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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간이 없다> ① 이대로면 재앙
 
연합뉴스 기사입력 :  2009/11/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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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간이 없다> ① 이대로면 재앙
이렇게 꽉 차야 하는데...서울의 한 산부인과병원 신생아실 (자료사진)

<※편집자주 : 교육비.양육비 부담과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우리 사회에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인구보건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5년간 평균 출산율은 1.22명으로, 전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며 조사대상 186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낮다. 이런 심각한 저출산은 생산인구를 줄여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엄청난 사회보장재정의 부담을 불러와 국가적 재앙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합뉴스는 이에 따라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보고 성공적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린 해외사례를 소개하는 기획 기사 10건을 마련했다. 총괄편에 이어 소주제별로 2-4건씩 묶어 매주 월요일에 한차례씩, 3주에 걸쳐 내보낼 계획이다>

아이 안낳는 나라..세계 최하위 출산율
정부지원ㆍ기업배려ㆍ가정협력..삼위일체 합심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1. 결혼 4년차인 직장인 황지훈(34.가명)씨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다.

   황씨는 결혼 초기에 아이를 가져볼까 생각도 했지만 결혼하면서 장만한 아파트 대출금과 아이한테 들일 사교육비 등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도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어 아이 낳기를 꺼리는데다 양가 부모도 모두 지방에 있어 아이를 부탁할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들어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닌데 아이까지 생기면 경제적으로 감당이 안될 것 같다"면서 "내년이면 아내가 36세인데, 아마 아이 갖기는 틀린 것같다"고 말했다.

  
#2.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아르미어린이집의 4∼5세 원생 28명 중 형제.자매가 없는 외둥이가 12명이다.

   5년전인 2004년에는 이 어린이집 원생 28명 중에서 외둥이가 5명밖에 없었다.

   강경애 아르미어린이집 원장은 "해가 갈수록 외둥이가 많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1970년 4.53명이었던 출산율은 1983년 인구대체수준(2.1명) 이하로 하락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1.1명대로 주저앉았다.

   인구보건협회가 지난 18일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2명이다.

   186개 조사대상국중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1명)를 제외하고는 최하위다.

   한국의 인구는 4천830만 명으로 세계 26위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4천410만명으로 줄어 세계 41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맞물린 저출산은 생산인구의 감소, 잠재성장률 저하, 사회보장 재정 부담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재앙'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모두가 나서야 하는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 아이 안낳는 사회.."돈도 없고 일.육아 병행 어렵다"
젊은 부부들은 왜 아이 낳기를 꺼릴까. 우선 돈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한다.

   집 장만하는데 목돈이 들어가다보니 출산은 뒷전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라도 할라치면 양가 부모한테 신세를 지거나 아니면 적잖은 돈을 들여 도우미를 구해야 한다. 영어 유치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사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는데만도 한 명당 40만-50만원이 들어간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입시를 위해 각종 학원을 섭렵해야 하는 세상이다. 어학연수 비용이나 자녀 결혼자금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그야말로 답이 안나온다.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도 저출산의 큰 이유다.

   아이가 아파 하루 쉬려고 해도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고, 육아휴가는 커녕 출산휴가만 다녀와도 고과에서 최하점을 받아야 하는 `워킹맘(working mom.일하는 엄마)' 비친화적 기업문화가 엄존한다.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에 대한 법이 1991년에 만들어졌지만 벌칙조항이 없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의무 대상기업중 태반이 보육시설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도 저출산에 한 몫한다.

   젊은 아빠들 사이에 가사와 육아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과 육아'라는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진 엄마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족하다.

   워킹맘 이수진(36) 씨는 "자식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의 불공평한 책임의식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대책 실효성 의문.."기업.가정도 함께 나서야"
정부도 2006년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작년 말에는 만 1세 이하 저소득층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양육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추가대책을 내놓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아이낳기를 꺼리는 젊은 부부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2살짜리 딸이 있는 김미영(32) 씨는 "정부가 저출산이 문제라고 강조는 하는데 실제 그래서 개선된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범위가 제한적인데다 제도를 만들어도 기업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젊은 부부들의 피부에 와닿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 10만원 안팎이 지원되는 보육료는 도시근로자 평균 가구소득을 넘으면 받을 수 없고, 연말정산시 자녀양육 가정의 소득공제 등의 제도도 출산시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감안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25일 저출산 대응 추진방향을 보고했지만 젊은 부부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자녀 양육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고 셋째 자녀부터는 대학입학 전형과 취업에서 우대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 제시됐지만 젊은 부부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워킹맘 남선이(36)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워킹맘들이 가장 많이 회사를 그만두는 시기"라며 "유치원은 종일반이 있지만 초등학교는 오후 2시면 마쳐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최유진(32) 씨도 "아이를 낳을지 안낳을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셋째 아이에 혜택을 준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원인을 보다 다각적이고 복합적으로 따져서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점점 뚜렷해지는 만혼(晩婚) 추세와 맞물려 첫째 자녀의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둘째 자녀는 이런 저런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 부부도 첫 아이는 어지간하면 낳으려 생각하지만 둘째 아이는 선택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저출산 정책의 초점은 둘째 아이의 출산을 장려하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은 정도의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둘째 아이를 낳는 가정에 대해 보육과 주택마련, 국민연금 등 전방위적으로 파격적인 혜택이 마련돼야 하며 정부와 기업, 가정이 모두 나서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transi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11/27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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