면 반증이 없어요. 학문이라는게 그러면 안 되는거죠. 사회과학이라는 게 얼마나 변화무쌍합니까. 당장 최근의 장하준 씨와 김상조 씨의 논쟁을 봐도, 같은 현상을 봐도 해석이 다르잖아요. 이런 사실에는 눈을 감고 경전처럼 김일성이 언제 태어나고 이런 것만 보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본인들은 똑똑한 것 같죠. 실제 외부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말이 통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에요. 이석기 씨만 해도 이번에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내용 들어보셨나요? 갑갑해요. 그 나이대의 운동가면 공부도 했을 테고, 그런데도 상식을 못 따라가요. 내용이 없어요. 똑같은 이야기만 계속하는 거에요. 일부 사람들이 박근혜 씨보고 수첩 공주라고 조롱하는데, 김재연 씨나 이석기 씨나 똑같아요. 결여된 게 있는 거죠. 학생운동가들에게도 일반인들의 고민이라든가 상식·사고 같은 게 텅 비어있어요. 엉뚱한 이야기만 하는 거죠.
운동을 했다가 전향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극좌에서 극우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들은 왜 일어난다고 보세요?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변절’ 문제인데요. 첫 번째로는 진중권 교수의 분석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생각이 극좌에서 극우로 바뀌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습성’ 때문이다. 주사파 같은 경우도 ‘유일신’ 자리가 김주석에서 이제 다른 인물로 대체하게 된 거죠. 제 주위 주사파 출신 같은 경우 사회 나가면 인정받아요. 예를 들어 삼성맨이 된 친구를 봐도 뭐든 정말 열심히 해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해요. 이건희 자서전, 이건희 어록, 이건희가 그동안 했던 이야기를 다 외울 정도로요. 그런 사람들은 정말 빨리 외우죠. 대학교 때도 늘 하던 게 몇 년도에 김주석께서 뭐 이런(웃음), 이런 이야기는 많이 했던 이야기니까,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야권 지지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김문수 씨라던가 이재오 씨 같은 사람들에게 변절했다고 손가락질을 해요. 불편한 이야기지만, 만약에 김문수 씨가 지금까지도 지하 혁명운동을 하고, 이재오 씨가 지금까지도 민중당 활동을 했다면 과연 사람들이 지지해 주었을까. 아니거든요.
어쨌든 이 사람들이 시대가 변화한 만큼 변화해야 했던 건 맞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민주당으로 가면 변절이 아니고 옛날의 민자당으로 가면 변절 인 건가. 사실 애매한 거거든요. 그 둘의 차이점이 얼마나 클까요? 김문수나 이재오가 민자당 택한 게 민주당 가는 것에 비해 그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하나. 김문수나 이재오가 비판받아야 하는 점은, 지금 현재의 모습인 거지 과거 변절의 문제로 욕을 먹는 건 아니라는 거죠. 만약 이 사람들이 변절해서 욕을 먹는 거라면 과거 전대협 출신들 전부 욕먹어야 하는 거거든요. 실제 80년대에 농활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쌀개방 전부 찬성했잖아요. 좀 변절문제에 대해서 한 번쯤 다르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관련기사 | |
|
|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각이 바뀌면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생각이 바뀐다고 해서 누구나 갑자기 극좌에서 극우로 바뀌지 않아요. 조금씩 바뀌는데, 생각이 바뀌면 이 사람이 갈 데가 없는 거에요. 변절한 대부분 사람이 그 나이대가 되면 할 게 없어요. 그동안 벌어놓은 자산으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방법이 없는 거에요. 제가 책에서 전북총련 해체에 관해 쓴 부분이 있었는데요. 98년, 99년에 김영환 씨가 간첩죄로 국정원에 잡혀요. 그 당시에 민혁당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중에서 남은 사람들이 경기동부고 전향한 사람들이 뉴라이트(시대정신)입니다. 이때 김영환과 함께 전북총련 전부가 다 전향을 해요.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극단적이지 않았어요. 전북총련을 해소하고 ‘푸른 공동체 21’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왜 주사파운동을 정리하는가에 대해서 엄청난 분량의 입장을 발표해요. 이게 A4용지로 서른 장이 넘는 빽빽한 문건이었는데, 당시에 이 내용이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미국이 제국주의적 속성이 있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남한이 식민지까지는 아니다. 경제 물론 종속적인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남한사회에 재벌문제 이런 여러 가지를 보았을 때, 더는 남한이 미국의 경제 식민지라는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 이런 식인 거죠. 군사문제 역시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건 맞지만, 주독 미군도 있고 주일 미군도 있고 많지 않으냐. 이런 점들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믿었던 그동안의 주체 사상과 이론들이 틀렸다 밝히고 나와요. 그동안 우리가 너무도 극단적인 북한정권을 추종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반성하면서 북한의 인권이라든가 민주화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상식적인 수준이었는데, 문제는 이 정도 비판이 진보진영에서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거거든요. 슬픈 이야긴데. 이분들이 전북총련이니까 전라북도 쪽이잖아요. 전북대는 국립대니 그나마 그렇다 쳐요. 원광대 우석대 이 출신들의 30, 40대 운동가들은 먹고살 수가 없는 거죠. 서울대나 명문대 나오면 학원강사 하면 돼요. 이분들의 고민은 어느 길로 가느냐. 보수단체에서 만들어주는 북한 라디오 방송,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 이런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죠. 실제로도 그 사람들 받아 줄 수 있는 곳이 그런 곳밖에 없어요. 민주당이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은 전대협 전 의장이라던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처럼 상품 가치가 있어야 영입이 되지. 이 분들을 어디에 씁니까. 이 사람들이 결국 극우로 ‘변절’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어렵게 사는 거에요. 불편한 진실인 거죠.
80, 90년대 문제점 중에 큰 부분이 바로 이 ‘엘리트 중심’ 학생운동이었어요. 엘리트니까 이만큼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는 건 좋은데, 사실 서울대라던가 연고대학생 같은 경우에는 일단 취직도 잘 되고, 학생운동 해도 학점 낮아도 나중에 정 안되면 학원강사 하면 되고. 정 안되면 선배들 찾아다니면서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면 돼요. 그 밑에 사람들은 그게 안 되는 거에요. 한편으로는 대중운동과 전혀 관련 없는 엘리트들이 운동을 주도하면 굉장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 거에요. 하부에 있는 운동가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거죠. 이 사람들 잡혀가면 어떡하지? 이런 기본적 고민도 없어요. 만약 내가 한총련 집행부 간부다. 그러면 잡혀가도 돼요. 그만큼 그 자리에 맞는 책임의식이 있는 거에요. 자기는 책임져줄 사람도 있고 거물이 됐다는 거잖아요. 나머지 대중활동가들은 무슨 죄가 있는 거에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고 이런 기본적인 의식 자체가 없던 거에요. 그냥 과격하게만 나가는 거죠.
예를 들어 최근 일부 학생운동가들 경우가 본인들은 굉장히 강경한 이야기를 해요. 내용 태반이 우리가 어느 노조 파업 현장에 갔는데 우리는 이만큼 강경한 요구를 했다. 그런데 우리에 반대하는 계량주의자들이 있더라. 우리는 이들을 통렬히 비판한다. 이런 주장을 해요. 노동자들이 파업한단 말이에요. 파업하면 피해가 생긴단 말이에요. 그럼 책임은 노동자들이 져요. 이 친구들은 전혀 책임지지 않아요. 물론 현대자동차라던가 거대노조들은 다르죠. 그런데 중소기업노조라던가 이런 곳은 언론이 주목하지도 않고, 파업 끝내고 돌아 갔을 때 사측에서 파업 참가자를 무차별로 해고해봤자 모두의 무관심 속에 잊히는 거에요. 이 친구들이 그런 점을 생각 하나요? 물론 그들 말이 맞는 점도 있죠. 사측의 기만성을 폭로해야 하고 뭐 틀린 이야기는 아닐 수 있어요. 이제 전향이라는 문제로 다시 돌아오면, 실제적인 먹고사는 문제들, 공간의 부재 이런 것들이 중요한 문제가 되는 거죠.
책이 나오고 나서 예전 동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책 제목만 보면, NL들은 안 읽죠. 이게 문제인 거 같아요. 일단 이런 주장의 책이 나오면 동의를 안 해도 돼요. 일단 읽고, 이 사람이 쓴 책에는 이게 문제고 이런 식의 비판이 있으면 정말 좋아요. 아까 말씀드린 전북총련 해체 엄청나게 큰 사건입니다. 하나의 지역 총련이 사라진 건데. 아무도 여기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안 해요. 이 사건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이래도 NL 자체적으로 읽지를 않으니까요. NL과 PD가 차이가. PD는 다 읽긴 읽어요. 읽고 나서 치열하게 자기 주장으로 비판을 하는 거에요. NL은 아예 읽지도 말라는 거죠. 이런 거 뭐하러 읽느냐. 그럴 시간에 자보 한 장 더 써라. 사람들이 되게 정갈하죠(웃음). 생각이 정돈되어 있고요.
‘종북’ 담론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문제 같아요. 좌든 우든 극단적인 수준에서만 논의가 이루어지니까요. 그러다 보니 말씀하신 데로 서로 토론도 불가능하고. 일부 보수 세력 같은 경우에는 사상의 자유까지도 침범하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한국 사회에서 정말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 같은데.
이번에 하태경 씨가 굉장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어요. 야권 전체가 다 종북이 아니다. 하태경 씨 주장이 뭐냐면 야권 전체가 종북이 아닌데, 야권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면 반작용이 나온다. 실제 친북과 종북이 아닌 사람들이 있으니까, 구별해서 실제 종북만 표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조갑제 씨가 하태경 씨가 사실 위장 전향 한 거다(웃음), 이런 식으로 비판을 하더라고요(웃음). 안타까운 거죠. 그쪽에서는 하태경 씨 정도의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고, 이쪽에서는 제 책 정도의 비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고. 답답한 문제인 것 같아요. 하태경 씨 식으로 공략을 해오잖아요? 정말 어렵습니다. 지금은 뭉뚱그려서 공격을 하니까 야권에서 충분히 색깔론이다, 매카시즘이다 방어를 하지만 만약 하태경 씨가 주장하는 데로 정말 구체적인 정황 하나하나로 공격해오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거든요.
NL보고 ＂너희는 좌파가 아니다.＂ 이러면 다들 화를 내죠. 자기들도 노동운동 열심히 하고 집회 참석하는데 무슨 소리냐. 명확한 건 주사파는 좌파가 아닙니다. 주사파에게는 노동운동 이런 모든 것들이 수단입니다. 목표를 위한 수단 인 거죠. 실제로 NL 내에는 정말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걸 모두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는 거에요. 이게 그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고발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거에요. 외부에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죠. 주사파는 좌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파시스트라고 규정합니다. 기본적으로 전체주의를 찬양하는 집단인데요.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진보정치가 새로 나려면 주사파는 정리되어야 한다. 이런 결론이신 것 같은데요.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제가 감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에요. 이런 이야기들이 공개되어야 한다. 많은 NL 내부의 악습을 지켜본 사람이 아프지만 내부의 이야기를 꺼내야 합니다. 제 책에도 분명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단편적인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죠. 제 의견이 문제가 있다. 수정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 다른 이야기들을 해주어야 하는 거에요. 이런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또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NL에도 젊고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지 않겠어요? 저만 하더라도 그곳으로 돌아가기 싫은데, 젊은 20대 친구들은 어떻겠어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다양한 분위기와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화해야 하죠. 상상해보세요. 학생운동 20~30년 동안 이번 통진당과 같은 사건들이 매일, 매주, 매달 계속 있었던 거에요. 매번 진보에 대한 회의감을 남아있는 운동가들은 겪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피폐하겠어요. 또 떠난 사람들은 얼마나 환멸을 가지고 떠났습니까. 그동안 이런 것들에 대해서 진보언론이라던가 지식인들이 몰랐는가? 다 알았어요. 그런데 뭔가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았던 거죠. 저는 결국에는 현재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데, 주요한 요점이 뭐에요 언론통제잖아요. 언론이 망가지니까 사회가 이상해지잖아요. 진보도 마찬가지예요. 언론이 작동하지 않으니까. 일종의 그들만의 '카르텔'이죠.
제가 바라본 진보진영 내부는 뭐냐면 정글이에요. 힘센 놈이 이기는 거에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번 이정희 사건만 보더라도, 김희철이 훌륭한 정치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들 주장대로 어떻게 보면 토건정치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정희의 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어떤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이정희가 사퇴하니까 아름다운 사태다 이런 식으로 넘어가기 바빴고요. 실제 통합진보당이 관악을에서 어떤 일들을 버렸고, 이 여론조작 문제는 실제로 선거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이며, 이정희 선본은 어떻게 실시간으로 투표현황을 알 수 있었을까. 통신사 등재번호라던가 여론조사 기관 문제라던가 많은 의문이 남잖아요.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 기관이 어딘지도 모르고, 당에서 내려온 참관인도 없었고요.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깊이 안 들어가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뭐냐면 경기동부가 어떤 조직인가. 대충은 알죠. 소위 말하는 주사파 조직이고 전국연합의 후신이고 이런 건 알지만, 정말 궁금한 것 있잖아요. 저들의 수장은 누구인가. 과연 이석기가 대표인가 이용기가 대표인가. 그 위에 누가 있다는데 그는 누구인가? 경기동부는 정말 북한과 연결이 되어있는가? 이런 것들 다 알 수 있어요. 언론 특히 진보언론이 정보를 알리는데 소홀했던 거죠. 주사파 문제, 내부 조직 문제 이런 것들이 알려져야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죠.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면, 저는 굉장히 후회되는 게, 운동하면서 순간순간마다 깨닫는 게 있었어요. 그럼에도 자신을 속인 거죠. 이건 아니다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제 자신을 속인 거에요. 내가 그 당시 발을 못 빼서 인생이 망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상식선에서요. 투쟁 과정들 전부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결정되는 과정들. 통진당도 그렇고 어느 조직이나 위에서 결정된 사안이 아래로 내려오는.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고 논쟁이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조직의 당론이 되는 거죠.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 삶.’ 두 시간 남짓의 인터뷰를 마치고 되뇌었던 말이다. 예루살렘의 법정에서 한나 아렌트를 경악게 했던 것은, 전범 아이히만의 외형도, 그의 과거 행적도, 그의 잔인함도 아니었다. 죽음 그 순간까지 스스로 사고하기를 포기했던 ‘악의 평범함’. 주사파에서 아이히만의 재판 모습이 떠오르는 건 과도한 색깔론에 빠져서일까?
차준호/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오늘의 핫클릭!
|
|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족신문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