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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지지자들을 하늘같이 받들라"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다.
 
서재영 기사입력 :  2008/07/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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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 지지자들을 하늘같이 받들라." 신임 인사차 예방한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게 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문이다.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역사와 나라의 발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발언은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반대 진영의 '잃어버린 10년'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역사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게 필자의 평가이다. 첫째는 남북관계의 진전이다. 남북해빙을 위한 노력은 고르바쵸프의 개혁, 개방 무렵부터 시작되어 소련의 붕괴에 이르러 본격화된 것이다. 이는 노태우 정부가 물꼬를 튼 것으로서, 좌파정부가 강변하듯 김대중정부의 독창적 발명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으로 압축되는 일련의 남북관계진전을 위한 노력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것이 다소의 과속과 일방적 퍼주기, 반미자주이념과의 혼재와 한미동맹의 약화, 국민안보의식의 혼란, 결과적인 북한핵개발 방조 등의 부정적 측면이 상당하긴 하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 누적되어왔던 사회적 적폐의 해소와 민주화이다. 우리나라는 시간을 압축한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정경유착, 만연한 부정부패,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선거풍토,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왜곡된 가치관 등, 사회의 각 분야에 막대한 폐악을 누적시켜 왔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장기적으로 나라의 발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는 암과도 같은 적폐였다. 예로부터 구악을 기득권 세력이 자발적으로 척결한 경우는 아주 희귀하다. 때문에 10년간의 정권 교체는 구악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했던 발전적 기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두 번의 좌파정부를 거치면서, 고비용의 정치풍토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며, 정재계의 지나친 유착, 하급직부터 고위직에 이르는 만연된 부패와 공무원의 군림의식 등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호남소외의 해소이다. 호남소외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경제개발 혜택의 상대적 불평등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호남에는 이렇다 할 산업시설이 없었고, 이는 소득의 지역 뷸균형이라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였다. 제로 베이스의 여건에서 그나마 있는 사회간접자본을 활용하여야 했고, 따라서 경부축의 경제개발은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였던 것이 진실에 가까운 사실이라 하겠다.



사실 불평등으로 보자면, 강원과 경북의 산간 지방이 더 심각했었다. 필자는 경북 북부 산간지방이 고향이다. 우리 형수가 전북 익산에서 시집와서 이렇게 못사는 동네는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낙후된 곳이었으며 이는 위 산간지방의 보편적 현상이었다. 그러나, 호남 전체로 볼 때는 소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도 사실인 것이다.



호남소외, 그 둘은 인사의 불평등이다. 호남인은 판검사가 되어도 평생을 지원과 지검으로 떠돌았으며, 호남출신 군 장성과 중앙정부 고위관료를 찾아보기란 가뭄에 콩 보듯 했던 것이다. 이런 풍토는 자연히 기업체의 인사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똑똑해도 출세하지 못하는 이 심정을 누가 알아 주리오?



소외의 셋은 호남인에 대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왜곡된 시각이었다. 호남인은 배신을 밥먹듯 한다는 등의 근거없는 왜곡이 만연하였고 수많은 호남인들은 그들의 고향을 말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김대통령이 당선되고 달라진 최초의 모습이 호남인들이 떳떳이 고향을 밝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좀 과장하면 음지에서 양지로의 커밍아웃과도 같은. 그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역지사지. 우리 국민 모두는 호남인들의 이런 소외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 더욱이 그 지역은 해방 공간에서 빨치산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본 곳이며, 이에 따른 가치관과 이념의 혼란을 강요 받은 곳이자, 피로 얼룩진 5.18을 지나온 곳이다. 그 아픔의 시간을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은 그 자체로서 억눌렸던 호남의 심각한 소외를 심정적으로 단번에 해소한 발전적 사건이었다.



글이 좀 길어 졌지만, 요컨데 10년의 좌파정부는 역사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추구했던 가치이기도 하다. 박정희의 빈곤탈출과 경제개발, 유사이래 최고의 경제강국 건설이 중요한 가치라면, 좌파정부가 추구했던 가치들도 못지 않게 중요한 가치이다. 비행기는 한 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으며, 진전과 수정, 발전과 개혁이 번갈아 가며 존재해야 역사가 제대로 길을 찾아 발전하는 것이다.



다시 글의 주제로 돌아간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김대중, 노무현 지지자들을 하늘같이 받들라"는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호남인이여, 다시 결집하라'라는 말과 다름 없으며 망국적 지역색을 고착화 시키는 발언이다. 이렇게 해서는 나라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필자가 그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지지자들이 추구했던 가치를 하늘같이 받들라." 그게 그 말 아니냐고? 천만에 말씀. 전자는 역사 퇴행적이지만, 후자는 역사를 진전시킨다. 전자는 단순히 전통 지지층을 복원하라는 주문이지만, 후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라는 주문이다. 말이란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국민들에게 천금의 무게로 다가온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실된 모습과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인심을 잃은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말을 가볍게 자주 한다는 것이고, 국민들을 가르치려 들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기간 내내 시달리게 되어 있는 중요한 이유가 선거 기간 내내 변명과 위장의 발언을 수도 없이 내뱉었다는 것이고 여전히 경박한 언행을 일삼는다는 데 있데 있다. 여전히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이 다르다는 데 있다. 말로써 때우고 말로써 위기를 임시방편으로 모면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박근혜가 현존 최고의 정치인이 되어 있는 중요한 이유가 절제되고 책임질 수 있는 발언만을 한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대통령이든, 차기 대권 주자든 역사와 나라를 깊이 생각하는 절제된 언행을 하여 줄 것을 진실로 부탁드린다.



샘돌과나비의 블로그 (http://blog.daum.net/ksmn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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